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여성연구자 경력단절, 대학은 - 中]
여성 밀어내고 차별하는 연구실, 보이지 않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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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과학기술계 떠나는 원인은

“시험 잘 봤더니 교수 첩이냐더라”...여성은 과학 못한다는 편견 여전
여성연구개발인력 5명 중 2명이 비정규직, 전체 여성 평균보다 높아

<上> 사례와 통계로 본 대학의 여성연구자 경력포기 실태
<中> 비정규직·남성중심 문화 속 여성 배려 대책도 글쎄
<下> 이탈 막기 위한 연구문화 개선·성평등 정책 없이 미래 없다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대학원을 졸업한 30대 한국 여성의 4분의 1이 미혼이다. 같은 세대 전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다. 남성의 가사노동 분담도 50분에 그쳐 OECD 중 꼴찌고, 맞벌이 비중도 OECD 평균의 절반에 머무르고 있다.

통계청이 작년 12월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30세 이상 여성의 미혼 비율은 9.4%로, 그중 대학원 졸업자는 23.4%로 조사됐다. 통계청은 남성의 경우 자신보다 학력이 낮은 여성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반면, 여성은 저학력의 배우자를 택하지 않는 ‘혼인 미스매치’ 풍조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기혼자 평균 맞벌이 비율은 58.5%로 조사됐다. 가사노동시간은 2014년 기준으로 기혼 여성이 4시간 19분으로 남성(50분)의 5배를 넘는다. 회원국 중 가장 적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밝힌 한 과학기술원의 박사과정 대학원생 A씨(여성)는 “과학기술계는 남성이나 여성이나 박사를 마치고 박사후연구원(아래 포닥)으로 3년을 넘게 전 세계를 떠돈다. 한국 학문 토양에서 결혼은 물론 출산도 애초에 결심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결혼, 출산과 학자로서의 ‘커리어’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본지 취재에 응한 과학기술계 여성들은 출산과 육아를 불가능하게 하는 환경과 남성 중심적 문화를 경력 포기의 원인으로 꼽는다. 대학 연구실에 여성을 비하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입을 모아 증언한다. 이를 견뎌도 취업 후에 여성이라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연구도 있다.

■ 시험 잘 봤는데 “교수 첩이냐” 무시= 한국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여전히 남성 중심주의적인 문화가 만연해 있다고 말한다. 성희롱, 폭언부터 선의를 빙자한 무시까지 그 양상이 다양하다.

팟캐스트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과 과학기술중점대학(KAIST, POSTECH, GIST, UNIST, DGIST) 학생들의 모임인 ‘페미회로’는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연구 현장의 성차별 사례를 수집해 공개하는 ‘이공계 내 성차별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개된 사례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과학기술을 하지 못 한다”는 시대착오적 편견이 여전히 만연하다. “교수님이 여자는 애교부리면 남자 선배들이 다 알려주고 정작 연구는 못한다”거나 “시험을 잘 봤는데 주변에서 교수 첩이냐는 말을 들었다”는 편견이 대표적이다.

KAIST의 한 연구원은 “제가 논문까지 냈는데도, 그거 실험해보면 다 아는 거 아니냐고 업신여김을 당했다. 경력만 수년 쌓아왔지만 실험실에서 ‘이건 이렇게 하라’고 말하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설명을 하려 든다”고 말했다. 남성이 여성을 아랫사람 취급해 가르치려 드는 소위 ‘맨스플레인(man+explain)’이다.

소셜 벤처 네트워크 ‘걸스로봇(Girl’s Robot)’의 이진주 대표는 “담배 피우거나, 게임이나 축구를 하러 몰려다니는 문화에서 여성이 소외되는 건 부지기수다. 여성 대학원생은 치어리더가 아니면 마스코트고, 조금만 힘들면 남성에게 미룬다는 편견도 심하다”고 지적했다.

 

■ 비정규직 많고, 월급도 적고...연구현장의 ‘유리절벽’= 차별과 비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직 일자리를 구한 뒤에도 연봉과 승진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하영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자료를 분석해 지난 9월 낸 <이공계 대학생의 대학생활 경험과 취업의 질> 논문에 따르면, 직장을 얻은 이공계 대학생 16만6636명이 다니는 기업의 규모를 1~5점의 점수로 환산해 평균을 분석한 결과 여성(4.64)들이 남성(4.83)보다 대기업에 취업한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4점은 300명 이상 500명 미만의 중견기업을 의미하며, 5점은 500명에서 많게는 1000명이 넘는 대기업을 말한다.

임금 수준도 남성(200만600원)의 월급이 여성(178만4400원)에 비해 평균 21만6200원 더 높았다. 이 같은 소득 수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실력, 학벌 등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불리하게 적용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신하영 연구위원은 “공학을 전공한 여성이 공학 계통 일자리를 선택하는 전공의 일치도는 여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 직장에서 받은 차별 등에 의해 직무만족도는 떨어졌다”며 “전공에 맞는 일자리를 선택해도 퇴사를 선택하기 쉽다. 좋은 일자리에 뽑히지 않거나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과학기술계 여성은 다른 분야 여성들에 비해 비정규직도 더 많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의 2015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연구개발인력 5명 중 2명이 비정규직이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전체 여성 비정규직 비율(40.3%)보다 3.4%p 높다. 비정규직은 임금이 낮은 것은 물론 육아휴직, 복리후생과 같은 기본적 노동권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다. 동년배 여성들보다 공부는 더 많이 하고 처우는 낮으니 박탈감은 커진다는 지적이다.

신하영 연구위원은 “유리천장 외에도 ‘유리절벽’이라고 하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호봉제의 불리함 등으로 승진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경력단절의 또 다른 형태라 볼 수 있다”며 “여성 노동의 비정규직화가 계속되면, 해고하기 더 쉬운 노동자가 되므로 경력단절은 필연”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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