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와 관계없는 재수생들, 코로나19 여파 ‘없다시피’
타격은 고3 몫, 개학은 미뤄지고, 방학은 줄고, 학생부 격차까지?
N수강세 정시 외에도 영향, 논술 물론이고 학종까지 ‘흔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코로나19로 개학이 세 차례나 연기됐다. 당초 2일 열렸어야 할 학교 문은 내달 6일이 돼서야 겨우 닫힌 빗장을 푼다. 하지만, 아직 장담할 때는 아니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개학은 다시 연기될 수 있다. 온라인 개학 등의 시나리오들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기약 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N수생들은 웃는 반면, 재학생인 고3들은 울상이다. 교육과정의 첫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는 고3과 달리 앞서 교육과정을 마친 재수생, 삼수생 등 N수생들은 차근차근 대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다른 때라면 고3들이 N수생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 유용하게 쓸 여름방학마저 줄어들게 됐다. 여기에 올해부터 강화된 학생부 기재요령까지 N수생 강세는 그 어느 해보다 강하게 불어닥칠 준비를 마쳤다. 

■일단 연기일 뿐, 불분명한 개학시기…온라인 개학, 개별 개학 방안도 = 굳게 닫힌 고교 문은 열릴 줄 모른다. 교육부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세 차례 개학을 연기한 끝에 본래 이달 2일 시작됐어야 할 1학기는 내달 6일에나 겨우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조차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에 내달 6일 개학은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안도 벌써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급기야 초·중·고 개학을 동시에 하지 않고, 학교급에 따라 개학 시기를 달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당장 올해 대입을 치러야 할 고교는 일단 문을 열되 초·중은 더 개학을 연기하는 방식이다.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일단 개학은 하되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온라인 개학’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일반 고교와 동일한 조건이라고 보기 어렵긴 하지만, 개학을 단행해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는 한국과학영재학교와 같은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커져가는 2021 ‘재수생 강세론’, 정시모집 영향 극심할 것 = 계속 개학이 연기되면서 올해 실시될 2021학년 대입에서는 이미 고교를 졸업한 재수생 등 ‘N수생’들에 비해 고3들이 크게 불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대입을 겪어 본 ‘경험’ 덕에 기존에도 N수생은 일정 부분 유리함을 안고 있었지만,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두 집단 간 격차가 크게 발생할 것으로 여겨지는 전형은 흔히 ‘정시모집’으로 불리는 수능위주전형이다. 수능위주전형은 수능성적에 의해 당락이 좌우된다. 때문에 수능에 사활을 걸어야만 하는 전형이다. 수능은 철저한 정량평가이기에 학습에 보다 많은 시간을 들인 N수생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뜩이나 수능에 강점이 있는 N수생들에게 있어 코로나19는 유리함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볼 수 있는 재학생들이 제대로 된 학습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수능 출제범위에는 고3 교육과정이 포함돼 있지만, 현재 고3들은 이에 대한 학습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개학이 늦춰지면서 여러 모로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할 3월에 재학생들은 등교하지 못하고 집에 있다. 이에 반해 한 번 실패 경험이 있는 N수생들은 학원에서 수업 중이다. 원래 성적 차이가 나는 두 집단의 간격이 더 벌어질 위험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대입 환경도 N수생에게 불리하지 않다. 올해 수능은 새 교육과정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는 시험이다. 이처럼 교육과정이 바뀌는 경우 N수생들은 사뭇 다른 시험 출제범위와 출제양상 등으로 인해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새롭게 적용된 것은 맞지만, 수능에는 큰 변화가 없다. 수학 가형에서 기하가 빠지고, 나형에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가 추가되는 것을 제외하면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N수생들이 가질 ‘낯설음’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하가 빠짐으로 인해 자연계열 N수생들은 오히려 부담까지 덜게 됐다.

수치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3월 학평이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내달 16일에나 시행된다는 것도 고3들에게 있어서는 ‘치명타’다. 3월 학평을 통해 자신의 수준과 취약점을 확인해 이를 보완하는 형태로 학습계획을 짜야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출발선부터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 대입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초기 개학이 연기되던 시기부터 자체적으로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등 3월 학평을 대체할 수단을 만들라고 조언했지만, 조언대로 수험생들이 조언을 따랐을 지는 미지수다. 

