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향후10년대학미래를결정한다((4)수도권대학 생존전략

학령인구 감소가 지방 사립대학들에게는 핵폭탄 수준이라면, 수도권 대학들에게는 후 폭풍의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는 게 대학가의 견해다.

당장 정원을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우수학생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함에 따라 수도권 내 입시 경쟁 구도가 더 명확해질 전망이다.

특히 중하위권 대학들 간에는 현재 지방대학들이 겪고 있는 신입생 충원의 문제를 그대로 떠않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 대학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 위기의 징후, 수도권 중소대학 재학생 이탈률 커 = 신학대학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수도권 대다수 대학들의 신입학 충원률은 100%에 육박하고 입학 경쟁률도 10대 1 내외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신입생 유치에 대한 적신호는 재학생 이탈률. 대학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4년제 대학 38곳 중 재학생 이탈률 5% 넘는 대학이 5곳, 4% 이상은 11곳에 이른다.

재학생 이탈률에는 학사경고 누적으로 인한 제적 처분도 포함되지만 대다수 스스로 자퇴하거나 등록 또는 복학하지 않은 인원이 대다수로 학위를 아예 포기하거나 상위 대학으로의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들의 중도포기 비율은 더 높다. 협성대(8.1%) 평택대(7.7%), 용인대(6.7%), 안양대(6.4%), 대진대(5.9%), 서경대(5.8%), 강남대(5.4%), 수원대(5.1%) 등이다.

이들 대학의 위기 신호는 수도권 전체 대학가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수도권 모 사립대 한 교수는 “수도권의 작은 대학들이 그 동안 바람막이가 됐지만, 이들 대학이 위기감을 느끼면서 그 위 중상위권 대학들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광운대 조승호 기획협력팀장은 “지방대부터 퇴출되긴 하겠지만 수도권에 대학이 다 남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신입학 경쟁률은 높지만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낮은 것도 위기의 징후가 된다. 수도권 대학 중 정규직 취업률 50%가 넘는 대학은 9개교에 불과하고 대다수 대학은 20~30%선인 실정이다.

2009년도 대학별 졸업자들의 순수취업률을 보면, 동덕여대 40.4%, 세종대 50.1%, 한성대 55.4%, 건국대 55.9%, 상명대 56.7%, 가톨릭대 제3캠퍼스 57.1% 등으로 낮았다.

순수취업률은 졸업자 중 진학자와 군 입대자를 제외하고 비정규직과 창업자를 포함한 것으로 취업의 질을 따져보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 조직 슬림화, 구조조정 가속화 = 경원대는 지난 2007년 수도권 내 최대 규모의 대학간 통합을 이뤘다. 경원전문대를 흡수 통합하면서 전문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이유는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 의식에서였다. 2~3년제로 입학하는 3000명을 줄인 대신 4년제 학부 신입학 정원을 3157명으로 확대했다.

학교 법인 입장에서는 두 개 학교가 유리하지만 장차 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수도권의 작은 대학에서 사이즈를 키워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계산이었다. 통합 이후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학생들의 백분위성적이 인문계열은 2007년도 77.58%에서 2009년도 81.24%로, 자연계열도 74.46%에서 78.46%로 월등히 증가한 것. 이 대학 관계자는 “대학 규모가 커지면 입학생 선발이 더 어려워진다”면서 “입학생 성적이 오른 건 대학의 벨류가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원대는 특히 지난 1월 재단인 경원학원이 가천학원을 통합하면서 가천의과학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가천의과학대는 가천의대와 가천길대가 합쳐진 것으로, 결국 2개 재단 4개 대학이 1개 재단 1개 대학으로의 통합이 될 전망이다.

수도권 상위권대학으로 꼽히는 한양대의 경우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를 인식하고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 브랜드 가치와 휴먼파워를 높이고 대학 재정 역량을 확보하는게 포인트다. 이를 위해 교수 논문 실적 관리와 대학 경영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재정 역량 강화를 위한 학사구조조정이 눈에 띈다. 지난해 단과대 학장 등 단위 조직의 장들에게 예산 편성 권한을 일부 위임하는 책임경영제 시행이 첫 행보였다. 이에 따라 연간 100억 원의 예산이 단과대별로 자율 편성됐다. 내년부터 총액예산제로 확대 시행하면 자율 예산 규모가 800억 원으로 대폭 확대된다.

한양대 김시정 전략기획팀장은 “대학 본부가 중앙 집권하면서 알아서 먹고 살라고 할 수 는 없다”면서 “자율 책임경영제를 점진적으로 확대 시행해 각 단위별 재정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양대는 또 올 2학기부터는 총 37개 학부와 대학원 행정실을 통합해 26개로 조직을 슬림화하기로 했다. 경영대와 경영대학원 등의 행정실이 일원화되고 서울과 안성 두 캠퍼스의 유사 중복 단과대간 통합 등도 검토하는 등 학사구조개혁도 추진할 계획이다.

■ 백화점식 학과배열서 기초교양교육, 융복합 분야 개척 = 기초교양교육과 융복합 학문분야 개척도 수도권 대학들의 해법이다. 기존의 백화점식 학과배열으로는 경쟁력을 쌓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성균관대는 올 연말께 확정할 장기발전계획인 ‘비전 2020’에 기초 교양교육 강화와 융복합적 인재 양성 계획을 담은 학과 커리큘럼 조정안을 담을 계획이다.

