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 IB 직업교육(CP) 도입으로 K-컬처 인재 육성 촉구
SM 탈락자의 빌보드 1위 사례 조명…“훈련 과정에 학문적 소양을 더해야”
제주 표선고 ‘한일 공동 수업’ 등 IB의 ‘현재’ 사례 공유하며 논의의 깊이 더해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한국국제바칼로레아(IB)교육학회(회장 송진웅) 추계학술대회 국제교류협력 심포지엄이 15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한국 공교육의 진화 with IB: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하는 K-컬처 학습 수요를 IB 직업교육 프로그램인 ‘IB CP(Career-related Programme)’가 품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한국 공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소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IB CP는 국제 바칼로레아(IB)가 제공하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으로, 고등학교 단계에서 학문적 소양과 직업 전문성을 결합하는 ‘고교-진로 연계형 국제 학습 프레임워크’다.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위한 DP(Diploma Programme) 과목 2~3개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산업체와 연계된 현장 실습 및 전문 훈련(CRS: Career-related Studies)으로 이수하게 된다. 여기에 Critical Thinking, 윤리, 성찰 등을 다루는 CP Core 과정을 필수로 이수함으로써, 단순히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삶에 적용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함께 기른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IT), 세계 스포츠 아카데미(WAoS) 등 글로벌 기관에서 운영되며 직업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소장은 CP의 핵심이 바로 학문적 깊이(DP 과목), 직업 전문성(CRS), 그리고 메타인지 및 성찰(CP Core)의 ‘통합’에 있다고 강조했다.
■ K-컬처 산업과 공교육의 ‘역설적 괴리’ 해소해야 = 이 소장은 한국이 K-팝, e-스포츠, K-뷰티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서 오히려 교육 시스템이 산업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역설적 괴리’가 존재한다고 진단하며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짚었다.
먼저, K-팝 연습생들의 ‘학력 불인정으로 인한 진로 단절’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K-팝 연습생들은 어린 나이부터 하루 10시간 이상의 고강도 훈련을 받지만, 이 과정이 정규 교육 과정이나 학력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반 학교 교육은 소홀해지기 쉽고, 결국 데뷔에 실패하는 대다수는 대학 진학은 물론 다른 진로 모색조차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에 처해 있다.
이 소장은 “낙오자로 내몰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재들이 많지만, 교육 제도는 이들의 열정을 품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인재 수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 부재’ 문제도 심각하다고 짚었다. K-팝 엔터테인먼트사의 연습생 공개 모집에 전 세계 수천 명의 청소년들이 지원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교육하고 수용할 공인된 교육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이다.
외국인 학생들은 국내 일반 학교에 다니기 어렵고, 회사 자체 교육만으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없어 결국 데뷔가 무산되면 자국 대학 진학 등 이후 진로가 막막해진다. 이는 한국이 K-컬처의 글로벌 수요를 교육적으로 흡수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e-스포츠, K-뷰티 등 타 K-산업 분야의 괴리도 존재한다. 세계적인 프로게이머 ‘페이커’를 배출한 e-스포츠 강국임에도 훈련은 여전히 사설 아카데미에 의존하며 정식 학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K-뷰티 산업 역시 공인된 교육과정 없이 개인의 노력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 소장은 SM 연습생 생활 후 데뷔에 실패했으나, 이후 한국국제학교에서 IB DP Music HL(고급 수준 음악)을 이수하고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뒤 빌보드 핫100 1위를 달성한 작곡가 이재(EJAE)의 사례를 중요한 근거로 제시했다.
이 소장은 “(이재의 성공은) 단순한 기술 훈련을 넘어 학문적 깊이와 메타인지적 소양을 함께 갖춘 인재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라며 K-컬처 교육에 CP의 학문적 소양을 접목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 지역 경제 혁신과 인구 감소 해법으로의 IB CP = 이 소장은 IB CP 도입이 단순한 교육 혁신을 넘어 지역 경제 혁신과 인구 감소 문제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IB CP 학교를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특화시켜야 한다”며, 예컨대 부산은 K-영화 CP 학교, 제주는 관광과 연계한 K-뷰티/K-요리 복합 캠퍼스, 광주는 문화예술 인프라를 활용한 K-드라마/뮤지컬 학교 등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차별화된 교육 거점은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여 지역에 정착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이는 소비, 창업,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지방 소멸을 막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소장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제도적 과제로 ‘학생비자 제도 개편’을 꼽았다. 현재 한국은 대학생 이상에게만 학생비자를 발급하고 있어 외국인 초·중·고 학생들이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공부하기 어렵다.
그는 인구감소 국가인 캐나다가 외국인 초·중·고 학생비자를 적극적으로 발급하여 유상 등록을 통해 교육 재정을 충원하는 모델을 제시하며, 우리나라도 외국인 학생에게 적정 학비를 받되 내국인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IB의 ‘과거’와 ‘현재’, 국제적 소양 함양 현장 사례 = 한편, 이날 세션에서는 ‘한국 공교육의 진화 with IB’라는 전체 주제에 따라 IB CP 도입 논의 외에도 IB 교육의 현재적 가치를 보여주는 현장 사례가 공유됐다.
발표자들은 IB 교육이 한국 공교육에 도입된 ‘과거’를 되짚으며,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탐구와 성찰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 철학을 정립하는 과정이었음을 설명했다. 그리고 ‘현재’ IB 교육은 단순한 평가 방식의 변화를 넘어, 학생들의 국제적 소양과 협력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제주 표선고등학교의 ‘한일 역사 공동 수업’ 사례가 조명됐다. 이 사례는 IB 교육의 국제적 시각(International Mindedness)을 실제로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만나 역사적 주제를 함께 탐구하고 토론함으로써, 단일 국가의 관점에서 벗어나 다중 관점을 수용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함양했다.
이는 IB 교육이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복잡한 국제 문제에 대한 이해와 평화적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제시됐다. 이러한 현장 사례들은 이혜정 소장이 제시한 ‘미래’ 비전, 즉 IB CP를 통한 글로벌 인재 육성의 토대가 현재의 IB 학교들에서 이미 마련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