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원이 대학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풍부했던 재정 지원이 줄어들고, 이미 수확체증에 다다른 수익사업으로 인해 대학은 확실한 현금 수입이 보장되는 정원을 '생명선'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각국 지방 소규모 대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왜냐하면 대학의 수에 비해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은 한정돼 있고, 원하는 대학을 들어가지 못할 경우 이들은 소규모 신생 대학을 외면하고 외국으로 이탈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 골든 게이트대가 정원 부족을 이유로 교수, 교직원 40%를 감원하는 한편 학과 과정도 대폭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5월 미 브레드포드대가 재정난을 이유로 문을 닫았을 때도 정원 부족이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영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부분 학생들이 소위 명문대로 몰리고 있고 명문대 진입에 실패한 학생들은 외국, 특히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

이것은 국내 소규모 대학의 정원 채우기를 갈수록 힘들게 하고 있으며 두뇌유출이라는 합병증까지 불러왔다.

현재 영국의 신생 소규모 대학들은 정원부족으로 인한 재정 악화로 정부지원을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일본 역시 최근 출생률 감소로 대학정원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 놓았다. 이로 인해 일본 각 대학은 우선 해당 대학 외국인 교수를 중심으로 '해고' 작업에 들어갔다가 이들 교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유명대학과 신생 대학간의 정원 채우기 불균형은 각국 정부가 강조하는 공평한 고등교육혜택 제공이라는 기본이념을 크게 흔들고 있다.

즉 이론적으로 국민의 100%를 교육시킬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 전체에게 고등교육 혜택을 입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

한편 소위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정원전쟁과는 달리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의 대학 정원문제는 별개의 것으로 보여진다.

아프리카 케냐의 대학들은 넘쳐나는 정원을 주체하지 못해 결국 다음해로 합격생을 '이월'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전체 인구의 10%만이 고등교육혜택을 누리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각 대학은 앞다퉈 정원 늘리기에 앞장서고 있으며 정부 또한 211프로그램(21세기 1백개 우수 대학 양성 계획)을 마련, 재정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몇 년 전부터 일부 지방대의 정원부족사태가 초래되고 있고 점차 수도권 대학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대학의 수는 거의 고정적인 반면 교육 수요자의 수는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 인재들이 국내 대학을 버리고 해외로 유출돼는 사례도 이 같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 대학도 학생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하고도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특히 각 대학은 OECD 최하위 수준인 사회인을 위한 2차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하고 다양한 재원개발을 미리 준비해 대처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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