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최근 10년간 19명 해외 이직… 미국·중국·유럽권 집중
글로컬大·라이즈 등 비수도권 중심 지원정책에 수도권 연구력 흔들
전문가들 “국가 연구생태계 위기… 인재 유출 막는 제도 설계해야”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서울대 교수들의 해외 이직이 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미국과 중국, 노르웨이 등 연구 환경이 우수한 국가에 집중되는 경향도 확인됐다. 국내 최고 연구중심대학인 서울대조차 핵심 인재를 붙잡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교육계에선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나 글로컬대학30 등 고등교육 재정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하는 정책이 오히려 수도권의 연구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등 수도권 연구중심대학 교수들의 잇따른 해외 이직이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분산 정책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시행된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과 올해부터 전국으로 본격화된 라이즈(RISE) 정책이 비수도권 지방대로 연구 자원과 예산을 집중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수도권 대학의 연구 인프라와 인력 관리 여건이 취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균형 발전을 내세워 대학 재정지원을 지역으로 옮기는 동안 정작 수도권 핵심 대학의 연구현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글로컬대학 사업은 전국에서 30곳의 대학을 뽑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 대학당 5년간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한다. 정부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대학을 해당 지역의 산업과 연계한 혁신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문제는 수도권 대학은 글로컬대학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비수도권 중심 배분이라는 원칙 때문이다. 이에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등 수도권의 주요 연구중심대학들은 아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 재정이 지방으로 몰리면서 수도권 대학의 연구 여건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A씨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연구 성과보다 보고서 제출이 더 중요한 분위기라서 행정 부담이 크다”며 “인센티브나 보상 체계도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해외 대학에서 좋은 조건으로 제안이 오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정부가 지방 살리기를 명분으로 추진하는 정책이 수도권의 연구 생태계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체감될 때가 많다”며 “지역 ‘균형 붕괴’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본지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받은 통계를 보면, 최근 서울대에서 해외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교수는 무려 19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미국·영국 대학으로 옮겼고 나머지는 중국·홍콩·노르웨이 등 연구 환경이 뛰어난 곳으로 이동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 이직 사유로는 연구 지원의 한계(42%)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교수들이 연구 아이디어를 추진하고 싶어도 예산과 인력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어 성과 중심 행정 부담(31%), 보상·승진 체계의 불합리(15%) 등이 꼽혔다. 행정 문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현실과 연구 성과가 있어도 승진이나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B씨는 통화에서 “정부가 지방대 살리기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은 상대적으로 재정과 인력 면에서 사실상 구조조정 상태에 놓였다”며 “지방대도 어렵고 수도권 대학도 어렵게 됐다. 연구 생태계 전체가 약화하는 균형 발전의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교수 A씨도 “정부가 지방대에 연구비를 몰아주는 것은 취지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연구자라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연구 환경이 불편하거나 행정이 복잡한 곳에 남으라고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균형 발전이라면 수도권 대학이 가진 연구 역량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수도권 대학의 기반이 약해지면 국가 전체의 연구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 연구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방대 지원이 단기적으론 성과를 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연구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려대 총장을 역임한 교육계 관계자는 본지에 “연구 생태계 전체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며 “정책의 목표가 균형 발전이라 하더라도 우수한 연구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지방대도 피해를 보게 된다. 연구는 연결망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재가 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며 “연구 생태계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경쟁력을 키우고 연구 인재가 떠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