인문계열은 ‘자유 선택’, 자연계열은 ‘조기 결정’…2028 대입, 계열별 복잡성 심화
달라진 대입 풍경, ‘문·이과 통합’ 무색…대학·학과별 지정과목 제각각 혼란
고교학점제 시행, 수험생 ‘삼중고’ 가중…목표 대학별 맞춤형 과목 선택 필수

교육부 전경.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교육부 전경.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8학년도 대학 입시가 고교학점제와 맞물리면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주요 10개 대학의 전공연계 핵심 및 권장과목 지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계열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여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인문계열은 대부분 지정과목이 없어 문·이과 통합 취지에 부합하지만, 자연계열은 학과와 대학마다 권장과목이 달라 사실상 ‘문·이과 통합’ 방향과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고1 시점부터 목표 대학과 학과를 매우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 주요 대학별 전공연계 지정과목은? = 주요 10개 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중 7개 대학이 2028학년도 대입 관련 내용을 발표한 가운데, 인문계열 학과에서는 고교학점제 연계 지정과목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발표된 대학 중 서울대만 유일하게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경영대학 등 대부분의 인문계열 모집단위에서 ‘제2외국어/한문’ 중 1과목 이상을 권장과목으로 지정했다.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등은 인문계열 모든 학과에 대해 핵심 및 권장과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반면, 자연계열은 인문계열과 달리 대학, 학과, 심지어 의학계열 내에서도 지정과목이 매우 달라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서울대: 대부분의 자연계열 학과에서 필수과목 지정

서울대는 자연계열 대부분의 학과에서 ‘기하’와 ‘미적분Ⅱ’를 모두 핵심 권장과목으로 지정했다. 의과대학은 ‘생명과학+진로선택 3과목 이상’과 ‘기하, 미적분Ⅱ’를, 치의학과와 수의대는 ‘기하 또는 미적분Ⅱ’와 함께 진로선택 3과목 이상을 권장했다. 물리학전공과 기계공학부 등은 ‘물리학+진로선택 3과목 이상’을, 화학부와 화학교육과는 ‘화학+진로선택 3과목 이상’을, 생명과학부와 생물교육과는 ‘생명과학+진로선택 3과목 이상’을 핵심 과목으로 명시했다.

고려대: 학과별로 상이한 지정 방식

고려대 자연계열은 학과에 따라 지정 과목이 상이하다. 화공생명공학과와 전기전자공학부는 수학에서 ‘기하’를 특정했으며, 공과대학(전공자율선택제)은 ‘역학과에너지, 전자기와양자, 물질과에너지, 화학반응의세계, 세포와물질대사, 생물의유전’ 중 2과목 이상을 이수하도록 권장했다. 반면, 수학과, 수학교육과, 컴퓨터학과 등은 수학 과목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았다. 의과대학은 ‘물질과에너지, 화학반응의세계, 세포와물질대사, 생물의유전’ 중 2과목 이상을 지정했다.

한양대: 자연계열 전체 공통 지정

한양대는 자연계열 모든 학과에 대해 비교적 일관된 지정 과목을 발표했다. 수학은 ‘기하 또는 미적분Ⅱ’ 중 1과목을, 과학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중 1과목 이상 + 진로선택 2과목 이상’을 권장한다.

중앙대 & 경희대: 학과별 맞춤형 지정 과목

중앙대와 경희대는 학과별 특성을 반영한 세부적인 지정과목을 제시했다. 중앙대 약학부, 의학부 등은 ‘생명과학, 화학’과 함께 ‘물질과에너지, 화학반응의세계, 세포와물질대사, 생물의유전’ 중 3과목 이상을 이수하도록 권장했다. 경희대 의예과와 약학과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과 진로선택 과목을 함께 지정했고, 치의예과와 한의예과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과 특정 진로선택 과목 중 1과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성균관대 & 서강대: 자유로운 선택권 보장

성균관대와 서강대는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모두에 대해 별도의 핵심 및 권장과목을 지정하지 않았다. 이는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의 자율성을 크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부합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 입시 전문가 “수험생의 ‘삼중고’ 가중될 것” =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8 대입 개편의 핵심은 ‘문·이과 완전 통합’이었지만, 실제 주요 대학의 고교학점제 지정과목 현황을 보면 자연계열은 사실상 통합 취지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연계 수험생들은 고1 시기부터 목표 대학과 학과를 조기에 결정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대학마다 서로 다른 권장 과목을 지정함에 따라 중간에 진로를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수험생들은 내신, 수능, 고교학점제에 따른 각 대학별 선택과목 대비까지 챙겨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교별 특정 과목 수강자 수와 개설 여부가 목표 대학 결정에 직결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실제로 2025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응시자 현황을 보면, 물리학Ⅱ의 경우 전체 응시생 5148명 중 여학생은 925명으로 18.0%에 불과했고, 물리학Ⅰ도 전체 응시생 5만 8049명 중 여학생은 1만 2546명으로 21.6%에 그쳤다. 이러한 과목별 응시생 수 편차는 고교학점제에서 특정 과목을 수강할 때의 유불리로 작용할 수 있어, 수험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 대표는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 입장에서는 고교학점제 지정과목을 확대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지원자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입시 결과에 따라 매년 지정과목이 달라질 경우 입시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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