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사 설문조사 결과, 고등학생 10명 중 9명, AI로 수행평가 준비
학생들 AI 결과물 80%는 ‘절반 이상 수정’, 베끼기 넘어 자신의 생각 담아
AI 활용 가속화, 교원 ‘데이터 기반 평가’ 및 ‘윤리적 활용 지도’ 역량 요구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교수학습 활용 가이드라인을 보고 있는 전북대 학생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교수학습 활용 가이드라인을 보고 있는 학생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대중화가 고등학교 교육 현장의 학습 방식과 평가 패러다임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단순한 자료 검색을 넘어 학교 생활 전반, 특히 수행평가 준비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고등학생들에게 일상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AI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AI 결과물에 대한 단순 감별을 넘어 학생들의 탐구의 깊이와 차별성을 변별해 낼 수 있는 교원의 평가 역량 강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AI, 수행평가 준비 ‘1순위 도구’로 자리매김 = 진학사가 전국 고등학생 3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고등학생 대다수가 수행평가 준비 시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6.6%가 “AI를 활용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사실상 AI 활용이 고등학생들의 필수적인 학습 도구가 됐음을 보여준다.

고등학생들은 ‘수행평가·생기부 준비 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수단’으로 58.4%가 AI를 꼽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검색 엔진(20.8%)이나 논문·자료 사이트(10.5%)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과거 검색 엔진 중심의 자료 수집 방식에서 AI를 주요 수단으로, 검색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양상으로 학습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자료=진학사)
(자료=진학사)

특히,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한 고등학생 중 “매번 사용한다”(31.3%)와 “대부분 사용한다”(46.7%)는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의 학생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 단순 베끼기는 지양…AI 결과물 ‘깊이와 차별성’으로 승부 = AI 활용이 일상화됐다고 해서 학생들이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 대부분은 AI 결과물을 활용하기 전에 수정 및 보완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80%가 AI 결과물을 활용하기 전 ‘절반 이상’ 수정·보완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절반 정도 수정한다’(39%), ‘대부분 수정한다’(37%), ‘전부 새로 쓴다’(4%)의 합산 결과다. AI 결과물을 ‘거의 수정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해, AI를 그대로 베끼는 이른바 ‘복붙(복사·붙여넣기)’ 형태의 활용은 드물다는 점을 시사한다.

학생들이 AI 결과물을 수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의견·관점·독창성 반영’(99건)이었다. 즉, AI가 제공하는 일반적인 내용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탐구의 차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다음으로 많은 이유가 ‘학교 평가를 의식’(95건)하는 것으로 나타나, 학생들이 생성형 AI 사용에 따른 감점 가능성을 우려해 평가 기준에 맞춰 신중하게 활용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생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생성형 AI의 대중화는 탐구의 기본 수준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며 “결국 이제는 단순한 활동의 양이나 분량을 나열하는 것보다 탐구의 깊이와 차별성이 학생의 변별력을 좌우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학생들의 수정 이유에서 보이듯, 우 소장은 “AI가 제안하는 주제나 초안은 아무래도 다소 일반적이거나 유사한 경우가 많다”면서 “학생들이 AI 결과물을 그대로 쓰기보다 자신의 시각과 관점을 반영해 수정·보완하는 경향이 뚜렷하며, 이러한 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AI 시대, 교원의 ‘탐구적 평가 역량’ 확보가 관건 = 고교학점제 도입과 AI 활용의 가속화는 학생부의 중요성을 더욱 키우고 있으며, 이에 따라 AI를 활용한 과제를 평가하는 교원의 역량은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학생들의 탐구가 AI를 통해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교사는 AI가 만든 결과물과 학생의 진정한 역량을 구별해낼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교육정책 연구기관의 A 연구위원은 “AI 시대의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AI가 생성한 학습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의 성취 수준을 진단하는 데이터 기반 평가 설계 역량이 필수적”이라며 “AI가 쉽게 만들어낼 수 없는,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요하는 실제적 학습 과제를 개발해 학생의 독창적인 시각 반영을 유도하는 능력이 교사에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사용이 허용된 과제에서 학생의 ‘재구성 및 수정·보완’ 수준을 정량적·정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준거(루브릭)를 정교하게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도 향후 교원의 핵심 역량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A 연구위원은 학생들의 AI 사용 시 감점 우려가 크다는 설문 결과를 언급하며, AI 윤리 및 저작권 문제 등을 교육하고 공정한 평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윤리 및 공정성 지도 역량 역시 시급히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교원 연수 시스템 전면 개편 시급…실질적 전문성 개발 지원해야 =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교육 당국과 학교는 교원의 AI 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서둘러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의 단편적인 AI 교육을 넘어, 실질적인 평가 역량 향상에 초점을 맞춘 교원 연수 시스템의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AI 활용 교육 경험이 있는 교사들의 요구도 분석을 바탕으로, 데이터 활용, 개별화 학습 설계, 실제적 학습 설계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교원 전문성 개발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지원하고, 국제 바칼로레아(IB) 평가와 같이 정교한 평가 준거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도권 교육대학의 B 교수는 “교사들이 AI와 에듀테크 정보를 증거 기반으로 얻고, 맞춤형 교육 지원 플랫폼을 구축해 평가 혁신을 위한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AI 도구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AI가 만들어내는 학생 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학습 성과를 정밀하게 평가하는 역량을 키우도록 정부 차원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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