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줄 왼쪽부터) 김동원 전북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김인규 경기대 총장,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 김창수 중앙대 총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박형주 아주대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이길여 가천대 총장, 임홍재 국민대 총장, 조동성 인천대 총장, 황준성 숭실대 총장.
(윗줄 왼쪽부터) 김동원 전북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김인규 경기대 총장,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 김창수 중앙대 총장, 김헌영 강원대 총장, 박형주 아주대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이길여 가천대 총장, 임홍재 국민대 총장, 조동성 인천대 총장, 황준성 숭실대 총장.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해를 보내고 2020년 새해를 맞이했다. 대학 총장들이 신년사에서 대학 구성원에게 강조하는 대학 경영 전략과 각오를 담은 청사진을 내놨다. 총장들은 경자년(庚子年)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 위기를 돌파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통해 열릴 미래를 준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했다.

특히 2020학년도 대학입시부터는 대학 입학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적어지는 역전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대학마다 위기 속 기회를 찾기 위한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대학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시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키워드로 총장들은 ‘도전’과 ‘혁신’, ‘화합’을 꼽았다.

■ “만족하는 순간 도태”…대학가 화두는 ‘혁신’ = 2020년도 총장 신년사에서 대학가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혁신’이다. 이를 위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과거의 정리와 미래의 비전만큼이나 현재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세정 총장은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과거의 잠재력은 소멸하고, 앞날의 선택지들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현재를 열심히 산다는 것은,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선물꾸러미를 준비하는 일이다. 현재를 열심히 살았던 과거의 자신이 보내는 선물꾸러미를, 기쁜 마음으로 풀어보는 미래의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따라 대학들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미래·혁신 인재 양성은 물론이고 연구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재임 7년 차를 맞은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은 박노해 씨의 시구(詩句)를 빗대어 ‘한번을 다 바치면서 젖고 시린 눈으로 그동안 갈고 뿌리고 닦았던 일들 이제 결실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했다. 김인철 총장은 “지난 기간 동안 기획하고 담론을 이어온 다양한 혁신 과제의 열매를 맺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학사제도 개편과 교육 혁신, 캠퍼스 간 균형 발전, 교수 연구실적 향상과 연구사업 수주 규모 확대 등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성과에 만족하는 순간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퇴보할 수 있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인규 경기대 총장은 “대학은 수입이 줄고 지출은 늘어나는 재정압박을 이겨내면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이중고를 지혜롭게 풀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형 학과 구조와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학사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가 핫이슈는 ‘AI’ = 숭실대는 AI 융합 분야 최고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반 구축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숭실의 모든 학문은 AI로 통한다’는 비전도 내놨다. 황준성 숭실대 총장은 “이를 위해 2020년 1학기 중 AI 비전선포식을 시작으로 AI융합학부의 신설, AI융합연구원 개원, 모든 단과대학과 전공에 AI융합과목 개설, 중국 천진사범대학에 숭실 AI아카데미 개원을 추진하겠다”면서 “국제화 역량 강화와 2021년에 있을 제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하며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인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일화를 소개하며 신년사의 포문을 열었다. 앨런 튜링이 독일군 잠수함의 암호문을 풀어 승리를 거둔 이야기다. 이 총장은 “‘인간과 기계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그의 상상은 오늘날 인공지능(AI)으로 열매 맺고 있듯이 세상은 끝없이 상상하고, 무모하게 도전하는 사람들이 열어 왔다”며 “가천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신설한 인공지능학과와 인공지능 융합기술원을 위시해 ‘AI 혁신’으로 세상을 리드하겠다”고 다짐했다.

■ 배려·화합 강조…구성원 간 융합이 성공의 열쇠 =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국가나 대학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제도와 시스템 구축에 달려있다”면서 “이를 위해 전북대 가족의 말씀을 경청하고, 더 넓게 소통하며, 더 크게 공감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총장은 “전북대 3만 구성원과 20만 동문, 그리고 200만 전북도민의 강한 의지와 지혜를 한데 모을 때, 새해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성원 모두가 공동운명체로서 함께 땀 흘리고, 같이 기뻐할 수 있는 한 해를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키워드로 ‘CONNECTING MINDS-연결된 세상, 협력하는 지성’을 제시하고 있는 박형주 아주대 총장은 신년사에서도 ‘연결’과 ‘협력’을 강조했다. 박 총장은 “대학은 다양한 정신이 공존하고 협력하는 광장”이라며 “거대연구그룹을 지원해 ‘연결된 연구’를 구연하고, 생각하고, 연결할 줄 아는 학생을 키우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임홍재 국민대 총장은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은 물론이고, 변화와 혁신을 일궈내는 힘도 모두 대학 구성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임 총장은 “지난 한 학기는 상호존중과 배려를 통해 화합과 신뢰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샘물에서 시작된 여러 물줄기가 모여 강물을 이루고 마침내 넓은 바다가 되듯 함께 고민하고 함께 호흡하는 집단지성의 힘만이 우리 대학이 나아갈 바른 길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대는 국가 발전을 이끈 유공자와 후손을 품으며 세대를 넘은 포용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은 “구한말과 일본강점기에 독립을 위해 전국에서 항거에 참여한 10만여 의병들의 기록을 발굴해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신청했다. 또한, 인천대에 입학하는 해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지급하는 민족장학금을 운영하는 등 민족대학으로서 국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거점대학으로서, 민족대학으로서, 미래를 향한 세계대학으로서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주인 의식’ ‘도전’ 강조하며 총장 임기 마쳐 = 2020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대학 총장의 신년사에는 지난 4년간의 보람과 아쉬움이 묻어났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언더우드 선교사는 67명의 첫 신입생들을 뽑은 후, 학생들과 함께 벽돌을 구우며 첫 건물을 지었다. ‘이 건물은 내가 지은 건물’이라는 주인의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면서 “연세는 문자 그대로 주인 없는 대학이지만, 모든 구성원이 주인의식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대학이고 이 정신이야말로 연세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학혁명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교육 수요자층 변화에 따른 교육 시스템 개혁도 요구된다. 2월 임기를 마치는 김창수 중앙대 총장은 특히 주문형 교육 시스템을 강조했다. 김 총장은 “세계경제포럼이 제시한 ‘대학이 직면한 4대 도전’으로 평생학습 수요증대, 학생들의 진화하는 요구, 학위보다는 기술 우선 지향, 고등교육기업 급부상 등이 있고 이러한 4대 도전은 우리에 대한 도전이자 기회”라면서 “핵심은 바로 주문형 교육 시스템”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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