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국내 대학 유일 ‘최고혁신상’… AI 스토리텔링 기술로 세계 주목
한서대, 7년 연속 혁신상 기록… 지역기업과 함께 글로벌 시장 문 두드려
전남대, 창업기업 ‘올더타임’ CES 진출…대학 창업, 산학협력 최전선으로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인 ‘CES 2026’ 무대에서 국내 대학들이 연이어 최고혁신상·혁신상을 휩쓸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무대로 여겨졌던 CES에서 대학들이 개발한 기술이 잇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게 되면서 산학협력과 창업 생태계가 글로벌 혁신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교육계를 중심으로 높아진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기업의 무대였던 CES가 대학들의 혁신 성과를 입증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대학 연구실에서 산학협력의 성과물로서의 혁신 기술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가천대는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스토리텔링 미디어파사드 ‘스토리싱크(STORYSYNC)’로 CES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받았다. CES 혁신상 중에서도 최고혁신상은 각 부문에서 단 한 작품에만 주어지는 상이다. 올해 수상 대학 중 최고혁신상은 가천대가 유일하다.
스토리싱크는 관람객의 SNS 이미지를 AI가 분석해 실시간으로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변환하고 이를 미디어파사드 형태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제주 지역 설화를 소재로, 지역성과 예술성을 구현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술 개발은 가천대 게임·영상학과와 인공지능학과가 수행했다. 현장 협업에는 미디어아트 기업 아트노바와 영상제작사 넥스텝스튜디오, 문화기술 기업 담가라 등이 참여했다. 특히 김정윤 가천대 게임·영상학과장, 정윤현 인공지능학과 교수 연구팀이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심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교육부의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사업(BRIDGE 3.0)을 통해 기술사업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며 “연구개발부터 기술검증, 기업협력, 상용화까지 전 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성과”라고 강조했다.
김정윤 가천대 게임·영상학과장도 “학생들과 연구원, 기업이 한 팀이 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세계적인 기술 전시회에서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 학과장은 이어 “학생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방식과 과정을 몸으로 배워 세계 무대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된 것”이라며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기술을 만들고, 결과를 시장에서 검증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AI와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전문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서대도 올해 CES에서 4개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한서대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총 28건의 혁신상을 받아 국내 대학 중 최다 기록을 세웠다.
한서대의 혁신상 수상작은 산업디자인학과 학생 창업기업 ‘심발스(SYMBALS)’의 공기 정화기 ‘에어디바이버(AIRDIVIBER)’와 ‘마이티아이러니(MightyIrony)’의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지팡이 ‘네비캐인(NaviCane)’ 등이다. 모두 한서대의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원스톱 기업지원 플랫폼을 통해 연구개발·디자인·마케팅 등 전 과정을 지원받았다.
김현성 한서대 산학부총장은 통화에서 “교수와 학생, 지역기업이 한 팀이 돼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발전시킨 결과”라며 “학생들의 창의성이 지역기업의 기술력과 함께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장은 이어 “대학은 지역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서대가 충남 지역의 기업들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들이 세계를 무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전남대도 창업기업의 CES 진출로 교육계 주목을 받았다. 전남대 창업중심대학사업단의 지원을 받은 창업기업 올더타임은 AI 기반 여성 안전 플랫폼 ‘더가이드(The Guide)’로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더가이드는 AI 위험 예측 엔진과 공감형 AI 상담가, 스마트 트래커 등을 탑재한 여성 안전 통합 플랫폼이다. 사용자의 위치와 행동 패턴을 학습해 위급 상황을 사전에 감지하고 버튼 한 번으로 SOS를 전송할 수 있다. 올더타임은 미국·일본·유럽 등 6개국과 협력 MOU를 체결하고 향후 노인·아동 등 안전 취약계층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윤성 전남대 창업중심대학사업단장은 본지에 “올더타임은 작은 아이디어로 출발했지만 교수진의 기술 지도와 대학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전시회 무대까지 나가게 됐다”며 “창업은 산학협력의 가장 앞단에 있다. 대학이 기업을 키우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의 산학협력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혁신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브릿지 3.0(BRIDGE 3.0) 사업과 라이즈(RISE), 창업중심대학사업 등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 중심을 잡아준 덕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석식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국내 대학들의 CES 수상은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일원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과거에는 기업이 시장을 만들고 대학은 연구만 했지만 지금은 대학이 기술 아이디어를 먼저 제시하는 흐름이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최 전 차관은 이어 “대학과 산업, 지역이 연결돼 성장하는 형태의 산학협력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대학이 개발한 기술의 상용화 지원을 강화하고 CES 등 국제 전시회에 참가해 해외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줘 성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