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좌),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좌),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지성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삼일절이 다가오면 줄곧 폄하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자연스레 갖게되는 질문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 교수가 괜한 논란을 만들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존 마크 램지어가 자신의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표현한 것이다. 이후 그가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기업 미쓰비시의 지원을 받는 ‘미쓰비시 교수’라는 것이 알려졌다. 아무리 우익 기업의 후원을 받는다고 어떻게 학자적 양심까지 내던질 수 있을까. 박정애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 위안부 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램지어 교수의 발언으로 그것에 대한 오류만 지적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지식이란 무엇인가’, ‘학문이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성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램지어 교수와 비교되는 두 학자가 있다. 일본 출신 정치학자로 오랜 기간 독도 영유권을 연구해온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와 역사 지킴이를 자청하고 나선 홍보학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1998년부터 독도 영유권 연구를 시작해, SSCI급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경덕 교수는 독도와 동북공정에 관한 홍보를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와 같은 해외 언론에 싣고,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아리랑 광고를 게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여 왔다. 김장문화와 한복을 자신의 문화라 주장하는 중국의 ‘문화공정’에도 적극 대응해왔다.

기회만 주어지면 벌어지는 위안부 비하 발언을 두고 호사카 유지 교수와 서경덕 교수를 만나 그 현상을 들어봤다. 삼일절 102주년을 앞둔 지난 2월 23일과 24일, 호사카 유지 교수와 서경덕 교수를 각각 전화와 대면 인터뷰로 만났다.

- 램지어 교수의 이번 발언을 어떻게 보고 있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이하 ‘서경덕’) =
“어이없는 일이다. 램지어 교수의 발언이 알려진 뒤 하버드 크림슨(하버드대 학보)과 인터뷰하면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왜 틀린 지 일목요연하게 근거 자료를 제시했다. 하버드대 총장이 램지어 교수의 발언을 두고 학문적 자유라고 했다지만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거짓이 학문적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일로 하버드대의 명성이 추락하고 말았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이하 ‘호사카 유지’) = “우선 램지어가 어떤 교수인가를 잘 알아야 한다. 하버드대 교수 중에도 여러 교수가 있다. 큰 대학이라 많은 교수가 존재한다는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많은 교수들은 각기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다. 램지어는 또한 기업의 돈을 받는 한국으로 치면 ‘석좌교수’와 같은 성격이다. 미국 대학은 한국 대학과도 많이 다르다. 미국의 교수들은 보수도 상당히 낮고 거의 모두가 ‘계약교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램지어 교수의 친일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에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왜곡한 논문을 썼다. 다만 그 논문은 인터넷 상으로만 발표됐을 뿐 종이책으로 출간되지 못했다. 논문을 발표한 지 2년이 지나도록 논문집 출판이 안 됐다는 점은 그 논문을 실어줄 학회지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아마도 여러 학회지가 출판을 거부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이번 논문이 역사저널이 아닌 법학저널에 실렸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 이슈에 전문성이 있는 역사학자들은 그런 논문을 통과시키지 않는다. 현재도 램지어 교수를 하버드대 동료 교수인 역사학자들이 상당히 비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램지어의 논문은 굉장히 고의성이 짙은 논문이다.”

- 램지어 교수의 발언을 크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그러나 이 발언을 일본 우익 언론들이 크게 보도하고 있고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근거로 다른 주장이 나올 수도 있어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호사카 유지 = “램지어가 그 효과를 노리고 이런 논문을 썼다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다. 몇 년이 지나 논문을 쓰는 다른 학자가 램지어 교수의 발언을 인용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램지어 교수가 한 일이 악질적인 작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의도성, 정치적 생각을 갖고 하는 사람은 학자적 상식을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발언이 사회적 영향력을 갖도록 움직이는 것이다. 램지어 교수는 역사적 진실을 추구하려는 자세가 없다. 목표가 다르니 진실을 추구하고 밝히는 게 아니라 정치적 의도로 세계의 상식을 바꾸려고 담론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램지어 교수도 그런 부류가 아닐까.”

