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학생들, 전력망 없어도 작동하는 ‘수소 냉난방 유닛’ 구상
제11회 부산창업아이디어경진대회서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상 수상
“대학생이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로”… 장학재단, 창업 지원 약속

제11회 부산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시상식에서 박현철 한국장학재단 청년지원본부장(왼쪽)과 하이드로플럭스 팀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국장학재단)
제11회 부산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시상식에서 박현철 한국장학재단 청년지원본부장(왼쪽)과 하이드로플럭스 팀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국장학재단)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속 에너지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학생들이 내놓은 한 아이디어가 탄소 중립 시대의 새로운 냉난방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산대 학생들이 수소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이동형 냉난방 유닛을 고안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최근 열린 제11회 부산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상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창업과 상용화까지 염두에 둔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아이디어라며 높은 평가를 내놓았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제11회 부산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가 전국 대학(원)생과 고등학생 등 총 336팀이 참여한 가운데 부산 벡스코 ‘플라이 아시아(FLY ASIA)’ 무대에서 최근 막을 내렸다. 부산광역시가 주최하고, 부산기술창업투자원 주관, 한국장학재단이 후원했다.

이번 대회는 디지털 테크, 바이오헬스, 해양, 금융 등 부산시의 9대 전략산업 분야를 주제로 예선·본선을 거친 결과 부산대 학생들로 구성된 하이드로플럭스(Hydroflux) 팀이 수소 기반 열관리 기술을 앞세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이드로플럭스 팀을 이끈 부산대 전기공학과 학생 임성은 씨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기후 변화로 폭염과 한파가 점점 심해지면서 정전이 잦아지고 난방이나 냉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명을 잃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전기가 끊겨도 스스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이드로플럭스 팀이 만든 이동형 냉난방 시스템의 핵심은 ‘수소를 전기처럼 사용하는 기술’이다. 고밀도 수소저장합금이라는 금속 안에 수소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필요할 때 수소를 꺼내 연료전지에 공급하는 식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로, 자동차나 발전소에도 쓰이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해당 과정으로 만들어진 전기는 냉방 장치에 쓰인다. 이와 동시에 연료전지가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열은 다시 난방으로 활용된다. 전기를 한 번 생산할 때 나오는 열까지 버리지 않고 모두 재활용하는 구조인 셈이다. 일반적인 전기 히터나 에어컨보다 훨씬 에너지 효율이 높고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특히 전기가 끊겨도 스스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다. 외부 전력망과 연결되지 않아도 일정 기간 냉난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정전이 잦은 재난지역이나 오지, 군부대, 캠핑장, 심지어 응급 환자를 위한 이동형 의료시설에서도 쓸 수 있다. 예컨대 한파 속 전력 공급이 중단돼도 장치를 차량이나 천막 안에 설치하면 내부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배병일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본지 통화에서 “대학생 팀이 수소를 활용해 냉난방 문제를 해결하려 한 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정확히 맞닿은 발상”이라며 “아이디어가 신산업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한국장학재단은 하이드로플럭스 팀의 창의성과 기술적 현실성을 높이 평가해 이들에게 향후 부산청년창업센터 입주 시 1차 심사 면제 등 후속 지원까지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이사장은 “대학생이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이번 대학생 팀의 연구는 아직 아이디어 단계지만 이들의 연구가 향후 신산업 분야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재단이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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