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학 92%가 참여… "융복합 과도하게 유도하고 취업효과도 의문 "제기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17일 대학 인문역량 강화(코어)사업에 선정된 16개대는 여타 국고사업과는 의미가 남다르다. 예정대로 상대평가로 25개 내외 대학을 선정하기 보다는 인문학 역량과 사업계획이 우수한 64%의 대학만 걸러 1차로 뽑아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평가결과 우수대학과 다소 미흡한 대학 사이에 격차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3년 시범사업인 만큼 1차에서는 우수모델을 발굴해 선정하는데 초점을 두고, 2차 추가공모에서 후속 모델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코어 사업에서는 인문계열 학과의 평균 92%가 사업에 참여해 인문대학 전반의 변화를 꾀했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한양대, 고려대, 성균관대, 경북대, 전북대, 부경대, 충북대 등 8개 대학은 인문대학 100%가 참여해 코어 사업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사업비도 충분히 확보했다.

종합 패널에서 각 대학은 상황에 맞게 △글로벌지역학모델 △인문기반융합모델 △기초학문심화모델 △대학 자체 모델을 2개에서 4개까지 다양하게 복합 구성했다. 인문기반융합모델과 기초학문심화모델, 글로벌지역학 모델을 택한 대학이 각각 12개로 가장 많았고 자체모델은 6개 대학이 선택했다. 성균관대는 모든 모델을 선택해 선정된 경우다.

글로벌지역학 모델을 택한 대학들은 학사구조개편의 정합성을  평가받았다. 어문계열 학과의 어학능력을 바탕으로 세계 권역별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학과통폐합을 유도했다. 고려대의 경우 학부과정은 물론 대학원 석박사과정도 마련했으며, 부산외대는 3개 단과대학 통합, 지역학 연구소 등을 통해 코어사업 맞춤형으로 승부했다.

인문기반융합모델은 구조조정 계획보다는 부전공과 복수전공, 연계전공 등을 통해 지역 사회수요에 맞는 학위과정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문대학 학생들만이 아니라 참여한 다른 전공 학생도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별도 학위를 수여받게 되는 것이다. 가톨릭대는 인문지식과 경영마인드를 융합하는 모델을, 부경대는 해양수산 분야의 전통이 있는 만큼 해양인문학을 내세워 좋은 평을 받았다.

기초 인문학을 심화시키는 기초학문심화모델은 최근 10년간의 학술연구실적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이미 인문대학의 역량이 강한 대학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는 전체학과가 기초학문심화모델에 집중해 선정됐고,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충북대 등 지역거점국립대학들은 모두 기초학문심화모델을 택했다. 사립대 중에서는 수도권에서 고려대, 이화여대, 한양대, 지방에서는 동아대가 선정됐다.

인문대학이 없는 대학만 신청할 수 있는 기초교양대학 모델은 가톨릭관동대가 인문대학을 기초교육대학과 통폐합 하는 고육책을 쓰면서 전체 계열 학생들이 인문교양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학사구조 및 교육과정 개편을 단행해 신청시 예산인 12억원을 고스란히 확보하기도 했다.

선정대학들은 오는 31일까지 학칙을 개정하고 바로 올해부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이전에 코어사업 평가위원들이 주축으로 보완 컨설팅을 실시한다. 추가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4~7개 대학은 2학기부터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보고 준비해야 한다. 학칙개정은 7월까지는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3년 시범사업이지만 2년 후 중간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코어 사업이 인문학을 진흥한다는 본래 취지 대신 취업교육으로 주변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회수요를 강조하다보니 기초인문학에 집중하기보다는 경영학, 사회학, 예술 등과의 융복합을 과도하게 유도했고, 취업효과도 별로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3년 시범사업인 만큼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시범 사업이 끝나면 정부에서 계속사업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실적을 판단할 때, 결국 인문학자들이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취업률을 근거로 인문학 진흥효과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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