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억 세종대 석좌교수, 세종대 아시아 200위권→40위권 도약 기여… “교수 평가·연구 중심 구조 개편이 핵심”
“지역 기반·중소형 대학도 ‘작지만 강한 연구대학’ 가능… 방향성과 실행력이 대학 랭킹 승부 좌우”

지난달 세종대에서 만난 김승억 석좌교수. 김 교수는 “세계대학순위 상승을 위해선 교수진 역량과 제도 효율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윤채빈 기자)
지난달 세종대에서 만난 김승억 석좌교수. 김 교수는 “세계대학순위 상승을 위해선 교수진 역량과 제도 효율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윤채빈 기자)

[한국대학신문 윤채빈 기자] 지난 4일 영국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2026 QS 아시아 대학 순위(QS World University Rankings: Asia)’를 공개했다. 발표에서 연세대는 아시아 11위로, 국내 대학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어 고려대(12위), 성균관대(16위), 서울대(17위), 포항공대(18위), 한양대(20위)가 뒤따르며, 국내 6개 대학이 아시아 톱 20위에 안착했다. 작년보다 2계단 떨어진 연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작년보다 순위가 유지됐거나 소폭 올랐다.

하지만 아시아 톱10 성적표만 놓고 보면 중국과 싱가포르 대학이 독식하고 있어, 한국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학 다수가 중대형 수도권 사립대학이라는 점에서, 지역 기반·중소형 대학들의 상위권 진입을 위한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세종대를 아시아 200위권에서 40위권으로 끌어올린 주역, 김승억 세종대 석좌교수(전 부총장·기획처장)를 만나 세계대학랭킹 향상 전략과 한국 대학의 나아갈 길에 대해 들었다. 김 교수는 최근 저서 《대학 랭킹 향상 전략》을 펴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대학 랭킹 향상 전략》을 쓰게 된 계기를 소개해 준다면.
“세종대학교에서 공과대학 학장, 기획처장, 부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세종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세종대의 제도 혁신과 평가 지표 개선 등을 실질적으로 총괄했고, 세종대가 아시아 대학 랭킹 200~250위권에서 40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 대학 랭킹은 단순한 순위를 넘어 대학의 근본적 경쟁력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어디서부터 무엇을 바꿔야 할지’ 막막해하는 현실을 목격해왔다. 그래서 주요 대학의 랭킹 구조를 분석하고, 실질적인 실행 전략을 제시해 대학들이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고자 《대학 랭킹 향상 전략》을 집필했다.

이 책이 우리나라의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또한 세종대가 대학 랭킹에서 큰 폭으로 도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그 변화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 이 책을 통해 세종대의 달라진 위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대학마다 특성과 교수진 역량, 랭킹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지표별 목표나 최적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세종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셨다. 당시 책임자로서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과제는 무엇이었는지.
“2009년 세종대학교 공과대학 학장으로 재직할 당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한 과제는 교수 업적 평가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일이었다. 당시 승진 기준이 낮았고 학과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학과 특성에 따라 승진 기준을 2~4배 차등 상향하고 질적 기준을 강화했다. SCI(E) 논문 등 객관적이고 계량화된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새롭게 정립했고, 이를 교수의 재임용·승진·성과급 등에 직접 연동시켰다. 단순한 제도 개혁이 아니라, 교수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였다.”

