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812억원에서 53억원으로 축소… 2년간 100억
공익이사 요건은 제외, 회계 투명성은 확보해야
“언발에 오줌누기” vs “불씨는 살아있어”
교육부 “국회, 기재부 설득해 예산 늘릴 것”

대학노조가 일방적인 대학구조조정 중단, 공영형 사립대 추진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대학노조가 일방적인 대학구조조정 중단, 공영형 사립대 추진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였던 공영형사립대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렸다. ‘사학혁신 지원사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규모도 대폭 축소돼 사실상 좌초된 것 아니냐는 평도 나오고 있다. 예산은 3년간 당초 812억 원에서 5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사업 내용은 공익 이사로 채운다는 공영형 사립대의 본래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9일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사학혁신 지원사업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올해 신규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대학이 스스로 투명성・공공성 강화 노력을 하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올해 총 5개 대학법인을 선정해 각각 10억 원을 지원한다.

이 사업은 그간 정부가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공영형사립대 지원사업의 수정 버전이다. 공영형사립대는 법인 이사회 과반수를 공익이사로 구성하는 대신 정부가 사립대 운영비의 50% 이상을 지원하는 것으로 사학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꼽혔다.  

그러나 ‘부실 사학에 왜 국고를 투입하는가’라는 외부 비판과 ‘사학을 통제하려고 한다’는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교육부는 2019년 사업예산으로 812억 원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했다. 결국 80분의 1수준으로 대폭 축소된 10억 원을 기획연구비로 반영했다. 지난해는 87억 원을 요구했지만 또다시 전액 삭감됐다. 사업 명칭과 내용을 바꾼 후 세 번째 도전 끝에 올해 운영비를 포함해 53억 원이 책정됐고 2년간 총 100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사학혁신 지원사업에 따르면 공익이사를 선임하는 내용은 빠진 대신에 교육부가 요구한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재정정보를 공개하고 회계감독을 받는 식이다. 추가로 대학이 자체적으로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워 실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사업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과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는 평이 엇갈린다. 1년간 10억 원씩 총 20억 원으로는 전체 사학의 혁신을 이루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다른 사립대에 동기부여하고 개선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 정도 수준으로는 5개 대학에 예산 도움을 주는 선에서 그칠 것이다. 일부만 특혜를 주는 것 같은 모양새”라며 “전국 사학으로 확산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본다. 겨울이 물러가도록 해줘야 하는데 봄이 오기는커녕 시베리아에서 오줌 누는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 국회가 나서 사학의 공공성에 대한 고민과 해외사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일본은 1973년도에 사학을 지원하는 법체계를 마련했다. 우리도 전체 사학이 살아나도록 이사회 구조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재홍 방통대 교수는 “공영형사립대가 사학 혁신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인데 예산이 많아야 혁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재정·회계 투명성 등 기초적인 부분만 고칠 수 있는 예산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업을 이어갈 여지가 있다는 희망적 관측도 나오긴 했다. 방정균 상지대 사회협력부총장은 “공익이사 선임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참여문턱을 낮췄다”면서 “사업에서 요구하는 것만 이행해도 충분히 회계 투명성과 운영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아울러 “핵심은 예산증액이다. 이를 통해 많은 대학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인 위기 상황에서 사학혁신지원 사업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불씨는 살렸다고 본다. 잘 점화돼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사립대 혁신이 대학을 다니는 학생까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지금은 이러한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이 사업의 내용이 교육혁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참여대학과 지원예산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송선진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과장은 “예산을 고려해서 사업계획을 전략적으로 수립했다. 대학들이 각자 가진 강점을 활용해 다양한 혁신사례를 발굴하는 사업으로 세팅한 것”이라며 “내년에 지원 대학 수도 늘리고 지원단가도 늘리려고 예산신청을 했다.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기재부와 국회를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