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업체 불량 펜으로 답안지 훼손 속출
수험생들 “마킹 불안으로 시험 망쳐” 절규
교육부 “채점 불이익 없게 할 것” 긴급 진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6월 1일 전국 2107개 고등학교와 463개 지정학원에서 동시에 실시됐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수능 답안지.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지난 13일 실시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배포된 컴퓨터용 사인펜(컴싸)에서 잉크 번짐 문제가 발생해 수험생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수능 주관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 홈페이지 알림마당에는 18일 현재 ‘사인펜 문제’와 관련한 이의제기 및 문의 글이 총 41건 등록된 것으로 확인돼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사인펜 번짐 문제는 수능 당일 1교시 국어 영역부터 탐구 영역에 이르기까지 전 과목에 걸쳐 발생했으며, 경기 이천, 김포, 시흥 등 일부 지역을 넘어 전국 고사장에서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어려움은 답안지 훼손 위험이었다. 지급받은 사인펜으로 마킹할 때 잉크가 짙게 번지거나 심지어 OMR 답안지 뒷면까지 배어나와 마킹이 불완전해지고 답안지 자체가 오염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마킹한 부분이 퍼지면서 전산 채점 시 오답으로 처리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시험 시간과 집중력 손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번짐 현상을 발견한 수험생들은 교사에게 답안지 교체를 요청하거나, 조심스럽게 마킹하느라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한 수험생은 “마킹 후 번진 잉크 때문에 수정액을 사용하거나 답안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귀중한 시험 시간을 허비했고, 혹시나 번질까 하는 마킹 불안감 때문에 문제 자체에 집중할 수 없어 시험을 망쳤다”고 호소했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사인펜 번짐 현상과 관련해 특정 업체의 일부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는 수능처럼 전국의 수험생에게 일괄 지급되는 물품의 납품 및 품질 관리 단계에서 이미 결함이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개인 필기구 반입이 엄격히 금지된 수능의 특성상, 필기구의 품질 문제는 전적으로 시험을 총괄하는 교육 당국의 관리 책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차영아 교육부 부대변인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 현상으로 인한 수험생 피해가 없도록 채점 업무 시 면밀히 살필 예정”이라며 “수험생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교육 당국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피해 보상 기준이나, 전산 채점에서 번짐 현상을 걸러낼 수 있는 객관적인 시스템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의제기 41건을 포함한 수많은 피해 호소에 대해 교육 당국이 어떤 투명하고 강력한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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