-최근 대학 평가에서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보는 국내 대학은 어디인가.
“세계대학평가 기관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THE(타임즈고등교육) 기준으로 설명하면 서울대, KAIST, 연세대, 성균관대, POSTECH은 국내 대학 중 최상위권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는 전통과 규모, 우수한 인재 유치력을 기반으로 한 학문적 위상이 확고하며, KAIST와 POSTECH은 이공계 특성화 연구중심대학으로서 국제 공동연구, 피인용 수, 논문의 질적 영향력 등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는 사립대학 중에서도 지표 관리 체계와 글로벌 전략 실행력이 가장 뛰어난 대학으로 꼽히며, 지속적인 랭킹 유지와 개선이 가능한 구조를 내재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려대, 경희대, 한양대도 전통적 강자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려대는 산학협력·국제화·연구성과 지표 전반에서 전략적 접근을 통해 랭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경희대는 의학·한의학 분야의 특성화된 역량과 인문사회 분야의 균형 있는 성장으로 다양한 평가 기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한양대는 특히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한 높은 논문 생산성과 산학협력 지표,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등을 통해 국내외 랭킹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한편, UNIST와 세종대학교는 최근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 강자로 주목된다. UNIST는 과학기술 기반의 젊은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논문 피인용 수, 국제 공동연구 비중, 연구비 수주 등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 세종대는 이공 분야에 집중 투자한 결과, 논문 피인용 수 국내 1위를 달성하는 등 탁월한 연구성과를 통해 높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THE, QS, ARWU, U.S. News 등 세계대학랭킹의 평가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세계 대학랭킹은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외부 평가 지표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THE(Times Higher Education), QS(Quacquarelli Symonds), ARWU(상하이랭킹), U.S. News & World Report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인용되고 있으며, 각기 다른 철학과 평가 방식을 갖고 있다.

우선 THE는 연구와 교육의 균형을 중요하게 보는 평가 체계다. 평가 항목은 연구의 질, 교육, 연구환경, 국제화, 산학연계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논문 피인용도와 연구성과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즉, 대학의 ‘질적 연구 영향력’을 중시하며, 국제공동연구와 연구의 파급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한다. 또한 산학협력 수익을 별도의 지표로 포함해 산업계와의 연계 역량까지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QS는 세계적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에 더 큰 비중을 둔다. 학계 평판(30%)과 졸업생 평판(15%) 등 평판 조사가 전체 평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전통적인 명문대학이 유리한 구조다.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 국제공동연구 비중 등 국제화 지표에도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QS는 대학의 실제 역량보다는 ‘외부 인식도’가 랭킹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평가로 볼 수 있다.

ARWU(상하이랭킹)은 객관적 정량지표 중심의 평가로, 피인용 논문 수, SCI급 논문 수, 노벨상·필즈상 수상자 수, 고피인용자 수 등 총량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평판조사는 포함하지 않으며, 이 때문에 이공계·의과대학 중심의 대형 연구중심대학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인문사회 중심 대학이나 신흥대학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실적’만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상위권 고착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U.S. News & World Report는 세분화된 연구성과 중심의 평가를 특징으로 한다. 글로벌 및 지역 연구 평판을 일부 반영하되, 논문 수, 피인용 수, 고피인용 논문 비율, 국제공동연구 비중 등 정량적 지표를 세밀하게 측정해 점수를 산정한다.

요약하자면, THE는 ‘연구 영향력 중심의 균형형 평가’, QS는 ‘평판 중심의 브랜드 평가’, ARWU는 ‘총량 기반의 최고 수준 연구 평가’, U.S. News는 ‘세분화된 연구성과 평가’로 성격이 구분된다. 각 대학은 자교의 강점과 특성에 맞춰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미국·중국 등 세계 랭킹 상위 대학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세계 대학 랭킹 상위권에 자리한 미국과 중국 대학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규모’나 ‘역사’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글로벌 지향성·탁월한 연구 환경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에 있다.

먼저 미국의 상위권 대학들(하버드, MIT, 스탠퍼드, UC버클리 등)은 전통적 명성 위에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막강한 민간·공공 재원 유치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버드는 세계적 연구자와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하며, 기부금만으로도 중견국가 수준의 연구비를 운용한다. MIT는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산학 융합형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가 THE·ARWU 등 연구 중심 평가에서 높은 점수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미국 대학들은 국제 공동연구, 논문 피인용도, 고피인용 연구자 수 등 주요 지표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인다.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글로벌 스칼라십과 우주·AI·바이오·기후기술 등 차세대 연구분야 선점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반면 중국의 상위권 대학들(칭화대, 베이징대 등)은 국가 주도의 집중 육성 정책 아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쌍일류(雙一流)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비·인프라·교수진 규모 등 정량지표를 단기간에 크게 끌어올렸고, 실제로 ARWU나 U.S. News 등 정량 평가 중심 랭킹에서 급상승했다. 중국 대학의 특징은 중앙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정책형 경쟁력 확보에 있는 것이다. 특히 국가 연구비가 이공계 전략기술 분야에 집중되면서, 교수당 연구비·논문 수·대학원생 배출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그렇다면 한국 대학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보나.
“한국 대학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단기)과 역량 강화(중장기)라는 두 축이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

