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한양대·인하대 등 자동차공학 교육 EV 전환 가속화
전문가들 “자동차공학, 산업 맞닿은 K-모빌리티 캠퍼스로”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국내 대학들의 자동차공학 관련 실험실이 전기를 품기 시작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엔진 소리와 휘발유 냄새로 가득하던 대학 자동차 실험실이 이제는 배터리 셀과 전류 제어 장치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자동차공학 교육이 빠르게 전기차(EV) 중심의 융합공학 체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연구원 E모빌리티연구센터에서 최근 열린 ‘2025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FSK 2025)’는 국내 대학 자동차공학 교육의 변화 흐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대회 참가 대학 40개교 중 절반 이상이 전기차(E-Formula) 부문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전체 팀의 20% 남짓에 불과했던 EV 비중이 이제 대학 자작차팀의 기본 전력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올해 대회에서 산업통상부 장관상이 걸린 종합우승은 국민대가 차지했다. 국민대는 전기차 부문에서도 은상을 받았다. 국민대 자작자동차 ‘국민 레이싱(KOOKMIN RACING, 이하 KORA)’ 팀이 종합우승과 은상 수상의 주역이 됐으며 국민대는 이로써 9년 연속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국민대는 참가한 두 팀이 올해 처음으로 모두 전기차 모델(F-25, KEF-25)로 출전하며 완전 전동화 체제를 완성했다는 분석이다. 폭우로 인해 내구레이스 완주율이 극히 낮은 악조건에서도 두 차량 모두 완주에 성공하며 기술적 완성도와 안정성도 동시에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대에 따르면 코라(KORA)의 차량은 80㎾급 전기 모터와 고전압 배터리 팩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모터 제어, 냉각 시스템, 경량화 섀시 설계 등 모든 공정은 학생들의 손으로 이뤄졌다.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학생 박민우 씨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기차는 모든 부품이 전기 신호로 대화하며 움직이는 구조라서 아주 작은 오류 하나가 전체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백 개의 배터리 셀을 일일이 연결해 하나의 배터리 팩을 만드는 과정이 특히 까다로웠다”며 “이론으로 배울 땐 간단해 보였던 회로 설계나 전력 제어가 실제로는 몇십 번의 실패 끝에야 제대로 작동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원인을 찾고 다시 설계하면서 실패를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게 진짜 공부라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대학 자동차공학 교육 흐름이 전기차 쪽으로 변화하는 현상은 국민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대회에서 전기차 부문 금상을 차지한 호서대 ‘챌린저(CHALLENGER)’ 팀도 이제까진 내연기관 분야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왔으며 그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에 도전해 값진 성과를 이뤘다. 동상을 받은 영남대의 ‘천마디엠(DM)’ 팀과 에너지효율 우수상을 수상한 아주대 ‘A-FA’ 팀도 빠르게 EV 기술을 도입해 전기차 분야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학가에 전기차 바람이 부는 배경에는 정부 정책 등의 영향으로 완성차 시장이 내연기관 중심 구조에서 전기차·자율주행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오는 2040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상황이다.
국내 주요 대학들도 이에 대응해 기계공학·전자·소프트웨어의 융합형 인재를 키우는 방향으로 커리큘럼을 개편하고 있다.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은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구동시스템’ ‘모터이론·응용’ ‘차량용지능기초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이론과 실무를 병행하는 연계형 교육 모델을 구축했다.
한양대도 현대자동차 계약학과인 미래모빌리티학과를 통해 자율주행차 핵심기술, 차량제어소프트웨어플랫폼 등 체계적으로 교과과정을 편성했다. 인하대는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교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 자동차공학 교육의 무게중심이 전기차로 이동하는 것처럼 대학이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현상은 앞으로 점차 빠르게 확연히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특히 이 같은 대학의 변화가 향후 K-모빌리티 경쟁력의 기반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이어진다.
신성환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대학 자동차공학 교육 현장은 미래 자동차 산업을 미리 체험하고 실험하는 작은 연구소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들을 직접 가져와 실험한다”며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면 기계공학, 전자제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까지 함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산업 현장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고하고 일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학장은 “대학에서부터 풍부한 경험을 쌓게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졸업 후 곧바로 기업 연구소나 개발팀에서도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학 자동차공학 연구실·강의실이 K-모빌리티 캠퍼스 연구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