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상 / 연세대 교수, 본지 논설위원

바다이야기. 그 무슨 인어들의 전설어린 옛 이야기꺼리가 아니다. 오만가지 이야기들이 바다에 빠져버리면 절여지듯이 바다이야기는 정치권 못지않게 대학가에서도 흉물스럽기 그지없다. 바다이야기는 한 꺼풀만 벗기기 시작하면 바로 대학가의 도박 문화, 대학생의 도박중독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게임기 그 자체가 대학문화의 에피소드이다. 그 게임기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첨단 최신기술도 활용되고, 게임기 이야기 치고 여가이론들로 뒷받침되지 않은 것들도 별로 없다. 그 흉물이 대학가에서 나왔으니 그것의 최초 희생자들 역시 대학생들이다. 대학가 주변은 바다이야기로 평정된지 이미 오래되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는 엇박자 논리가 대학유흥가를 넘본지가 한 두 해가 아니다. 대학생 10명중 6~7명 정도는 바다이야기에서 익사되고 있었다. 오늘날 한국 대학생의 40~60%는 알게 모르게 '병적 도박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제 대학촌 주변은 도박 병동처럼 휑하고 흉물스럽다. 잔돈 몇 푼 던져 1~2만원 건지는 것에 만족한다면 그들은 오늘을 사는 대학생도 아니다. 등록금도 투자하고 하숙비도 집어넣고 대박 기다리다 쪽박들이나 차고 있다. 저들의 두뇌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도박충동을 조절하는 뇌 기능들이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저들이 그러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묘하게 만들어져 있다. 도박충동에 민감하다. 강렬한 흥분과 자극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번 맛보면 더 큰 것을 원한다. 더 강력한 자극을 바라기 때문에 뇌가 자기도 모르게 미쳐버리게 된다. 마치 자동차의 엑셀을 많이 밟으면 속도라 빨라지게 되는 그 대신 브레이크의 제어력이 둔해지는 것처럼, 사람은 욕망을 자제하고 싶어도 그것을 자기 의지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중독에 빠져들게 된다. 병적 도박증에 빠지게 되면 도박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이전에 경험했던 정도와 엇비슷한 흥분을 얻기 위해 도박시간이 늘어난다. 도박중독자들의 마음 깊속이 의식의 왜곡현상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잃었으나 지난번의 기록이나 경험으로 보아 다음번엔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확실하게 크다는 식으로 자기최면에 빠지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길 확률은 질 확률에 비해 언제나 적은데 '확률의 왜곡'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잃었을 때보다는 땄던 때를 더 기억하고자하는 인간의 본성대로 '기억의 왜곡'에 사로잡혀 버린다. 자신이 더욱 더 추해지고 있는 모습에 대해 그 어떤 자괴감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 대학생들의 도박중독증이다. 잠시 빠졌을 땐 어쩔 수 없기는 하겠지만, 공부할 땐 공부하는 것도 대학생으로서 한번쯤 해볼만한 일이다. 그런 용기를 갖기 바란다. 대학에 들어와서 공부한번 미치도록 해보는 것도 자기 인생에 획을 긋는 일이된다. 한번 독서에서 중독이 되어보고, 공부에 빠져보라. 도박중독 때 생겼었던 그 도파민, 그 엔돌핀이 뇌 속에서 출렁거릴 것이다. 도박에 미쳐버리면 세상이 자신을 버리지만, 공부에 미쳐버리면 세상이 자신에게 다가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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