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지표 없어 사업 준비 대학 고심 깊어져

[한국대학신문 김기중 기자] “8월이 다 됐는데 지표 이야기는 전혀 없다. 도대체 뭘 어떻게 준비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년부터 새로 시작하는 ‘특성화전문대학 100개교’ 사업에 대해 전문대학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구체적 선정지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전문대학 지원사업 중 가장 단위가 큰 교육역량강화사업을 흡수 통합하면서 내년 새로 출범하는 사실상 전문대학의 ‘매머드급’ 사업인데도, 이에 대한 정보는 현재까지 거의 없다. 각 대학은 총장 산하에 TFT(태스크포스팀)를 꾸렸지만, 사실상 뾰족한 대책을 마련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4개 모델서 내년 70개교 선정= 특성화전문대학 100개교 선정은 박근혜정부 전문대학 육성책 중 수업연한 다양화와 함께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꼽힌다. ‘대학별(학과별) 강점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창조경제 체제에 맞는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를 육성, 국가전략산업 또는 지역연계산업의 핵심 인력을 매년 15만명씩 양성하겠다’는 게 사업 목표다.

지난 6월 10일 발표 전까지 교육부는 이 사업과 관련 “기존 교육역량강화사업과 통합하지 않고 투 트랙으로 가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중순경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문대학 사업 중 우수한 성과를 내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박근혜정부의 기조가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 확대’인 만큼, 교육역량강화사업을 크게 축소하거나 하지 않고 특성화 100개교 사업은 별도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은 사업 발표 당일까지도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사실 발표 당시에도 교육역량강화사업과 통합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질 않았다. 사업을 위탁받아 시행하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 총장, 이하 전문대교협)조차도 발표 당일까지 “교육부에서 사업의 통합, 분리 시행 여부를 들은 바 없다”고 밝힐 정도였다.

그렇지만 본지 취재 결과 기존 교육역량강화사업이 특성화 100개교 사업과 통합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6월 말까지 내년 사업에 대한 예산안을 내놓고 이후부터 기재부와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기존 사업을 모두 유지하면서 새 정부의 제대로 사업들을 추진하긴 사실상 어렵다”며 “현재 교육역량강화사업 자체가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대학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 4개 모델, 쏠림현상 심하다 = 교육부는 지난 6월 10일 발표 후 한달여가 지난 7월 18일 전문대학 지원책에 대한 기본 계획 확정안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이번 발표 역시 지난 6월과 달리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는 게 대체적 반응이다. 6월 발표와의 차이는 ‘100개 대학 중 70개 대학은 내년에 선정하겠다’는 것 정도다. 그렇지만 70개교 역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특성화전문대학 100개교 사업 4개 모델은 △대학단위(단일학과 주력계열 70% 이상, 20~30개) △복합분야(2개 주력계열 70% 이상) △프로그램(특정 프로그램 단위) △평생직업교육대학(모든 계열)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평생직업교육대학’ 모델에서 내년에 8개교, 다음 해에 8개교를 선정한다. 이외 3개 모델의 선정대학 숫자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표 참조)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는 “신규사업이라 지표들을 갑작스레 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지표와 함께 별도 연구를 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연구를 끝내고 70개 대학을 어떻게 배분할지 후속조치를 통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7월 발표에서도 선정 대학 수를 정하지 못한 이유가 ‘쏠림현상이 심해서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4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전문대학 정책변화와 발전전략’을 주제로 열린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하계연찬회에서 조봉래 전문대학정책과장은 이와 같은 사실을 전문대학들에 알리고, 모델에 대한 분산이 필요함을 강조한 바 있다.

