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유담 교수 임용 ‘정량평가 명목’ 불공정 논란 확산
국회·교육계 “자율성 명분으로 불투명한 심사 구조 바꿔야”
교육부 “자율성 존중하되 실태 점검할 것” 제도 검토 착수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국립대 교수 임용의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인천대가 정량평가를 명목으로 진행한 교수 채용에서 전공·경력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올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서도 교육부에 국립대 교수 채용 실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교육계 역시 현행 제도가 대학 자율성을 내세워 불투명한 심사 구조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인 11일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인천대의 유담 교수 임용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국립대 교수 임용이 정량평가를 빌미로 정성평가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천대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석·박사 과정을 국제경영 전공으로 이수한 사람에게 학력 가산점을 줬다”고 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실제로는 국제경영이 아닌 일반경영학을 전공한 유담 교수가 학력 평가에서 최고점(만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인천대는 “국제경영 과목을 강의한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경력 점수를 높게 줬다”고도 했다. 하지만 유 교수의 강의 이력은 석사과정 시절 한 학기당 한 과목씩, 두 차례에 불과했다. 정규학기 강의는 단 한 번뿐이었다. 그는 국제경영 강의 경험 부문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반면 다른 지원자들은 7명이 여러 학기 동안 국제경영 관련 과목을 꾸준히 가르친 경력이 있었지만 유 교수를 포함한 단 3명만이 만점을 받았다.
교육계에선 대학이 서류상으로 밝힌 평가 기준과 실제 결과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특정 지원자에게 유리하게 점수를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량평가라고 하면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며 “불투명한 평가 방식은 국립대 교수 채용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현장에선 실제 임용 과정에서 주관적인 판단과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너무 많다는 목소리가 높다. 심사위원의 마음이나 내부 분위기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교무처장 A씨는 통화에서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며 “대학이 제멋대로 기준을 정하고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만 내세운다면 책임지는 곳은 아무 데도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도 “교육부가 정량평가를 표방하면서 실제 운영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며 “담당자나 심사위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학 자율성 명분 아래 제각각… 심사 기준 없는 임용 절차 =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립대 교수 임용은 현행 ‘고등교육법’과 ‘국립학교설치령’에 따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심사 방식이나 세부 기준을 운영한다. 교육부도 ‘전임교원 신규임용 지침’을 통해 기본적인 절차만 제시한다. 결국 어느 항목에 몇 점을 주고 어떤 기준으로 만점을 줄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게 되는 것이다.
교수 채용은 통상적으로 1차 서류심사에서 지원자의 연구논문, 강의경력 등을 수치로 환산해 점수를 매기는 정량평가로, 2차 면접에서 인성, 강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정성평가로 구분된다.
서울 사립대 교무처장 A씨는 “정성평가 단계에서 심사위원의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작용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대학마다 기준이 달라지고 누가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정한 공통 기준과 투명한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 국립대 교무처장 B씨는 “(반대로) 정량평가 항목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공정하다고도 보긴 힘들다. 논문 수 등 수치가 높다고 좋은 교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면서도 “문제는 정량평가의 이러한 점을 보완한다면서 정성평가를 자의적으로 적용하니 심사의 객관성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립대의 임용 공정성을 바로잡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국립대가 교수 채용의 자율성을 유지하더라도 국민이 납득할 만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방 국립대의 행정학과 교수 C씨는 본지에 “국립대가 교수 임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은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긴 하다”면서도 “자율성을 이유로 대학이 제멋대로 기준을 정하게 되면 제도 전체의 신뢰가 흔들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교육부가 공통 기준을 마련해 정량평가 항목이나 가산점 기준을 일정 부분 표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관계자도 “교수 임용의 정량평가 결과를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누가 몇 점을 받았는지는 공개하지 않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점수가 어떻게 부여됐는지는 국민이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국립대 교수 임용 제도 개선을 미뤄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진 의원은 “교수 임용은 국립대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척도”라며 “전국 국립대의 교수 채용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수조사해야 한다. 국립대가 자율적으로 교수를 뽑는 것은 좋지만 투명성을 해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가 정량평가 기준과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반드시 제도 개선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은 존중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국립대의 인사 자율성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제도가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지는 점검하겠다. 현재 인천경찰청 수사를 지켜보고 후속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