- 램지어 교수의 발언 외에도 최근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한 일이 또 있었다. 중국이 한복을 중국 의복 ‘한푸’라고 억지 주장을 하거나 한국의 김장 문화도 자신들의 것인 양 이야기하고 있다.
■서경덕 = 
“비뚤어진 애국주의의 발로다. 중국의 전자제품 회사 샤오미가 스마트폰 배경화면 스토어에 한복을 중국 문화로 표기한 일이 있었다. 나중에 샤오미 측에서 사과는 했지만 ‘꼼수’를 부렸다. ‘중국 문화’에서 ‘문화’로만 표기를 바꿨을 뿐 한복이 한국 것이라고 인정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한국 문화’로 수정해야 한다고 샤오미 본사에 항의 메일을 보내게 된 거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게임회사가 출시한 게임 ‘샤이닝니키’에서 한복을 한국의 전통의상이라 소개하자 중국 네티즌들이 이를 명나라 때의 ‘한푸’라고 항의해 게임사가 한복을 삭제하고 한국 서버에서 철수한 일도 있었다. 그래서 게임사 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

역사적 팩트를 갖고 왜 한복이 한국 문화인지 정확히 알려야 한다. 이번 달 17일과 18일에는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가 나의 이런 활동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그 활동들이 효과가 있었다는 방증이다. 중국이 이런 일을 하는 이유가 뭘까. 예전에는 서양이 동양 문화의 중심은 중국이라고 인식했다. 그러다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아시아 문화의 중심이 한국 문화라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여기에 중국이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 본다. 위기감을 느꼈으면 자국 문화를 더 잘 홍보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한국 문화의 원조가 자신들이라 주장하고 있다.”

- 같은 학자이지만 램지어 교수에 비해 두 교수의 행보는 무척 다르다.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무기로 ‘역사적 진실’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사카 유지 = “램지어가 일본에서 18년 살았다든가 우익 기업의 후원을 받는다는 것은 이번 논문의 본질은 아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역사의 진실에 대해서는 아주 충실하게 그것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서경덕 = “홍보학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항상 고민했다. 대학 사회에 몸담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간 학생들과 소통하며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프로젝트를 많이 했다. 연구를 하는 학자도 교수로서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고 나는 행동을 하는 학자가 된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도록 대외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일을 하자고 마음을 먹고 행동해왔다. 직접적인 행동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학자들의 역사왜곡 시도, 중국의 ‘문화공정’과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사회의 지식인인 교수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호사카 유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 안에서 민족주의 적으로만 대응하려고 해선 부족하다. 국제적 호소력을 가지려면 국제 저명 학회지에 우수한 논문이 실려야 한다. 왜곡된 주장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려면 학술적인 방법이 최고의 방법이다. 논문은 이성에 호소하는 방법이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처럼 국제적 호소력을 가져야 하는 일은 세계적 학술 여론을 주도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인 외에도 일본, 중국,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피해가 발생한 일이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논문이 영문으로 저명한 국제 학회지에 실린 적이 거의 없다. 이번 램지어 논문이 통과된 것도 참고할만한 관련 논문이 많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라 본다. 있더라도 대부분 한국어로 된 논문이라 영어권 학자들이 참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역사왜곡 논란에서 한국의 정당성을 세계적으로 알리려면 SSCI 논문이 많이 출간돼야 한다. 그리고 SSCI에 실린 논문을 책으로 묶어 출판하는 노력과 영문으로 논문을 펴내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그래야 세계의 여론을 한국의 흐름으로 만들 수 있다.”
■서경덕 = “연구자, 학자들마다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에 속한 이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갖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폴리페서’와는 전혀 다르다. 오피니언 리더로서 글로벌 시대의 터전을 닦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면 많은 이들이 그 일에 동참하게 된다. ‘나비효과’라고 하지 않나. 내가 SNS에 글을 올리면 DM으로 많은 피드백이 온다. 아이들이 내 글을 읽고 한국 문화를 공부하고 싶어 책을 사달라고 한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글로벌 시대의 대학 교수로서 미래 세대에 큰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와 역사는 스스로 지키는 것이지 남이 지켜주는 게 아니다. 한국 네티즌들도 전과는 달라졌다. 이제는 분개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내 SNS를 통해 자료를 달라고 하는 네티즌도 있다. 나 역시 우리 문화를 전세계에 다국어로 알리는 홍보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 정확한 근거로 왜곡된 발언을 막으려면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져야 한다. 교육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서경덕 = “일련의 일들로 우리 문화와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육계가 이번 일을 통해 전반적인 것을 되돌아 봤으면 한다. 요즘 아이들은 김치를 잘 먹지 않고 매일 한복만 입을 수도 없다. 지금 시대에 맞는 전통문화 교육을 해야 한다. 가장 많이 받는 DM 중 하나가 한복에 관한 제대로 된 영문 자료가 없다는 이야기다. 찾으면 많겠지만 그만큼 정보의 거리가 멀다는 의미일 것이다.”
■호사카 유지 = “학자 중에도 역사학자가 아닌 경우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간혹 있다. 중·고등학교까지의 역사교육의 문제로 인한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모든 국민이 역사를 바르게 알 수 있도록 의무교육 단계에서 충실히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