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글로컬랩 사업, R&D 중심서 국가안보 연구로 확장
국민대·고려대 세종·강원대 협력… AI 보안, 암호기술 연구
기술 지키는 대학으로 성장… ‘산·학·연·군’ 협력 모델 제시

국민대, 고려대 세종캠퍼스, 강원대 등 교육부 글로컬랩 방산기술보호연구소 컨소시엄 참여대학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국민대)
국민대, 고려대 세종캠퍼스, 강원대 등 교육부 글로컬랩 방산기술보호연구소 컨소시엄 참여대학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국민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국가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의 무대가 안보로 옮겨가고 있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글로컬랩(Glocal Lab) 사업이 방위산업 기술 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첫 사례가 등장하면서다. 국민대에 글로컬랩 방산기술보호연구소가 최근 개소한 것이다. 국가 전략기술 보안 체계에서도 대학 중심의 연구거점이 구축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민대는 교육부 글로컬랩 사업에 선정돼 방산기술보호연구소를 공식 개소했다. 국민대 국방사이버전자전연구소를 주관기관으로, 고려대 세종캠퍼스와 강원대가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연구 규모는 향후 9년간 총 216억 원에 달한다. 연구소는 인공지능(AI) 기반 위협 탐지, 차세대 암호기술, 물리·사이버 복합 방산 보안 체계 구축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기술 보호 연구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승렬 국민대 총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기술을 지키는 일은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며 “지금은 총이나 탱크보다 기술이 더 중요한 시대다. 대학이 새로운 안보의 중심이 돼 우리 기술이 해외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지식의 방패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동국 국민대 방산기술보호연구소장도 “사이버 공격과 해킹 등 보이지 않는 전쟁이 늘어나고 있다”며 “보안 위협으로부터 국가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한 종합 연구기지로 만들겠다. AI와 암호기술을 이용해 사이버와 물리 보안을 함께 다루는 통합 방산 보안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해외로 방산기술이 유출되는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확인된 방산기술 유출 사고만 총 37건에 달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방향으로 국가 전략 역시 전환되고 있는 만큼 대학이 향후 맡게 될 역할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학 연구소가 기술을 만들면서 동시에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새로운 안보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특히 국민대의 경우 이미 사이버전자전연구소 등을 운영하며 국방과 보안 분야 연구에 강점을 가진 대학이란 점도 기대를 높이는 대목이다. 국민대는 AI 보안, 디지털 암호화, 전자전 대응 기술 등 첨단 분야를 연구하며 군과 산업계가 함께 협력하는 실전형 연구를 꾸준히 이어왔다. 보이지 않는 사이버전 전장을 연구하는 대학 연구소 역할을 해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민대의 기존 역량에 다른 대학들의 전문성을 더한 게 이번 방산기술보호연구소라고 해석한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암호기술과 보안 알고리즘 연구로 잘 알려져 있고 강원대는 여러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융합보안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들 대학이 힘을 모으면서 기술을 만드는 대학, 보안을 연구하는 대학, 시스템을 통합하는 대학 등 협력 시스템이 갖춰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동국 소장은 “기술 개발과 보안 관리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을 얼마나 길러내느냐가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게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은 앞으로 더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이어 “연구소는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자 미래 안보 전문가를 길러내는 핵심이 될 것”이라며 “학생들이 10년 뒤 국방기술을 지키는 사람들로 현장에 서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향후 산·학·연·군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민대 연구소처럼 산학연군 등 네 영역이 한 데 엮여 움직이는 사례는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보기 드물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후정 777사령부 신호기술연구소장은 “방산기술은 그동안 군과 기업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학이 기술 연구와 인재 양성을 동시에 맡으며 실질적인 협력의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며 “민간 연구기관이나 대학이 군사기술 보호를 주도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이번 국민대 연구소가 우리나라 기술보호와 국방보안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모델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 소장은 이어 “앞으로 대학이 가진 기술력과 연구 인프라가 군의 실전 경험, 산업계의 데이터, 정부의 정책과 만나면 훨씬 탄탄한 보안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민대 연구소가 첫 단추를 잘 꿰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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