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학기 대학생 83.3%가 PDF 스캔본 활용… ‘관행’ 굳어져
“불법복제, 합리적 가격·양질의 콘텐츠 플랫폼 등장 시 근절”
“‘어도비’ 처럼 국내 독서 플랫폼과 연결해 교재 제공해야”

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디지털 출판물 불법복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소현 기자)
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디지털 출판물 불법복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소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대학 교재 불법복제가 일상적 관행으로 굳어지며 출판계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국내 독서 플랫폼과 업무협약을 맺고 B2U(Business to University) 방식으로 계약해 교재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디지털 출판물 불법복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출판계 관계자들은 “디지털 불법복제를 근절하기 위해 힘써왔지만, 출판 현장에서 체감하는 성과는 없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홍정표 한국학술출판협회 부회장은 “만연한 출판물 불법복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해지면서 출판사를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2024년 1학기 기준 대학생의 83.3%가 PDF 스캔본을 이용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수업이 보편화되며 종이 교재의 수요가 급감했고, 클라우드, SNS,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복제물이 다양하게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 출판계의 설명이다. 특히 ‘에브리타임’ 등 대학 커뮤니티는 폐쇄형으로 승인된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어 제대로 된 단속도 어려운 현실이다.

최낙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대학 관련 교재를 만드는 학술출판사가 무너지면 국내 대학들이 고도의 지식을 생산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며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지식을 담당하는 대학의 시스템이 붕괴되면 그 공간에는 외국 대학이 들어오고 식민지화될 수 있다는 위협 아래 국가 미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가운데 출판계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불법복제 근절을 위한 현실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병훈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소리바다가 무너진 것은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학의 교육 방식도 강의식에서 프로젝트 수행 방식으로 바뀌었다. 교수라는 역할은 이제 강의자가 아닌, 운영자에 가깝다”며 “기존의 교재 역시 새롭게 변화된 수업 방식에 적절한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학술출판은 보존 가치가 높으므로 전자책과 디지털 콘텐츠에 더욱 적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다 과감한 구조적 개편을 통해 변화한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민우 뉴스페이퍼 대표는 “지금 출판계에 필요한 것은 종이책이라는 명백한 한계를 지닌 시스템을 대신할 실질적인 개편이다. 멜론, 스포티파이 등의 플랫폼과 같이 바이러스 걱정 없이 콘텐츠를 합리적인 비용과 고품질로 즐길 수 있을 때 불법복제는 사라진다”며 “정부와 대학이 불확실한 플랫폼 구축에 R&D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그 예산을 기존 구독 플랫폼과의 B2U 계약으로 전환하길 제안한다. 학기마다 필요한 전공·교양서적을 국내 독서 플랫폼과 연간 라이선스로 공급받도록 MOU나 협의를 추진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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