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연구소 · 독도연구소…

이색 대학연구소가 뜨고 있다. 기존의 대학연구소가 인문·사회과학과 이공계열 등 기초학문 연구에 몰두했다면 최근 들어 대학연구소는 독도나 막걸리처럼 대중적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추세다.

지난달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다양한 분야의 이색적 대학연구소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영남대 ‘독도연구소’, 신라대 ‘막걸리 세계화 연구소’, 대구대 ‘잔디과학연구소’ 등이 주인공. 이 연구소들은 해당 분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학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 설립 배경이다.


신라대는 지난해 10월 ‘막걸리 세계화 연구소’를 만들었다. 막걸리를 세계 수준의 명품 술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 연구소는 막걸리가 인기를 끌지 못하던  지난 2001년부터 막걸리 효능 연구를 계속해 오다 설립했다. 막걸리 박사로 통하는 배송자·김미향 교수가 주도한 연구소는 식품영양학과·바이오식품소재학과·간호학과·제약공학과 등 4개 학과 교수 11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들은 막걸리가 암 예방과 간세포 치료 등에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 발표와 컬러 막걸리도 개발했다.


현재 연구소는 막걸리의 효능에 관한 연구와 품질 개선, 표준화, 저장의 안전성 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연구소는 막걸리에 대한 연구에 그치지 않고 기능성 막걸리를 제조해 시판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소는 인문사회과학분야의 연구자들도 참여토록 해 막걸리를 소재로 한 역사·문화·사회학 차원의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배송자 신라대 막걸리 세계화 연구소장은 “그동안 막걸리는 인기에 비해 체계화된 과학적 연구가 부족했다”며 “막걸리 과학화를 통해 세계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남대 ‘독도연구소’는 지난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의회가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을 감행한 직후 설립됐다. ‘일본이 독도에 대해 도발할 때마다 감정에 호소하는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는 더 이상 독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대학 연구소로는 처음이다. 독도연구소는 독도를 비롯한 동해안의 문화와 역사, 독도 연근해의 자연생태와 부존자원, 관련 법규에 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수행한다. 아울러 독도 대외 홍보와 정기 학술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독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연구소가 출범한 만큼 연구실적도 뛰어나다. 지난 2005년을 시작으로 환경부·경상북도·교과부·동북아역사재단 등 다양한 단체로부터 7억6500만원의 연구비를 수주받아 ‘독도아카이브’ 구축과 <독도연구총서>, <독도백서>를 펴냈다. 특히 영남대 학부에 ‘독도의 이해’라는 강의도 개설, 학생들이 매 학기 2학점의 학점을 이수토록 했다.


김화경 독도연구소장은 “최근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해 많이 바빠졌다”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독도 관련 연구와 논문 준비로 바쁘지만 일본 현지에 독도에 대한 대중적 책을 출간해서 독도가 한국 땅임을 명확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잔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도 있다. 대구대는 지난해부터 ‘잔디과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연구소 설립은 국내에서 잔디 사용 수요가 급증한 것이 배경이 됐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하거나 건설 중인 골프장의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 연구소를 설립하는 데 탄력받게 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대구대 경산캠퍼스 내에 약 3000㎡의 시험포장을 미국의 NTEP(National Turfgrass Evaluation Program) 시설 기준에 맞춰 조성했다.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현재 벤트글래스 9개 품종 등 총 54개 잔디 품종이 식재됐다.


연구소의 주요 연구실적으로는 한국 들잔디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라지패취병 방제에 관한 논문과, 잔디 품종별 생육 특성, 병 발생에 관한 연구가 있다. 아울러 잔디 신품종 개발, 잔디병과 방제법, 비료·토양 관리 등 재배법과 잔디 관리법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잔디 관리자 같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눈에 띈다.


연구소는 현재 대구대에 공사 중인 골프장에 연구소에서 개발한 잔디를 직접 심는다는 계획이다. 이 대학에는 원예학과와 조경학과가 설치돼 있어 과학적 잔디 연구를 바탕으로 산업화도 모색하고 있다.


이용세 잔디과학연구소장은 “우리나라에 있는 잔디는 전량 수입이지만 그동안 이에 대한 체계적 관리나 데이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향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잔디산업연구센터로 확대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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