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불리한 학생들의 ‘탈(脫) 공교육’ 러시
전략적 자퇴, 서울 넘어 지방까지… 학교 이탈 현상 전국화
교원 3단체, “미봉책으로는 현장 혼란 해결 불가능… 근본적 개혁 시급”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대학 입시의 복잡성과 내신 경쟁 심화가 공교육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일반고를 떠나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입시 경쟁이 치열한 서울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나타나는 전국적인 추세다. 특히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내신 등급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해 학교를 떠나 검정고시와 수능 중심의 정시 준비로 전략을 바꾸는 '전략적 자퇴'가 확산되면서 공교육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고교생 자퇴, 5년 새 두 배 가까이 폭증… 내신 불리한 고1·2의 ‘조기 이탈’ 가속화 =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자료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반고 학업 중단 학생(자퇴 및 제적) 수는 2020년 9504명에서 2024년 1만 8,498명으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로, 교육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학업 중단 현상은 특히 내신 성적에 따라 대학 입시의 성공 가능성이 크게 좌우되는 현행 입시 구조의 그림자를 보여주며,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학업 중단 학생 수는 서울 및 수도권에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대비 2024년 일반고 학업 중단 학생 수 증가율은 경기·인천이 110%로 가장 높았으며, 서울도 94.4%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제는 지방에서도 학업 중단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지방권의 증가율 역시 82.7%에 달하며, 전국적으로 공교육 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지방권에서는 경남, 부산, 경북, 충남 등에서 학업 중단 학생 수가 많아,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국 공교육 시스템의 붕괴 전조로 인식되고 있다.
학생들이 일반고를 떠나는 주된 이유는 내신 경쟁의 불리함 때문이다. 수능 정시 비중이 확대되면서, 일반고에서 상위 내신을 확보하지 못한 학생들이 전략적으로 학업 중단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한정된 인원 내에서 상위 등급을 받기 어려운 소규모 학교나 학업 역량이 높은 학생들이 밀집된 서울 강남 3구 일반고에서 특히 심각하게 나타난다. 내신 경쟁에서 밀렸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부담에서 벗어나 검정고시 합격 후 오로지 수능 준비에 ‘올인’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2028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되는 5등급제다. 5등급제에서는 1등급이 누적 10%, 2등급이 누적 34%로 상위 등급의 문이 좁아진다. 현행 9등급제에서 1등급은 4%, 2등급은 11%까지 주어졌던 것에 비하면,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내신 1~2등급 확보가 훨씬 어려워졌다. ‘상위 10%에 들지 못하면 2등급 이하로 분류된다’는 구조적 불리함은 내신에 대한 회의감을 더욱 키우고 전략적 자퇴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교원 3단체 “현장 외면한 미봉책… 근본적 개선 시급” =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노동조합연맹,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3단체는 “현장의 폐지 요구를 막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부의 발표가 학교 현장의 혼란과 교사, 학생, 학부모의 고통을 외면해오다 뒤늦게 일부 개선 방안을 내놓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번 발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기존의 틀을 유지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핵심 과제들은 여전히 미뤄진 채 남아있다는 것이다.
교원 3단체는 교육부가 미이수제와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 점을 가장 유감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들은 학업성취율 기준이 평가 왜곡과 형식적 보충지도의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학생 낙인과 학교 이탈을 부추기는 등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교학점제 시행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교원 수급에 대해서도 교육 당국이 ‘적정 정원 확보’라는 원론적인 표현만 내놓았을 뿐, 구체적인 대책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한 명의 교사에게 여러 과목을 떠맡기며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고교학점제의 철학인 책임교육과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평가방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교원 3단체는 학생들이 입시 유불리에서 벗어나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진로·융합선택과목의 절대평가 전환을 요구했으나, 최종 방안에서 이 사안이 빠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절대평가 전환 없는 고교학점제는 또 다른 경쟁과 왜곡을 초래할 뿐이며, 현재 고1 학생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로·융합선택과목을 수강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 교육계 관계자 “공교육, ‘성장 공간’으로 거듭나야” = 수도권의 한 교육대학 교수는 “학생들이 입시를 위해 학교를 떠나는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를 넘어, 공교육 시스템의 본질적 기능 상실을 의미한다”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학교가 본래의 역할인 ‘성장의 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5등급제는 내신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상위권 학생들의 ‘탈(脫) 공교육’을 부추기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며 “내신이 단순히 줄 세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학생의 진정한 성장과 잠재력을 담아낼 수 있도록,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원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학생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교학점제가 운영돼야 한다”며 “교원 3단체가 주장한 것처럼, 교원 증원은 책임교육의 기본 전제다. 학생들이 입시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진로·융합선택과목의 절대평가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