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사생실 확장, 1인실, 헬스·학습 공간을 핵심 가치로 요구
18㎡/명에서 25㎡/명 시대로 전환 필요…‘숨 쉬는 공간’이 생활의 질 바꿔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 주거의 만족도와 학습 몰입도 극대화

기숙사 내부 (사진=거제대)
일반적인 대학들의 기숙사 내부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대학 기숙사가 단순한 잠자리 제공 기능을 넘어 ‘휴식(Relaxing), 배움(Learning), 소통(Communicating)’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생활형 기숙사(Residential Dormitory)로 진화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이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1일 발표한 KEDI Brief 제18호, '미래형 대학교 생활관 공간 조성 가이드라인'에는 대학생들의 높아진 요구 수준을 충족하고 교육과 삶이 통합된 RC(Residential College)형 캠퍼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담겼다.

■ 전통적 ‘숙박형’ 기숙사, 혁신의 발목을 잡다 = 현재 대학 기숙사의 가장 큰 문제는 획일적이고 경직된 시설 기준에 있다. 국립대학 기숙사에 일괄 적용되는 사생 1인당 18㎡ 기준은 오랜 시간 동안 숙박형 기숙사에 맞춰져 있어, 21세기 대학생들의 변화된 니즈를 담아내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KEDI가 4개 거점국립대학 생활관 거주 학생 3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도 조사 결과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낳은 학생들의 불만을 그대로 보여줬다. 가장 높은 요구는 사생실 규모의 확장(45.7%)이었으며, 1인실 선호(54.5%)가 2인실(38.7%)을 앞질렀다.

이는 공동체 생활의 편의성보다는 개인의 독립성과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최근 대학생들의 경향을 여실히 반영한다. 또한 헬스, 요가 등 건강 관리 공간(33.8%)과 개별 학습 공간에 대한 높은 선호(4.2점/5점 만점)는 기숙사가 이제 ‘잠만 자는 곳’이 아닌, ‘생활 밀착형 복합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학생들의 염원을 보여준다. 기존의 비좁고 획일적인 시설은 이러한 높은 기대치를 전혀 충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자료=KEDI Brief 제18호, '미래형 대학교 생활관 공간 조성 가이드라인')
(자료=KEDI Brief 제18호, '미래형 대학교 생활관 공간 조성 가이드라인')

■ 18㎡ 기준 극복, 25㎡ 시대로의 전환 촉구 = KED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적정 면적 기준을 분석했다. 현재의 18㎡/명 기준으로는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학생들의 요구도가 높은 공간(개인실, 학습/편의 공간)을 최소한으로 포함하는 ‘권장면적 산정기준’을 통해 사생 1인당 연면적을 최소 25㎡/명 수준으로 넓힐 것을 제안했다. 이는 현행 대비 약 40% 증가한 수치다.

이 기준이 도입될 경우, ‘독립형 2인 사생실’ 모델(26.4㎡, 1인당 13.2㎡)처럼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된 주거 공간 제공이 가능해진다. 또한, ‘쉼·공간 결합형 공동세탁실’이나 ‘취식 공간 결합형 편의점’ 등 시설의 복합화 디자인을 통해 세탁 대기 시간의 활용도를 높이고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등 주거 환경의 질적 개선이 뒤따른다.

즉, 획일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수용 규모에 연동된 적정 면적을 적용하여 사용자 중심의 생활형 기숙사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료=KEDI Brief 제18호, '미래형 대학교 생활관 공간 조성 가이드라인')
(자료=KEDI Brief 제18호, '미래형 대학교 생활관 공간 조성 가이드라인')

■ 성공적 정착 위한 ‘전문지원체계’ 구축 필요 = 미래형 생활관이 성공적으로 대학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준 제시를 넘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KEDI는 ‘생활형 기숙사 공간조성 전문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사용자 중심의 공간 혁신사업’을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문지원체계는 ▲사업계획 수립 지원과 ▲RC 운영 프로그램 연계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특히 시설 규모, 예산 등 사업 초기에 결정되는 요소가 생활형 대학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므로, 전문적인 지원팀이 사업계획 수립 단계부터 투입돼 적정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대학에 제공해야 한다.

또한, 단순한 건물 건설을 넘어 기숙사 운영 프로그램과 연계해 활동 형태나 수강 인원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지속적인 컨설팅이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사용자 중심의 공간 혁신사업’을 추진해 초기 단계부터 사용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퍼실리테이팅(Facilitating) 단계를 반드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설계 전문가와 사용자가 사업 초기부터 협력하여 실제 생활과 교육에 필요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고서의 저자인 박성철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형 기숙사는 더 이상 대학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의 삶과 배움의 형태를 담아내는 맞춤형 그릇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학은 사용자 중심의 생활형 기숙사 디자인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간 조성의 전 과정에 걸쳐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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