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교사는 ‘수업 전달자’ 아닌 ‘주체적 리더’로 재정의
미래 교육 혁신 핵심은 교사… 사회적 인식·정책적 지원 뒤따라야
교원 양성, 재교육 과정의 체계적·질적 지원 점검 필요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교장과 행정실 직원 등 6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교원 단체들이 교원 중심으로 설계된 학교폭력 대책을 ‘전체 구성원’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고등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한국대학신문DB)
교사를 단순한 ‘수업 전달자’가 아닌 ‘변화를 선도하는 주체적 리더’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사들이 과연 주체적으로 교육혁신을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재직 중인 교사의 재교육이 내용과 질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체계적으로 지원되고 있는지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교사를 단순한 ‘수업 전달자’가 아닌 ‘변화를 선도하는 주체적 리더’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OECD가 제시한 ‘교수나침반(Teaching Compass)’은 교사를 미래 교육 혁신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사회적 인식과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교육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사들이 과연 주체적으로 교육혁신을 이끌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재직 중인 교사의 재교육이 내용과 질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체계적으로 지원되고 있는지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최근 발표한 KEDI Brief ‘OECD 교수나침반과 국내 교원정책 시사점’에서 OECD 국제교사학습조사(TALIS)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교사들은 혁신이나 변화를 선도하는 집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교사 전문성 중 동료 네트워크, 지식 영역에 비해 ‘자율성’ 부문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교사들이 학교 행정과 생활기록부 관리에는 높은 책무성을 보였지만, 학생의 발달이나 학업성취 결과에 대해서는 낮은 인식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와 교사 간 기대와 책임에 대한 시각차도 여전하다.

교사를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우리 교육정책의 오랜 숙제다. 실제로 최근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도 교사들의 수업 변화는 미온적이었으며, 은근한 저항도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주도하는 교육개혁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교사는 여전히 피동적인 위치에 머무르고 있으며, 교사의 주체적 참여 없이는 혁신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디지털 전환기 속 교사 역할은 더 복잡해져 요구되는 역량 또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AI 활용 수업, 성취평가제, 디지털 교과서 등 기술적 역량 강화 연수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복잡해진 교육 환경 속에서 교사가 학생과 인간적 관계를 유지하고 변화된 학습 환경을 조율할 수 있는 전문성 강화는 여전히 부족하다.

OECD가 제시한 ‘교수나침반’ 이미지. (사진=KEDI Brief ‘OECD 교수나침반과 국내 교원정책 시사점’ 발췌)
OECD가 제시한 ‘교수나침반’ 이미지. (사진=KEDI Brief ‘OECD 교수나침반과 국내 교원정책 시사점’)

OECD 교수나침반은 교직을 단순한 기술적 전문직이 아닌 인간적 활동으로 규정한다. 교사의 의사결정은 태도와 가치관에 의해 좌우되며 유연성과 포용성, 사회적 책임감, 학생 잠재력에 대한 확신이 핵심 역량으로 제시된다. 특히 OECD는 이러한 태도와 가치를 교직 초기부터 길러야 하며, 평생에 걸쳐 성찰과 윤리적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지금이 교사의 숨은 잠재력을 일깨워 교육 전문직 자체를 재구상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교사가 혁신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원 양성과 재교육 과정이 체계적이고 질적으로 지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저자인 김은영 선임연구위원은 “혁신의 방향에 대해 교사들이 공감하고 혁신 추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정부 주도 혁신의 성공에 꼭 필요한 열쇠”라며 “이와 같은 변화를 뒷받침할 교원양성 과정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재직 중인 교사의 재교육이 내용과 질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체계적으로 지원되고 있는지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연구위원은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교육현장을 고려할 때, 지금은 OECD가 제시한 것처럼 예비교원과 교사의 숨겨진 잠재력을 깨우고 교육 전문직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상할 수 있는 ‘변혁의 기회’일 수 있다”면서 “교사의 태도와 가치는 학교 리더십, 정책 프레임워크, 기술 설계를 포함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에 의해 함양되고 길러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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