조 과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 사업 시작을 앞두고 지난 6월 이에 대한 전문대학의 사전 지원을 받았다”며 “예비 지원을 받은 결과, 4개 모형 중 복합분야 특성화 모형에 지원한 대학이 70여곳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단위 특성화 모형을 지원한 대학은 30여곳, 프로그램 특성화 모형에 지원한 대학은 20여곳에 달한다”며 “평생직업교육대학 특성화 모형을 신청한 곳은 2곳, 2지망으로 지원한 곳도 12곳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과장은 “평생직업교육대학 특성화의 경우 내년에 8곳을 뽑고, 그 다음 해에도 8곳을 뽑을 계획인데 지원한 곳이 별로 없다”며 “확정은 안 했지만 이 모형에 평균 20억원 정도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이 모형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해 보라”고 조언했다. 조 과장의 말대로라면, 현재 전문대학 중 평생직업교육대학 특성화 모델에 지원하면 100% 선정이 가능하며, 추가 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다.

■ 중요지표 몰라 고심 중= 이렇게 조 과장이 4개 모델 중 구체적인 모델을 언급하긴 했지만 대학들은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대학의 부총장은 “평생직업교육 모델은 사실상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는 모델”이라며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 덜컥 구조조정했다가 정책이 바뀌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아직까지는 대학이 고교 졸업생을 받는 학령인구 중심으로 편재가 돼 있기 때문에 이를 꺼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수도권 전문대학의 기획처장은 “복합분야에 대학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보건계열 전문대학은 대학단위 특성화를 선택하고 주문식 교육이 강한 전문대학은 프로그램 특성화를 선택하게 돼 있다. 전문대학 중 공업계열을 축으로 하는 대부분 대학이 나머지 한 개 계열을 골라 복합분야에 나서기 때문에 70개 대학이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델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할 경우 각 모델에 대한 경쟁률이 다르고, 그러다보면 ‘어느 대학은 거저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구체적인 선정 지표가 발표되지 않아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기획처장은 “대학들이 지난 정부에서 했던 교육역량강화사업에 대학의 체질을 맞춰놨는데, 그걸 몇 달만에 바꾸려니 어렵다”며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닌데 정보는 없는 상황이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취업률’ 지표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밝히면서 대학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전문대학은 이에 따라 특성화전문대학 100개교 사업에서 정성지표가 무엇이 들어가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 전문대학 부총장은 이와 관련 “사실 지금까지 정량지표가 나올 수 있는 것은 모두 나왔다”며 “중요한 것은 정성지표다. 최근 4년제 대학의 정성지표들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구체적 계획은 10월말 넘어야 =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 총장, 이하 전문대교협)는 이 사업과 관련 모 전문대학 교수를 주축으로 연구팀을 꾸리고 지표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주 전문대교협 사업부장은 “현재 이 사업과 관련한 연구발주를 해당 교수에게 줬다”며 “연구 종료는 10월말 정도”라고 말했다. 사정이 급한데도 연구 기간이 긴 이유에 대해서는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라 지표를 마련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에서는 대학들의 설문조사 과정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연구종료 시점인 10월말이 연장될 수도 있다. 연구팀의 해당 교수는 이와 관련 “특성화전문대학 100개교 사업에 대한 연구는 지난 7월 18일 발표한 계획의 골격 안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연구는 이와 관련한 디테일을 정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 대상 설문조사도 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70개교를 어떻게 배분할지, 그리고 몇 개를 어떻게 배분할지도 나올 것”이라며 “예를 들어 대학단위 특성화 모델은 단일 주력계열의 편제정원이 70% 이상인데, 이 비율을 조정하는 작업들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70개교의 경우 기재부가 예산을 얼마만큼 허용하느냐에 따라 숫자가 변동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문대학 지원사업 중 핵심사업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신청한 예산에서 깎일 경우 사업에 변동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결국 전문대학은 정확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예산이 잡히는 10월말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11월에 구체적인 지표와 예산이 확정되면 대학들이 그제서야 어떤 모델을 선정할지 고민하고, 정량·정성지표를 맞추는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다만 대학들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교육부 측은 “대학이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대학정책과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첫 해이고 신규사업인만큼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 짜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며 “최대한 빨리 세부 계획을 발표하고 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는 선정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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