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 '4년제대 허용방침'에 교육부 반대입장 고수 여부 주목

건설교통부는 수도권집중화 현상을 막기 위해 4년제 대학을 세우지 못하게 했던 수도권 일부 지역에 대학 설립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안을 마련, 관련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지난 3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분교설치나 이전을 추진해온 대학들의 움직임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4년제 대학유치를 공개리에 추진해온 일부 수도권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수도권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수도권내 접경지역에 한해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한적으로 4년제 대학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대상 지역은 민통선 이남 20km이내에 위치한 인천·경기·강원 15개 시·군 98개 읍·면·동 지역으로, 파주·포천·연천·동두천·양주·김포 등이 해당된다. 정부는 1994년 이후 인구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 지역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나 성장관리권역에 묶어 일부 전문대와 산업대를 빼고는 4년제 대학의 신·증설을 제한해왔다. 지자체·기존대학들, 수도권 대학설립 ‘러시’ 가속화될 듯 건교부의 개정안 발표에 따라 이미 수도권에 대학설립을 추진해왔던 10여개대학은 지금의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남양주시에는 S대(4년제), K대학(2년제)과 J대학(2년제)이 각각 분교설립과 신설을 준비하고 있고 D대(4년제)는 양주군에 본교 및 분교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대학 유치를 추진해온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대목. 파주시는 2년제 및 4년제 대학의 설립에 심혈을 기울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시 관계자는 “산학연 협동은 자력형 도시의 필수조건인 만큼 4년제 대학은 우리 시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신설이 어렵다면 수도권 4년제 대학의 분교라도 유치하고 여의치 않다면 기존 전문대나 새로 유치된 전문대를 4년제화라도 할 계획”이라며 대학유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파주 지역에는 2008년까지 LG필립스 등 대기업과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며 파주·교하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져 현재 인구 24만에서 약 50만명까지 증가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산학연이 가능한 자력형도시로서의 발전을 위해 특성화 2년제 대학이나 4년제대학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입장. 파주시에는 이미 웅지세무대학이 교육부 설립허가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마치고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캠퍼스가 건설 중으로, 시는 대학의 편의를 위해 시가 18억원 규모의 진입로를 개설해주는 등 꼼꼼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시는 앞으로 4년제 대학 유치를 위해서도 이같은 물량공세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대학들도 이 지역에 대학설립을 위해 다양한 통로로 시 관계자들을 접촉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명문 S대의 경우 분교설립을 위해 여러 차례 파주시와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또 국제외식관광대학, 신흥대학 등 전문대학들도 현재 시에 캠퍼스설치를 타진 중. 두 대학이 교육부 설립허가를 받을시 파주시는 대규모 시유지를 불하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이다. 신도시 개발계획이 확정된 김포·파주의 경우 건교부가 지난 1일 신도시추진기획단을 출범시키면서 자력형 도시로서의 기능 확보를 강조한 바 있어 이번 4년제 대학 설립 허용방침은 사실상 예고됐다. 연구능력을 갖춘 4년제 고등교육기관 설치는 자족기능의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이번 대학설립 대상지역에서는 제외된 고양시의 경우 이 지역에 3개 단과대학 건립을 추진 중인 D대(4년제)와 여러 차례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서울K대와도 분교설치 등을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시측은 “그동안 4년제 대학 유치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보호지역 등 각종 규제로 사업이 주춤한 상태였다”며 “4년제 대학 설립이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유치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개정안 교육부 기존방침과 정면배치…조율 수준 주목돼 그러나 일부 지자체와 대학들의 이런 소망이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이다. 정작 대학설립 인가권을 가진 교육인적자원부의 반응은 냉담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나치게 많은 대학으로 인해 문제가 돼 대학M&A를 교육의제로 공식화한 마당에 수도권 대학설립을 허용하기로 하는 건교부의 개정안이 발표되자 생뚱맞다는 표정이다. 교육부 대학행정지원과 관계자는 “대학의 추가 설립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기본입장”이라며 “협의과정에서 내놓을 교육부 입장은 추가 대학설립은 곤란하다는 쪽으로 정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건교부의 개정안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다”며 기정사실화를 경계했다. 교육부는 대학 육성을 위한 정책 과제로 연내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연말까지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한 대학 인수·합병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에따라 현재 상당수 2년제 지방대학과 30∼40개의 4년제 대학을 심각한 경영위기에 내몰린 대학으로 파악하고 수도권과 지방간 통·폐합 등 구조조정 기본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벌써 일부 지방대의 경우 외국·수도권 대학 인수 합병설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1일 학생수 감소와 경쟁 위기에 내몰린 대학들을 그대로 놔둘 경우 교육여건 악화와 환경 부실로 이어져 수습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며 ‘대학 M&A 전담 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존 대학들의 분교 확대 움직임도 현저히 둔화된 상황이다. 이미 대학입학자원의 대규모 수도권행 엑소더스로 사면초가에 빠져있는 지방대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가 지방대 육성을 핵심 교육정책으로 내세우고, 지방대 고사 위기의 해소를 위해 특단의 대책까지 공언하고 있는 시점이다. 수도권지역 4년제 대학설립 허용에 대해, 전남 D대학 기획처장은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과 맞물려 수도권 대학들이 충청·대전 지역에 분교를 설립할 움직임이 있는 상황”이라며 “설상가상으로 일부 지방대나 전문대가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분교를 설치해 고등교육 희망자들이 ‘수도권과 충청·대전’ 대 ‘영호남’으로 양극화되면 이미 정원미달로 생사의 기로에 선 영호남 대학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경북대 김윤상 교수(행정학·토지정책 전공)는 “수도권 균형발전 차원이라면 수도권 인구 재배치를 하겠다는 말일 텐데 이를 위해서는 대학 이전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대학신설 허용 방침은 수도권 균형이 아닌 집중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부 도시 전문가 사이에는 "인구집중을 막는다는 원칙 하나로 획일적으로 대학설립을 규제하는 것은 비효율적, 비생산적으로 교통 등 다른 분야에서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시·군별이 아닌 권역별 규제로 전환, 교육 등 인프라 확충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의 개정(안)이 그대로 실현될지, 교육부의 뜻대로 손질될지, 과거의 사례처럼 대학신설을 허용하되 총량제 도입 등으로 일부 제한을 가하는 식으로 결론이 날 지 여부는 협의가 마무리되는 6월 중순이면 알 수 있게 된다. 여하튼 수도권에 나라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 설립이 ‘남는 장사’라는 대학 재단들의 인식, 5백~1천억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통해 저개발 상태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겠다는 해당 지자체들의 야심이 건교부의 이번 개정안 발표와 맞물려 수도권 대학설립 논의에 물꼬를 틔운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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