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20년 ‘천인계획’ 기술 유출 이어 다시 KAIST 교수 포섭 시도
국내 연구자 절반, 中 영입 제안받아… ‘천인계획’ 변종 프로그램도 확산
미국·유럽 등 악의적 해외인재 유치프로그램 제재 강화 … 한국은 공백

교육부는 지난 1월 ‘2023년 인문사회·이공분야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이공계 분야의 학문후속세대 지원, 대학연구기반 구축, 학문균형발전 지원 강화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오히려 교육부의 이공계 연구 지원 예산은 감축됐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국내 과학기술 분야 주요기관인 KAIST 교수진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기술 포섭 시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제도적으로 연구기관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해외인재 유출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과학기술 분야 주요기관인 KAIST 교수진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기술 포섭 시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제도적으로 연구기관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의원이 KAIST로부터 제출받은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 KAIST 교수 149명이 ‘중국의 글로벌 우수 과학자 초청 사업’이라는 제목의 동일한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해외 우수 인재를 초청한다”며 “연간 200만 위안(약 4억 원)의 급여와 주택·자녀 학자금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KAIST 연구보안팀은 이를 신고받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으며, 국가정보원은 전국 주요 대학과 출연연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유사 사례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KAIST는 모든 교수에게 “중국발 인재 유치 이메일이 대량 유통되고 있다”며 즉시 신고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국정원은 이를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 이른바 ‘천인계획(Thousand Talents Plan)’의 변종 형태로 판단했다. 단순한 인재유치 프로그램이 아니라, 중국이 해외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포섭 공정이라는 것이다.

앞서 2020년 ‘천인계획’ 참여자인 KAIST 교수가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하다 적발된 바 있다. 하지만 ‘천인계획’이라는 이름이 사라진 이후에도 포섭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Foreign Expert Project’, ‘Qiming’, ‘China Talent Innovation Hub’ 등 새로운 이름을 내건 변종 프로그램이 등장해 동일한 방식으로 국내 연구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ST 연구보안팀 역시 유사한 형태의 이메일이 매달 2~3건씩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KAIST는 강제 조사권이 없고 교수 개인이 신고하지 않아도 제재할 근거가 없어 구조적으로 대응이 어렵다. 제도적으로 연구기관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원 200명 중 123명(61.5%)이 최근 5년 내 해외 연구기관의 영입 제안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52명(42%)은 실제 해외로 이주했거나 제안을 검토 중이며, 영입 제안의 82.9%가 중국으로부터 온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이미 이런 기술 유출 시도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악의적 해외인재유치프로그램(Malign Foreign Talent Recruitment Programs)’에 참여한 연구자에 대해 연방 연구비 지원 제한 등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해외 기관 소속 및 보조금 수령 이력 공개를 의무화했다.

영국은 「National Security and Investment Act」에 따라 해외 기관과의 협력 시 정부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Foreign Interference in Research Framework」를 통해 외국 정부 또는 기관의 개입 위험이 있는 연구협력에 대해 사전 위험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수 자율 신고와 내부 경고 수준에 그쳐,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이에 최수진 의원은 연구과제 보안등급 세분화와 연구보안 전담조직 설치 근거를 담아 현장에서 실질적인 보안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국가연구개발 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최 의원은 “국내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해외의 기술 탈취 시도는 더욱 노골화될 것”이라며 “연구 보안이 곧 국가 보안인 만큼, ‘국가연구개발 혁신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연구기관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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