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기전대 학생들, 일본 시나노마치서 2박3일 지역재생 모델 조사
‘고원지대·산림 75%’ 전북 진안군…체류형 치유관광 최적지란 분석
전문가들 “지역 전문대 인력이 ‘한국형 치유마을’ 성공 열쇠 될 것”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전북 진안처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산촌 지역이 어떻게 지역소멸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답을 찾기 위해 지역 전문대 학생들이 일본 산림치유의 원조 격인 나가노현 시나노정(信濃町, 시나노마치)을 방문했다. 전북 진안에 적용할 수 있는 한국형 산림치유 마을을 설계하기 위한 탐방이라는 점에서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주기전대 산림치유과 학생들은 최근 일본 시나노정에서 치유마을 운영 구조를 밀착 조사하며 지역소멸 대응 전략과 지역산업 육성 모델을 모색했다. 강의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서 확인하며 한국형 치유마을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하려는 목적에서다. 특히 이번 탐방에서는 전북 진안에 적용할 수 있는 산림치유 마을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토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일본 나가노현의 시나노정은 산림치유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역 모델로 꼽힌다. 한국산림휴양학회에 따르면, 시나노정은 20여 년 전부터 이야시노모리(癒しの森, 치유의 숲)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숲을 사람을 회복시키는 공간으로 키우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특히 마을 전체가 치유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송혜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라이즈센터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시나노정은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 농촌 지역 가운데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활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며 “지자체·의료기관·지역주민·전문가가 움직이는 마을 전체 생태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센터장은 이어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살아있는 치유마을을 만든 덕분에 지역에는 일자리가 생기고 외지인이 들어오며 공동체에도 활력이 생긴다”며 “일본의 대표적인 지역 재생 모델로 시나노정이 항상 언급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시나노정 이야시노모리의 대표 프로그램은 2박 3일 체류형 숲 치유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숲에서 걸으며 심호흡을 하고 지역 농가에서 만든 식사와 명상 시간을 갖는다. 실제로 스트레스 수치가 낮아지고 면역 기능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참가자 상당수가 재방문으로 이어져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탐방에 참여한 전주기전대 산림치유과 학생 창대현 씨는 통화에서 “숲길을 걸으면서 바람 소리, 나무 냄새 등이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걸 느꼈다”며 “우리나라의 전북 진안군도 숲이 많고 공기가 맑은 지역이라서 충분히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창 씨는 이어 “진안은 자연이 정말 좋은 지역이다. 환경을 활용하면 일본의 신나노마치처럼 사람들이 며칠씩 머물 수 있는 치유마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체류형 치유마을이 만들어지면 숙박이나 식사 등 서비스도 활성화될 것이다.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마을에 활기가 돌아오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 전북 진안군, 치유마을 도입 적합한 자연·지리 조건 갖춰 =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진안군의 인구는 올해 기준 2만 4192명이다. 인구밀도는 약 31명 수준에 머문다. 세대당 인구는 1.76명에 불과하다. 인구절벽 현상이 우려되는 전형적인 농·산촌 지역이다. 최근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한 영향으로 소폭 증가 조짐을 보였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인구 감소세는 여전히 견고한 상황이다.
이처럼 인구 문제를 고민하는 진안군에게 산림치유마을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림청에 따르면, 진안군의 산림 비율은 약 75.3%에 달한다. 해발 고도가 높은 고원지대라 공기가 맑고 기온도 서늘하다. 여름에도 습기가 덜해 몸이 한결 가볍게 느껴지는 기후 환경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진안군의 환경이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치유 관광과 장기 체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전국 여러 지역에 치유의 숲 제도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장기 체류형 프로그램은 부족해 진안군이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지역이 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장상문 대구보건대 지역산업연구소장은 본지에 “진안 지역은 숲이 넓게 펼쳐져 있고 고원지대 특유의 기후가 갖춰져 있어 치유 경험을 확장하기에 좋은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마을 단위의 숙박·산책·식사·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치유마을 지역 모델이 탄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지역 전문대, 한국형 치유마을 인력 기반 된다 = 산림치유 산업이 향후 의료·복지 등 산업으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령화 사회에서 스트레스 관리, 만성질환 완화 등 수요가 증가하면서 병원 처방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자연 속에서 회복하는 치유 프로그램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장상문 소장은 “산림치유는 지역 복지 서비스 역할까지 해낼 수 있는 분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진안처럼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가까운 거리에서 건강 회복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큰 의미가 있다. 병원처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산림치유 산업이 성장하려면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설계할 전문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현장 중심의 실무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 전문대 산림치유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또 지역 프로그램을 운영할 인력은 지역에서 배출된 학생들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역 전문대의 인력 양성 역할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백난영 전주기전대 산림치유과 교수는 “학생들이 시나노정에서 본 운영 방식이나 주민 참여 방식은 향후 한국형 치유마을을 만든다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부분”이라며 “현장 경험이 쌓인 학생들이 나중에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