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026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을 앞두고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학들이 직전 연도인 2025학년도 정시모집의 합격 점수 발표 기준을 대거 변경했기 때문이다.

23일 종로학원은 전국 주요 4년제 99개 대학 중 무려 81개 대학(81.8%)이 2024학년도까지의 발표 방식과 다른 기준으로 2025학년도 정시 합격 점수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수험생들은 전년도 입시 결과를 토대로 합격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10곳 중 8곳 ‘기준 변경’…정시 예측의 딜레마 = 2024학년도까지 대다수 대학들은 학과별 ‘국어·수학·탐구(국수탐) 합산 평균 백분위 70% 컷 점수’를 정시 합격 점수 기준으로 공개해 왔다. 이는 수험생들이 합격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기준점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25학년도에 들어서면서 이 기준이 크게 달라졌다. 전국 99개 대학 중 81개 대학이 발표 기준을 변경했는데, 구체적으로는 9개 대학(9.1%)이 ‘자체 환산점수’로만 공개했으며, 72개 대학(72.7%)은 ‘국수탐 각 과목별 백분위 점수’로 공개 방식을 바꿨다.

특히 서울권 42개 대학만 보더라도 34개 대학(81.0%)이 발표 기준을 변경했으며, 이 중 서울대는 자체 환산점수로만, 연세대는 각 과목별 백분위 점수로 공개했다. 경인권 및 거점 국공립 대학에서도 76.9%~84.1%가 기준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러한 발표 방식의 변화가 수험생들에게 심각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과거 ‘국수탐 합산 평균 백분위’를 공개했을 때는 커트라인 합격생의 3과목 합산 평균 점수를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각 과목별 커트라인 백분위만 따로 공개돼 실제 3과목 합산 점수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는 대학 내에서도 학과별 점수 변화를 전년도와 비교하기 어렵게 만들고, 나아가 대학 간, 학과 간 상대적인 위치를 확인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 혼란 유발하는 기준 변경의 파급 효과 = 이번 입시 결과 발표 기준 변경은 2026학년도 정시모집 예측에 여러 악재와 겹쳐 수험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선, 전년 대비 점수 변화 비교가 불가능해졌다. 2025학년도는 의대 모집 정원이 크게 확대되면서 합격 점수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해이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변화가 있었던 해의 입시 결과를 대학들이 직전년도와 다른 기준으로 공개하면서, 수험생들은 진짜 점수 변화 폭을 정확하게 알 수 없게 됐다.

통합수능 이후 데이터의 단절 문제도 있다. 통합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부터 2024학년도까지는 대체로 동일한 기준으로 정시 합격 점수가 발표돼 수험생들이 추이를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5학년도 입시 결과가 달라진 기준으로 발표되면서, 과거 데이터와 새로운 데이터 사이의 연속성이 단절돼 예측 난이도가 급상승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학들이 합격 점수 발표 기준을 다르게 하면서 수험생 입장에서 전년도와의 정확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며 “특히 의대 모집정원 확대 등으로 합격 점수 변화가 컸을 것으로 예상되는 2025학년도 입시 결과를 정확하게 비교할 수 없는 상황에서 2026학년도 정시 합격 예측을 해야 한다는 점이 수험생에게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수험생, ‘어디가’ 자료 외 개별 대학 자료 정밀 확인 필수 = 2026학년도 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더욱 정교하고 다각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수험생들은 우선적으로 발표 방식이 대체로 동일했던 2024학년도 이전 데이터와 2025학년도의 달라진 합격 점수 공개 방식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특히 대교협의 ‘어디가’ 서비스 공개 자료뿐만 아니라,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설명회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자료까지도 정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대학의 자체 환산점수와 과목별 반영 비율 등 복잡한 요소를 반영해 합격 점수를 역으로 추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입시기관의 전문적인 예측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어려워진 수능, 사탐런, 의대 모집정원 축소와 더불어 합격 점수 공개 방식의 변경이 얽히면서, 2026학년도 정시 예측은 더욱 ‘고난이도 영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