단기 전략은 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 제도는 실행 가능성이 높고, 조직 변화를 빠르게 유도할 수 있는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수 업적 평가제도를 연구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승진 및 인센티브 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또한 국제화 지표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구성원의 참여와 동기부여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적 정비는 성과 기반의 투명한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구성원이 연구와 교육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핵심적이다.

장기 전략은 대학의 본질적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제도가 아무리 잘 설계돼도 실제 변화를 이끌 주체는 ‘사람’, 다시 말해 교수진이다. 따라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가진 교수진을 확보하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신진 연구자의 전략적 영입 △기존 교수의 연구 여건 보장 △글로벌 공동연구 활성화 △대학원 중심의 연구 역량 집중 투자 등이 필요하다. 또한 대학의 디지털 전환, 연구소 체계 고도화, 글로벌 평판도 제고를 위한 브랜딩 전략도 장기적 관점에서 병행돼야 한다.

결국 대학 경쟁력 강화는 단기 제도개선으로 기반을 다지고, 장기적으로 사람과 역량을 키워 체질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이 두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추진될 때, 한국 대학은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 교수는 “대학 경쟁력은 단기 제도개선과 중장기 역량 강화가 균형 있게 추진될 때 비로소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윤채빈 기자)
김 교수는 “대학 경쟁력은 단기 제도개선과 중장기 역량 강화가 균형 있게 추진될 때 비로소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윤채빈 기자)

-주로 대형 연구중심대학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중소형·지역 대학이 랭킹에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은.
“중소형 대학이나 지역 기반 대학이 세계 랭킹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전환’이라는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세계 대학 랭킹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연구 역량에 매우 높은 비중을 두고 평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THE, QS, ARWU, U.S. News 등 주요 랭킹 기관 모두 논문 수, 피인용도, 연구 수입 등을 핵심 지표로 삼고 있는 것이 사실로써 연구중심대학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THE, QS, 및 U.S. News 평가에서는 대부분 ‘비율 기반’의 정량적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단순히 규모가 큰 대학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ARWU 평가에서는 총량을 기반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대형 대학이 유리하다. 그런데 평판도(academic reputation, employer reputation) 부문은 대형 대학이나 전통 명문 대학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하다. 이 평판도는 짧은 기간에 개선하기 어렵고, 누적된 브랜드 이미지와 졸업생 네트워크, 언론 노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중소형 대학 입장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중소형 대학이나 지역 기반 대학은 무엇보다도 대학의 재단과 총장, 그리고 핵심 리더십의 전략적 결단이 우선돼야 하며,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제도와 자원의 구조적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교수 평가체계를 교육중심에서 연구중심으로 개편하고, 연구시간 확보를 위한 강의 부담 조정, 연구실적 기반의 인센티브 설계, 우수 연구자 영입을 위한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 또한 대학본부의 정보 분석 기능을 강화해 주요 랭킹 지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외부로 전달되는 대학 정보를 국제 기준에 맞게 조정하는 것도 단기적 대응 전략으로 효과적이다.

결국 중소형 대학이라도 ‘작지만 강한 연구 특화형 대학’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이에 부합하는 전략적 선택과 실행력을 갖춘다면 세계 대학 랭킹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도약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방향성과 일관된 추진력이다.”

