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홍규 오산대 총장
2025년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지방거점국립대의 교육·연구 여건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RISE 체계를 통한 지방대 경쟁력 제고를 국정과제로 확정했다. 이에 교육부는 2026년 거점국립대에 전년 대비 4777억 원 증액된 8733억 원, RISE 사업에 1993억 원 증액된 2조 1403억 원을 투입하고, 1190억 원(대학 850억 원, 전문대 340억 원)을 특성화 지원으로 추가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대학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믿는다. 다만 다른 대학의 입장에서 이는 자신들의 존립과 결부된 문제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정책 당국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2000년대에는 60만 명대였던 대학의 학령인구가 2025년 현재는 40만 명대로 떨어졌고, 2035년부터는 30만 명대로, 2038년부터는 20만 명대로 떨어지게 된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수도권 대학과 거점국립대가 아닌 대학들은 입학생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등교육생태계는 어떻게 될까? 김영삼 정부 이후 누구나 원하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만민 고등교육체제를 만들어 왔고, 사립대가 절대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사립대, 특히 지방 사립대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사립대에 대해서도 세밀하고 따뜻한 배려를 해야 건강한 고등교육생태계가 만들어 질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를 위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거점국립대 특성화 분야 지원에서 경쟁력 있는 지역 사립대에도 참여 기회를 줄 것을 제안한다. 사립대에도 거점국립대 보다 우위에 있는 분야가 있고, 지역 단위에서도 선의의 경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교육부 RISE 예산은 교수들의 교수역량과 학생들의 학습역량 제고에 최우선 투입하게 할 것을 제안한다. 15년 이상의 등록금 동결로 사립대의 재정 여건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대학혁신지원사업 등 정부지원사업비는 대학의 교육여건 개선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데 2025년부터 RIS, LINC 3.0, LiFE, HiVE, 지방대활성화 사업 등의 예산 2조 10억 원을 RISE로 통합 지원하면서 대학 입장에서는 사실상 예산이 삭감되는 결과가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생들의 역량 제고보다 더 시급한 것은 없다. 교육부 예산은 여기에 최우선 투입되고, 대학이 지역 및 지역산업에 기여하고 협력하는 활동 경비는 관련 중앙행정부처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이 정부조직법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본다.
셋째, 대학혁신지원사업비 등 교육부의 각종 재정 지원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 혁신에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줄 것을 제안한다. 지금과 같은 비교과활동 위주 사업 수행 구조에서는 정규교육과정이 소홀해 질 우려가 있다. 비교과활동들이 정규교육과정에 흡수되고, 정규교육과정이 학교 내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돼 지속성을 갖게 될 때 진정한 교육혁신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넷째, 충원율 평가에서 학령인구 급감, 외국인 유학생 증가, 대학별 구조개혁계획 등을 반영하는 탄력성 있는 평가 기준의 개발 및 적용을 제안한다. 법적으로 고등교육법과 대학설립·운영규정상 모집인원은 법정 최대 모집 가능 인원이고, 100% 충원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의 재정 능력과는 무관에게 충원율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많은 편법이 동원되고, 우수대학을 문제대학으로 낙인찍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대학의 잉여 교지와 교사(校舍)에 대한 적극적 활용 정책의 추진을 제안한다. 대학은 사회적 자본이다. 잉여 자원을 활용해 유치원, 어린이집, 특수학교, 대안교육기관, 직업훈련시설, 청소년시설, 노인시설, 박물관, 도서관, 공연장, 창업센터, 공공시설 등을 둘 수 있게 하면 대학도 살고 지역도 살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대학의 기능에 플랫폼 역할 추가를 제안한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고령 인력의 활용은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 대학은 사회적 공신력을 기반으로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묶어주고 연계해 사회적으로 유익한 다양한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2년 이상 계속 지원되는 사업비의 기금화를 적극 제안한다. 자금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는 단년도 회계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기금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가 대학에 많은 재정 지원을 해 왔지만, 그 효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 원인은 대학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 강화의 지원보다는 개별 사업을 위한 사업에 지원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이재명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이 성공하려면 본질에 천착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