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여성연구자 경력단절, 대학은 - 中]
[인터뷰]“아이 낳은 날 연구과제 연차보고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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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이 낳은 날 연구과제 연차보고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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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출산한 B 교수 “나는 정말 럭키(Lucky)한 경우”

대학 직장어린이집 설치 않아 1시간 일찍 일어나야
설치·위탁 의무 방기한 대학 27곳, 위탁한 곳 37곳

<上> 사례와 통계로 본 대학의 여성연구자 경력포기 실태
<中> 비정규직·남성중심 문화 속 여성 배려 대책도 글쎄
<下> 이탈 막기 위한 연구문화 개선·성평등 정책 없이 미래 없다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서울 사립 A대의 B교수(생명과학)는 지난해 9월 출산했다. 임용된 지 4년 만이었다. 이미 그가 맡고 있는 연구 과제만 3개다. 35세 이하의 신진연구자만 지원할 수 있는 국가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제자들의 논문과 연구실의 운영이 두 어깨에 놓여 있다. 임신 전에는 아침 8시 반에 출근해 많게는 15시간 가까이 수업과 연구에 매진했다.

B 교수의 출산 날은 연차보고서 제출일이 임박한 시점이었다. 규정상 매년 내야 하는 두 자릿 수 분량의 연구 결과 보고서다. B 교수는 “출산한 그 날 병원에서 가장 먼저 노트북을 열고 연차보고서를 썼다”고 밝혔다.

지난 8일 B 교수를 대학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수업을 쉴 수 있는 안식년이지만 학교에 나온다. 주 3회 학교에 출근해 연구를 계속한다. 아이를 사설 어린이집에 위탁하고 출근한다”고 했다.

B 교수가 재직하는 A대는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대형 대학이다. 그러나 올해까지도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다.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상시 근로자 500명 또는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을 고용하는 대학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위탁 어린이집을 선정해야만 한다.

그는 “8시 반까지 학교에 나와야 한다면, 아이를 맡기고 나와야 하니 적어도 평소보다 1시간은 더 빨리 집에서 나와야 한다”며 “맡겨도 걱정이다. 한국 문화 특성상 아버지 직장이 어머니보다 어린이집에서 더 가까워도 어머니를 부르니 언제 뛰어가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A대는 최근 “재정난과 공간 부족으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기 어렵다”며 위탁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체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알려 왔다. A대가 사설 어린이집과 계약을 체결하고 보육에 필요한 비용의 50%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지난 4월 발표에 따르면 A대와 같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대학은 27곳이다. 대학 밖의 어린이집에 위탁한 대학 37곳은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봤다.

B 교수는 학내에 위치한 직장어린이집이 아니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실험을 진행하며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대학 안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 유학 때를 떠올리면, 연구실에서 나를 제외한 모두가 아이를 낳고 대학 어린이집에 맡겼다. 추첨식도 아니라 누구나 맡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나는 정말 럭키(Lucky, 운이 좋은)한 편이다. 30대 초반에 서울 대형 대학의 교수가 됐다. 출산 휴가 내는 것을 눈치 주는 학과도, 복지 혜택이 없는 비정년 트랙도 아니다. 출산 직후 3개월의 출산 휴가를 어렵지 않게 받았고, 출산 직후 순번제로 돌아오는 안식년이 맞아 떨어졌다.”

B교수는 여성 과학자로서의 어려움을 말하면서도 인터뷰 내내 자신의 처지를 낙관했다. 많은 여성 연구자들이 넘지 못하는 수많은 난관을 운 좋게 넘었다는 의미가 행간에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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