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새로운 놀이터, ‘슈워츠먼 센터’ 개관
전 세계 인문학 위기론에 옥스퍼드式 유쾌한 반란
학문과 예술, 대중을 잇는 미래지향적 실험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사진=옥스퍼드 대학교 홈페이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사진=옥스퍼드 대학교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옥스퍼드 대학교가 인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특급 프로젝트, 스티븐 A. 슈워츠먼 인문학 센터(Stephen A. Schwarzman Centre for the Humanities)를 열었다. 26개 건물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7개 인문학 학부와 6개 도서관을 한데 모은 이 공간은 ‘인문학은 끝났다’는 위기론에 맞서 옥스퍼드가 던지는 유쾌하고도 강력한 한 방이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아이린 트레이시(Irene Tracey) 부총장은 “인공지능, 인권, 환경 등 세계가 직면한 거대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 인문학 전문가들의 통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슈워츠먼 인문학 센터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인문학부 학과장 다니엘 그림리(Daniel Grimley) 교수 역시 “세상은 지금 인문학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하며, 이 센터가 인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 건물 하나에 다 모였어요! 인문학 어벤져스팀 탄생 = 슈워츠먼 센터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통합의 힘’이다. 영어, 역사, 언어학, 철학 등 7개 학부가 한 건물에 모여, 전공의 벽을 허무는 융복합 연구가 자유롭게 펼쳐진다.

또한, 이 센터에는 인문학 학부뿐 아니라 AI 윤리 연구소,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 그리고 새로운 보들리언 인문학 도서관 등 최첨단 연구기관들도 함께 들어서 인문학이 기술 발전의 속도에 발맞춰 미래를 고민하게 된다.

다니엘 그림리 교수는 슈워츠먼 센터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공간이 될 것”이며, “학문의 경계에 도전하고 새로운 형태의 연구와 성과를 만들어내는 곳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는 학생들의 학습 경험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제 학생들은 강의실을 벗어나 센터 곳곳에 마련된 소규모 학습 공간과 공용 라운지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전공 학생들과 만나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역사 전공 학생이 철학 전공 학생과 함께 고대 문명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탐구하는 공동 세미나를 개설하거나, 음악 전공 학생이 역사 전공자와 협력해 특정 시대의 음악적 배경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전통적인 학문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이 일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센터는 또한 도서관, 강의실, 세미나실 외에도 500석 규모의 콘서트홀, 250석 극장, 영화관, 갤러리 등 훌륭한 문화 공간도 갖추고 있다. 이는 인문학이 학문적 연구를 넘어 대중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으로 확장하려는 옥스ㅂ거드 대학의 비전을 보여준다.

다니엘 그림리 교수는 이 센터가 도시의 “더욱 활기차고 풍요로운 관광 명소”가 되기를 희망하며, “단지 예쁜 건물들을 구경만 하지 말고, 전시회와 콘서트를 보고 삶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슈워츠먼 센터는 2026년 4월부터 헤드롱 극단, 노던 발레단 등과 협력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티븐 A. 슈워츠먼 인문학 센터(Stephen A. Schwarzman Centre for the Humanities). (사진=옥스퍼드 대학교 홈페이지)
스티븐 A. 슈워츠먼 인문학 센터(Stephen A. Schwarzman Centre for the Humanities). (사진=옥스퍼드 대학교 홈페이지)

■ 옥스퍼드의 과감한 베팅, 통할까? = 수십 년간 전 세계를 휩쓴 인문학 위기론 속에서, 옥스퍼드는 1억 8,500만 파운드(약 3천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는 인문학의 미래에 대한 옥스퍼드의 강력한 믿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건물은 영국에서 가장 큰 ‘패시브하우스(Passivhaus)’로, 난방과 냉방을 위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친환경 건축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인문학의 가치와 더불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추구하는 옥스퍼드 대학의 철학을 상징한다.

슈워츠먼 센터는 인문학이 고리타분한 과거의 학문이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갈 중요한 동력임을 증명하려는 옥스퍼드의 야심 찬 실험이다. 이 시도가 전 세계 인문학에 어떤 긍정적인 파장을 불러올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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