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학교 기획조정실 전략기획센터장

오세원 숭실대학교 기획조정실 전략기획센터장
오세원 숭실대학교 기획조정실 전략기획센터장

아이작 뉴턴이 1676년 로버트 훅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뉴턴이 사용했기 때문에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Google 학술검색’의 첫 화면에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아이작 뉴턴”이라고 명시되면서 더 큰 의미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 이래 가장 뛰어난 이론 물리학자로 추앙받는 스티븐 호킹은 그가 쓴 책의 제목을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라고 명명하며, 인류의 사상사와 정신사에 한 획을 그은 5명의 과학자에 대해 집필하기도 했다. 이 표현은 단순히 선배 과학자의 업적을 겸손하게 인정한 것이 아닌, 지식과 경험이 축적된 토대 위에서 새롭고 더 깊은 학문을 탐구하는 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학은 바로 그러한 ‘거인의 어깨’를 만들어 내고, 다음 세대가 그 위에서 더 높이 오를 수 있도록 돕는 장(場)이다. 대학의 주요 구성원인 교수와 직원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학생들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미래를 개척할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뉴턴이 선배 과학자들의 업적을 토대로 3법칙(제1법칙 관성의 법칙, 제2법칙 가속도의 법칙, 제3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정립했듯, 교수는 학문의 역사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살아있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히 교과서의 내용을 반복하는 강의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AI시대에 학생들은 정보에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지만, 그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 교수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교수의 역할은 단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지식의 맥락을 읽고 자신의 문제의식과 연결하는 법을 터득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 직원들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기획조정실의 직원들은 교육환경, 교육과정, 교육 방법 전반이 조화롭게 지원될 수 있는 인적, 물적 토대를 지원해야 하며, 관리처 직원들은 교육환경을 학생 친화적으로 개선하고, 학사팀의 직원들은 교육과정을 개편과 학사제도를 능동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들의 전문성과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학생들은 거인의 어깨에 높이 올라서려면 균형을 잡을 힘과 추락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대학생들은 지적 호기심과 더불어 자아 정체성, 불안·우울 및 강박증과 진로 미결정의 혼란을 동시에 경험한다. 교수는 강의실에서 지적 갈증을 해소해 주는 동시에 진로 고민을 들어주는 멘토가 돼야 한다. 고전이 된 교육학자 파울루 프레이리의 말처럼 교육은 “은행 예금이 아니라 대화”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질문을 던지고 피드백을 받아 기존의 상황을 극복할 때 더 성장한다. 대학 구성원들이 이런 학생의 목소리를 경청할 때, 교육은 기계적 과정을 넘어 인간적 성장으로 확장된다.

다시 뉴턴의 말을 되새겨 보자. 뉴턴의 메타포는 계층적 관계가 아닌 순환적 성장을 암시한다. 교수와 직원 역시 학생에게서 배우며 변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거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내포한다. 교수와 직원은 학생에게 과거의 어깨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들이 미래의 거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신뢰와 격려를 보태야 한다. 오늘날 대학이 직면한 AI혁명, 세대 갈등, 정체성 위기 속에서 교육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 어깨는 단단해야 하지만 유연해야 하며, 높아야 하지만 접근 가능해야 한다. 학생들이 그 위에 올라설 때, 비로소 우리는 함께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교수, 직원, 그리고 학생은 이 거대한 여정에서 이정표이자 동반자여야 한다. 교수와 직원의 어깨 위에 서 있는 학생들이 먼 훗일, 자신의 어깨를 다음 세대에게 내어주는 날이 오길 꿈꿔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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