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8월 14일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었다. 시행일은 2026년 8월 15일이지만, 이 법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이 법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하여 위기를 겪고 있는 학교법인과 사립대학의 정상화를 위한 구조개선, 해산 및 청산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함으로써 학생, 교직원 등 대학의 구성원을 보호하고 대학의 건전한 발전과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는 것(제1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립대학중 살릴 수 있는 대학은 살리고, 해산할 대학은 해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편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추진 중에 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지방 거점국립대학 9개를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여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에 사립대학은 없다. 더불어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법에서 사립대학 재정지원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해당 법률의 핵심은 ‘구조개선’이다.

국립대학 중심의 다양한 지원이 논의되고 있지만,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특별한 재정지원 논의가 없다. 그렇다면 사립대학에 자녀를 보내는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사립대학은 국립대학과 차별받아 마땅한가? 과거 일부 사립대학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악용될 때에는 그러한 시각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국립대학 못지않은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사립대학이 적지 않다.

사립대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몇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공·사립대학 어디에 다니든 모두 대한민국의 동등한 납세자이며 국민이다. 사립대학에 다닌다 해서 국립대학 재학생에 비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 본인이 사립대학을 선택했으므로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는 주장은, 선택지가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

둘째, 국·공·사립대학은 모두 ‘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의하여 설립된’ 국가 공공교육기관이고, 동등한 자격을 갖는 졸업자를 국가 사회에 배출하는 기관이다. 이들은 대학의 설립 여부와 관계없이 졸업후 국가사회에 동일하게 기여한다.

셋째, 사립대학도 우리나라 교육의 목적을 규정하고 있는 「교육기본법」 제1조 및 제2조의 정신을 구현하는 교육기관이다.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는 학교의 설치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제한받아서는 안된다.

넷째, 사립대학은 공익성을 지니며 국가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매우 크다. 공익성과 기여도를 고려할 때 국·공립대학에만 재정지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섯째, 대학교육의 5분의 4를 사립대학이 담당하고 있어 그 역할의 국가·사회적 중요성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 사학의 질 저하는 바로 대학교육의 질 저하를 의미한다.

여섯째, 이제는 사립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의 사학은 공학과 차이가 없다. 일부 문제가 있는 사학 때문에 사립대학 전체를 백안시해서는 안된다.

일곱째, 사학재단은 국가재정이 열악할 때 대학을 설립한 것만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사학재단의 재무구조가 열악하여 재정 기여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데도 불구하고, 재단으로 하여금 국가를 대신해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라는 것은 억지이다.

여덟째, 부실사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사립대학 재정지원에 대한 반대 논리의 단골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미 대학평가와 재정진단이라는 두가지 도구를 통해 재정지원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실사학을 걸러내고 있으므로 그러한 반대논리도 이제 타당하지 않다.

사립대학 구조개선지원법이 공포되던 날 “등록금의 인상률은 직전 3개년 평균 물가상승률의 1.2배를 초과해서는 안된다.”(제11조제10항)는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공포되었다. 등록금이 국립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미약하다. 국립대학의 등록금은 국고로 귀속되어 국고에서 국립대학에 필요한 비용 만큼 지원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립대학에서 등록금은 절대적인 수입원이다. 사립대학은 16년 동안 등록금을 거의 인상하지 못했다. 교육부가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해야 국가장학금(2유형)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재정지원을 매개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립대학의 등록금 동결에 상응할 만한 재정지원은 없었다. 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은 증가했지만 대부분 국가장학금(연간 4조 원 이상)으로 지원됐고, 대학에 대한 직접 지원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사립대학은 해가 다르게 피폐해져 왔고, 재정적자 대학은 2012년 27개에서 2023년 56개로 증가했다. 등록금 동결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재정지원이 이어지지 못하면서 대학생들, 특히 사립대학생들은 절대적인 피해자가 되었다.

이제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개선해야 할 때다. 사립대학에도 국립대학과 동등한 국민이 재학중이며, 국가발전을 견인하는 데 동등하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은, 정부가 사립대학과 사립대학에 다니는 납세자인 국민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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