■‘삼중고’ 빠진 고3들, ‘재수생 강세론’에 힘 실어 = 재수생들과 달리 고3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단순히 개학이 연기되면서 한 달 넘는 시간을 허비하게 된 것은 당장 닥친 문제일 뿐이다. 이외에도 고3들에게는 불리함을 안겨다 줄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개학이 연기된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다. 계획대로 내달 개학이 이뤄지더라도 수능 전까지 일정이 빽빽하다. 교육과정을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교과 진도가 급박히 진행돼야 한다. 그 와중에 중간고사도 치러야 한다. 수행평가 등을 통한 중간고사 대체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공정성 시비가 제기될 수 있기에 학교들은 지필고사를 주요과목에 한해서라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일정들을 조금씩 미루다 보면 여름방학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미 수업일수와 수업시수가 줄어들었다. 주어진 학습량을 소화하고, 지필고사까지 시행하는 데만도 힘이 벅차다. 교사든 학생이든 숨 가쁜 일정을 보내야만 한다. 

여름방학이 줄어들면 타격은 고3의 몫이다. N수생들은 이미 졸업한 수험생들이어서 방학과 무관하다. 이미 실시 중인 학습 페이스를 고스란히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학교수업 등 교내활동을 소화하면서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고3들에게는 여름방학이 대입을 준비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의 시간이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대학별 고사 준비,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다 평가되는 영어나 한국사, 암기과목인 탐구과목 등에 대한 집중학습 등은 주로 여름방학을 통해 이뤄진다. 올해는 이러한 시간 확보부터가 쉽지 않게 됐다. 

이 소장은 “수시를 준비하는 대부분의 고3들은 입시일정에서 무언가를 보충하는 기간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올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방학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개학이 미뤄지는 기간 동안 미리 준비하는 것도 자기소개서를 제외하고는 쉽지 않다. 선행 진도를 나가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해 N수생 강세는 정시모집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 고사가 주를 이루는 논술전형이나 적성고사전형을 비롯해 구술면접이 시행되는 전형 등 수시모집에서도 N수생들에게는 불리함이 줄었다. 

여기에 올해 바뀐 학생부 기재요령도 고3의 불리함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11월 29일 발표된 ‘학교생활기록부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올해부터 학생부 ‘세특(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기록 범위가 넓어졌다. 이전에는 특정 교과목이나 특정 학생에게만 세특을 기록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예체능 교과를 제외한 모든 교과에서 모든 학생의 세특을 기록해야 한다. 이는 ‘부실 기재’ 사례를 키울 수 있기에 앞서 학생부를 이미 만든 N수생들에 비해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생부에 기록할 만한 활동까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소장은 “학생부의 소재와 질적인 면에서 재학생들이 다소 불리할 것이다. 과거에는 교사들의 관심이 우수학생들에게 집중됐지만, 이제는 전교생에게 학생부 기재에 들이는 노력이 분산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복사 붙여넣기 사례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줄어든 수업시수로 활동 내용이 적어 기록 근거 마련부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현장에서 학생부 기재에 쏟을 수 있는 시간도 예년 대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소장은 “7월 중순이나 하순에 기말고사를 실시하면 일정이 촉박하다. 수시 일정을 1~2주 미루더라도 시험 채점과 성적 확인, 학생부 작성·확인 일정에 쫓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졸업생과 재학생의 학생부 기재 격차가 발생하게 되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N수생이 예년에 비해서는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학생부 기록이 주요 평가요소인 전형특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은 재학생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2020학년 서울대 신입생 최종 선발결과’에 따르면 수시모집에서 N수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밑돌았다. 대학마다 다르지만, 졸업생 지원자 비율도 20%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학생부 기재 격차로 인해 생각보다 더 많은 N수생 합격자가 나오는 것도 가능해졌다. 재학생이 아니더라도 학생부종합전형에 적극 지원하는 전략을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대학들은 기재요령이 바뀌더라도 종합·정성평가가 이뤄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특성상 재학생 합격자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바라보지만, 실제 결과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교육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재학생과 졸업생 간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수능과 수시모집 일정 등을 한 주 정도 미루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다만, 한 달 넘게 개학이 연기되는 데 따른 고3들의 불리함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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