-대학 랭킹이 실제 입시나 고등교육 현장에서는 체감도가 낮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리 있는 이야기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대학 랭킹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가고 싶은 대학’이나 ‘학생·학부모가 선호하는 대학’으로 직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 대학 순위가 오랜 기간 동안 입시 위주로 고착화된 결과이며, 그 인식을 깨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 점은 지난 10년여간 랭킹이 급격히 상승한 세종대 등 일부 대학이 겪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런 반면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을 선택할 때 세계대학랭킹을 주로 참조해 대학을 선택하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의 입학에는 대학랭킹이 직접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세계 대학 랭킹은 연구 중심의 평가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부 교육의 질이나 학생 체감도와 직접 연결되기에는 거리감이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 중심의 지표가 교육에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특히 대학원 교육의 질에는 직접 영향을 미치며, 국제 공동 연구, 교수진의 최신 연구 성과는 학부 교육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교육의 깊이와 학문의 최신성, 학생의 진로 다양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연구 인프라가 탄탄해지면 학부생도 연구 프로젝트나 산학협력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이는 장기적으로 학생 경쟁력 강화와 진로 선택의 다양성에도 도움이 된다.

결국, 대학 랭킹은 ‘교육’과 직접적 연관은 다소 약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교육의 깊이를 확장시킬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랭킹 상승을 목표로 단기적·양적 성과에만 집중할 때, 대학이 겪게 될 부작용은.
“대학은 단기적인 수치 개선에만 집중한 나머지 교육과 연구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양적 성과 중심의 논문 생산이다. 국제 논문 수를 빠르게 늘리기 위해 실질적 학문 기여보다는 단기 성과에 치중할 경우, 결국 연구의 질이 저하되고 학계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교수 업적 평가가 연구 실적에만 편중되면, 교육·봉사·학생 지도 등 대학의 중요한 기능이 소홀히 다뤄질 수 있다. 그 결과 강의의 질이 떨어지고 교수-학생 간 상호작용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해,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 정체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결국 대학 랭킹은 전략적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가 돼서는 안 된다. 랭킹 상승을 추구하되, 질적 성과와 지속 가능성, 구성원 간 신뢰와 참여를 함께 구축하는 건강한 구조 속에서 접근할 때만이 대학의 본질적 경쟁력과 공공적 가치가 함께 높아질 것이다.”

-앞으로 세계대학랭킹이 고등교육·학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나.
“대학 운영이 데이터 기반의 목표 지향적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세계대학랭킹은 단순한 순위 경쟁을 넘어, 대학이 어떤 전략과 방향성을 추구해야 할지를 구체적인 수치와 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논문 수, 피인용 지수, 국제 공동연구 비율,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 등의 수치가 대학의 명성과 랭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학은 막연한 비전이 아닌 구체적인 목표 수립과 실행 전략 수립에 집중하게 된다. 결국 대학 전체가 ‘목표 지향적·데이터 중심적’으로 운영되는 방향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경쟁 무대는 지역에서 글로벌로 확장될 것이다. 세계대학랭킹의 영향력 확대는 대학들이 더 이상 지역 또는 국가 단위 경쟁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을 필수적으로 고려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는 단지 국제 랭킹 상승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대학의 생존과 도약을 위한 전략적 방향이 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대학들이 영어 강의 확대, 외국인 교수 채용, 해외 유학생 유치, 국제 공동연구, 글로벌 산학협력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심지어 해외 캠퍼스 운영이나 이중학위 제도 도입 등 파격적인 시도도 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대학의 교육 방식, 연구 협력 구조, 심지어 행정 시스템까지 국제 기준에 맞춰 재편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결국 지역 중심의 교육기관에서 세계 지식 네트워크의 중심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고등교육의 본질적인 역할과 책임까지 확장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학문 생태계의 양극화 심화도 우려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랭킹은 본질적으로 연구성과와 영향력, 국제적 연결성, 평판도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자원이 풍부한 대학이 유리한 구조다. 반면, 중소형 대학이나 지역 기반 대학은 동일한 평가지표를 충족시키기 어렵고, 이에 따라 자원 배분과 인재 유치, 국제적 협력 등에서 점점 더 소외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따라서 랭킹을 추구하되, 대학의 정체성과 특성화 전략을 중심으로 자율성과 다양성을 지켜내는 균형 있는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대학랭킹은 고등교육의 방향과 구조를 재편하는 거대한 물줄기와 같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학의 미래와 고등교육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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