이 대학 박영기 전략기획팀장은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유연한 학사구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면서 “수요가 많지 않은 기초학문 분야나 비인기 학문분야 정원은 줄이기 위해 학과 커리큘럼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식 서울여대 기획정보처장은 “우수 학생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뽑은 학생들을 잘 교육시켜 내보내는게 필요하다”면서 “특히 취업과 진학 등을 위해 이미 몇 년 전부터 교육중심대학임을 표방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이공계열 기피 현상의 가속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대학도 있다. ‘숭실2020 발전전략위원회’에서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기두 교수(경영학부)는 “수능에서 이공계열 영역 지원자의 수준이 꾸준히 줄고 있다”면서 “이공계열이 60%가 넘는 숭실대로서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 비좁은 부지, 변두리에 제2~3캠퍼스 봇물 = 제2~3의 캠퍼스를 수도권 인근에 설립하려는 대학들도 많다. 서울 시내의 비좁은 부지가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서강대와 중앙대는 수도권에 제 2~3캠퍼스를 짓는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서강대는 2015년까지 경기도 남양주 82만5000여㎡(약 25만평) 규모에 연구·융합전공을 이전하고 생명과학 등 영재학부도 신설할 예정이다.

중앙대는 하남캠퍼스 신설과 안성캠퍼스의 이전 계획이 속도를 내지 못하자, 제3의 부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예정지와 성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학내외에서는 인천 검단에 60만~100만㎡ 규모의 이공계 연구중심 캠퍼스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광명캠퍼스 추진이 무산된 숭실대는 경기도 광주 퇴촌면에 제2캠퍼스를 설립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학교법인 숭실대 소유인 75만9420m²(약 23만평) 규모로 우선 임야 상태의 부지에 대한 관리를 시작해 사회복지대학원과 의생명학부 관련 시설을 들이고 장기적으로 새 캠퍼스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숭실대는 또 베트남과 중국 심양에 해외 캠퍼스도 추진한다. 베트남의 경우 SKT와 함께 IT교육센터를 올해까지 유지하다 분교 형태로의 전환을 위해 현지 대학 설립 인가 절차에 착수했다. 중국 심양에서 운영 중인 한국어교육센터도 장기적으로 학부교육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한용수·황건강기자>



- 수도권대학을 향한 제언 -

" 수도권-지방 '윈윈' 가능하다"
 
박혜경 한동대 기획처장


밴쿠버올림픽 뉴스 가운데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남자 1500m 쇼트트랙 경주에서 골인 직전에 한국 선수 두 명이 서로 충돌하는 바람에 금은동 석권을 아쉽게 놓친 일이었다. 관전평을 살펴보니 개인 선수 간에 더 좋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기보다는 국가적 메달 손실에 대한 유감이 더 큰 것 같다. 안타까운 중계 장면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대학현실도 이와 유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70, 80년대만 하더라도 지방대라는 명칭이 낯 설만큼 각 지방의 대표 대학들은 건재했다. 지방의 우수 인재들 대부분은 당연히 지역의 대학에 진학을 했고 졸업 후에도 그 지역에 남아서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되었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의 모집정원이 미달되기 시작했고 모집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지방대의 라인은 점차로 북상하여서 경기도 바로 밑에까지 왔다는 이야기가 대학가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게 된 이유야 열 가지도 넘겠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의 로망인 “In Seoul”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한양으로’의 수백 년 관습법의 특혜를 특별세도 내지 않고 누려온 수도권 대학들은 지방대가 처한 설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웠다.

하지만 수도권대학의 교육의 질과 내용을 엄밀히 들여다보면 지방대학의 교육프로그램들에 비해 별다른 특성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현재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을 가름하는 6대 주요지표인 교수확보율, 재학생충원율, 졸업생취업률, 장학금지급율, 학생1인당교육비, 국제화 등을 비교해 보아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언론사 대학평가 결과를 들여다 보아도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은 교육여건과 교육성과 면에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질이나 특성화가 아닌 대학캠퍼스의 위치에 따라서 대학의 운명이 갈리고 있다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이 될까?

그래서, 수도권 대학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참 많다. 우리나라 땅끝마을 해남으로 이전해서 ‘해남 00대’가 된다 했을 때도 과연 수도권 학생들이 역으로 유학을 갈만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 ‘In Seoul’이라는 프리미엄 외에 특별히 내놓을 것은 무엇인지, 지방에서 올라온 그 많은 인재들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 속속 들어올 외국의 대학들을 맞아 대한민국의 대표대학으로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지, 등등을 말이다. 지방대학들이 수도권대학들에게서 샘이 나도록 부러운 것이 캠퍼스의 주소지 이외에 별다른 것이 없다면 깊이 자성하고 이제부터라도 인기와 선호도에 걸 맞는 실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수도권의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지방대학들을 선도해가며, 대한민국 백년대계의 책임을 짊어진다면 인재를 빼앗긴 지방대학들도 “우리가 졌소!”라고 깨끗하게 시인하고 각각 나름의 생존의 길을 찾을 것이다.

각기 다른 스타트라인에 서있는 국내 대학들이 대학 간 서열에 희비쌍곡선만 그린다면 우리의 대학교육은 계속해서 우물 안에 머물 것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교육선진국을 꿈꾸며 백년대계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면 국내 대학 간의 선의의 경쟁뿐만 아니라 양보와 협력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타 대학의 인기 있는 특성이라면 자신의 여건도 돌아보지 않고 무분별하게 도입함으로 대학특성화의 의미를 희석시키기보다는 서로의 특성을 인정해주며 제각기 특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쇼트트랙 경기를 통해 보았듯, 현재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팀원간의 경쟁에서 무리하게 끼어들거나 견제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많은 격차를 벌려 뒤따라 오는 같은 팀 선수를 지치게 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 선수단이 다 함께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학간의 원활한 소통과 순환, 상호협력과 선의의 경쟁이 우리나라 대학 전체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길일 것이다. 언젠가 수도 서울 00대에서부터 땅끝 해남 00대까지 우리의 선수들이 교육선진화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석권할 날이 오기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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