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우 가톨릭대 취·창업지원팀장

원천우 가톨릭대 취·창업지원팀장
원천우 가톨릭대 취·창업지원팀장

최근 스탠퍼드대학의 한 연구가 고용시장에서의 사회 초년생을 ‘광산의 카나리아’에 비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 도입 후 전체 고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22~25세 고용은 평균 13%가량 감소했다. 젊은 세대는 광산의 유독가스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카나리아처럼 AI 시대 고용시장에서 첫 희생양이 되고 있다.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2025년 하반기 기업 채용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9.2%가 채용 시 AI 역량을 고려하고 있으며, 신입만을 선호한다는 대답은 10.3%에 불과했다. AI가 초급 업무를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은 즉시 전력이 될 수 있는 경력직을 찾고 있다. 신입은 진입 기회 자체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영학의 거장 피터 드러커는 「혼란기의 경영」에서 “혼란기는 위험한 시기지만 가장 큰 위험은 현실을 부정하려는 충동”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AI가 재정의하고 있는 고용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신입으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태도와 자질은 무엇일까?

첫째, AI의 뒤가 아니라 앞에 서야 한다. AI가 제시하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는 팔로워가 아니라, AI를 적극적으로 리드하고 매니징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이제 신입도 군대로 치자면 사병이 아니라 장교의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

포뮬러 원(F1) 자동차 경주대회를 떠올려 보자. 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레이싱 팀이라고 생각하면 그들이 원하는 인재는 스포츠카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드라이버이지 조수석이나 뒷자석에 앉아 있을 승객이 아닐 것이다.

둘째, AI를 활용해 다양한 시행착오와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 과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조직의 지원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 AI의 힘을 빌리면 상당 부분 혼자서 적은 비용으로 해볼 수 있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이런저런 이유로 못 해봤다고 할 수 있었을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AI를 통해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변화와 성장을 이뤘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자신만의 개성과 주체적인 사고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AI가 제시하는 모범답안을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은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매력적이지 않다.

요즘 구직자 10명 중 9명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 AI를 활용한다고 한다. 문제는 적지 않은 구직자가 AI의 도움을 받는 것을 넘어서 자소서를 100% AI로 작성한다는 점이다. 채용 시장에는 이미 이런 자소서를 걸러내는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구직자는 십중팔구 탈락이다.

기업이 구직자, 특히 신입직원에게 바라는 것은 모범답안이 아니라 조금 서툴더라도 독창적이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다루는 능력이다. 바로 이런 능력이 AI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AI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바둑계를 살펴봄으로써 AI가 사회 여러 업계에 가져올 영향에 대해 전망한 장강명 작가의 르포르타주 「먼저 온 미래」에서 어떤 프로 바둑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알파고가 준 충격 자체는 슬프지만 알파고가 보여준 수를 모르고 죽었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그만큼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수가 많았으니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하지만 그렇기에 호기심을 갖고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끊임없이 탐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이런 특성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빛을 발할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장점을 이해하고 극대화시킬 때 신입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며,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도 학생들에게 AI 사용법 교육뿐 아니라 AI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리드할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AI 시대에 경쟁력을 배가시켜줄 도전 정신, 주체적 사고, 학습 민첩성, 협업 정신 등의 자질을 학생들이 지닐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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