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 선택권·진로 탐색 도움에 ‘부정적’ 답변 70% 넘어…제도 취지 무색
과목 선택 기준은 ‘대입 유불리’ 68% 압도적…본래 목적 ‘진로 적성’ 밀려
학점제 상담 60% ‘사교육’ 의존…공교육 책임론 부상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가 실제 경험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에게서 혹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제도의 핵심 취지인 '과목 선택권 확대'나 '진로 적성 탐색'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으며, 과목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대입 유불리'를 꼽아 학점제가 당초 목적과는 달리 입시 중심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이 지난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고1 학생 470명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고교학점제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 고교학점제 1학기 경험…만족도 ‘안 좋다’ 75.5% 압도적 = 설문 결과에 따르면, 고교학점제를 한 학기 경험한 학생들의 제도 만족도는 극도로 낮았다. 응답자의 75.5%가 고교학점제에 대해 “안 좋다” 또는 “매우 안 좋다”고 평가했으며, 특히 “매우 안 좋다”는 응답이 35.1%에 달해 학생들의 체감 불만족도가 심각함을 시사했다. 반면, “좋다” 또는 “매우 좋다”는 긍정 평가는 단 4.3%에 그쳐 만족도 측면에서 공교육의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설문에서 ‘고교학점제를 통한 과목 선택권이 충분히 주어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67.0%가 “아니다”라고 응답했으며, ‘향후 진로 적성 탐색 및 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76.6%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해, 제도가 학생들의 진로 설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과목 선택의 기준은 오직 ‘대입 유불리’…본래 목적 실종 우려 = 고교학점제 도입 배경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적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현실적인 과목 선택 기준은 이와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 과목 선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묻는 질문에 ‘대입 유불리’가 68.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당초 제도의 목적으로 제시됐던 ‘진로 및 적성’을 선택한 비율은 27.7%에 불과했다.
이처럼 학생 대다수가 과목 선택의 기준을 대입 성적 및 합격에 유리한 ‘입시’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고교학점제가 교육 혁신이라는 본래 취지 대신, 입시 경쟁의 또 다른 도구로 전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고교학점제가 학교 적응과 교우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서는 48.9%가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고교학점제로 인해 교실이 파편화되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부담이 가중되면서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감이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나타낸다.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은 5.3%에 그쳤다.
■ 고교학점제 상담, 공교육보다 ‘사교육’ 의존 심화 = 학생들이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가장 큰 도움을 받는 곳이 사교육 기관이라는 점 역시 교육 당국에 큰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설문에 응답한 고1 학생 중 56.4%가 고교학점제 관련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60.4%가 상담을 받은 곳으로 ‘학원 또는 컨설팅 업체(사교육)’를 꼽았으며, ‘선생님’으로부터 상담을 받았다는 응답은 26.4%에 불과했다. 고교학점제와 같은 복잡하고 중요한 제도에 대한 정보와 가이드가 공교육 시스템 내에서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학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에 따라 사교육 의존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현재 대학 또는 고교 현장에서 고교학점제 관련 충분한 정보 및 교육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부족하다”는 응답이 77.7%에 달했다. “충분하다”는 답변은 7.4%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교학점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실질적인 보장과 함께 대입 유불리에서 벗어나 진로 탐색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대입 제도와의 연계성을 시급히 재정비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대입에 대한 불안감 없이 학교 내에서 충분한 상담과 진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교육의 시스템과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