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제5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 개최
이 전 위원장 “외국인 유학생 유치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수도권 외 지역이라고 국제화에 불리하다는 막연한 생각은 ‘틀린 말’

제5회 대학혁신 웨비나(Webinar) 콘퍼런스에서 K-EDU 국제화 전략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는 이기정 전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위원회 위원장 (사진 = 박종민 기자)
제5회 대학혁신 웨비나(Webinar) 콘퍼런스에서 K-EDU 국제화 전략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는 이기정 전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위원회 위원장 (사진 = 박종민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한국은 본격적인 학령인구 감소에 접어들었다. 자연적으로 대학의 입학 정원 대량 미충원이라는 결과와 마주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발표된 ‘합계출산율 0.84명’이라는 통계 아래 학령인구 감소 추세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학생 없는 미래 대학’을 만나지 않고 ‘혁신에 성공한 미래 대학’을 만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이기정 전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위원회 위원장(한양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은 “전략적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야 한다”면서 “전통적인 학령인구만 생각하지 말고 ‘소비자 다각화’를 통해 학령인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국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방법들을 제시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위원회와 본지가 주최·주관하고 교육부,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는 ‘제5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Webinar) 콘퍼런스’는 25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K-EDU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제화 전략 모색을 통해 미래 고등교육 혁신 방향을 논의하고자 열렸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은 2020년 기준 15만 명이나 된다. 2003년 1만 2000명이었던 시절과 비교해 볼 때 한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이 전 위원장은 한양대의 교비회계 변화를 예시로 제시하며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 재정난 해소에 국제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교비회계와 국제화 수입의 상관관계는 95.2%에 이르며 교비 10% 정도는 외국인 유학생이 감당하는 수준이 됐다. 한양대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2020년 486억여 원에 달하는 국제화 수입을 올렸고 이는 2009년 104억여 원과 비교하면 약 4.7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지역 따지기 전에 외국인 유학생 끌어들일 핵심 학과 찾는 게 관건 = 특이한 점은 일반대의 경우는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유치한 대학이 서울에 몰려있는 반면 전문대는 여러 지역에 골고루 분포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기정 전 위원장은 “서울 외 지역에 있는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힘들다고 하소연하지만 지방 전문대 중에서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잘 해내는 곳들이 많다”면서 “결국 대학 스스로가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고 어떤 전략을 세우는지가 핵심이다”고 분석했다.

이 전 위원장은 “교수들이 고등학교를 방문 홍보하면서 학생들을 모집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하며 일본 메이지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의 경우는 한국보다 여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다. 메이지대는 이 부분도 고려해 화장실부터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파우더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타깃으로 한 학생들의 니즈를 사소한 것에서부터 놓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전 위원장은 대학들에 전략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도 주문했다. 학내 모든 과를 대상으로 유학생 유치에 노력하기보다 대학의 특성을 살려 외국인 유학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과부터 국제화를 시작해 보라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분명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학과가 있다. 한양대 경영대만 하더라도 한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의 비율이 2대 1에 달한다. 그 밖에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관광학과, 예체능 계열 학과에도 많은 유학생이 있다”고 전했다.

한양대 ERICA는 이러한 조언을 잘 실행한 대학이다. 한양대 ERICA는 안산에 위치해 한양대 서울캠퍼스 보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그 차이도 상당했다. 이를 타개하고자 낸 아이디어가 서울캠퍼스에는 없는 ‘디자인대학’을 중심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이 전 위원장은 “2017년에는 35명밖에 되지 않던 외국인 유학생이 지금은 10배나 됐다. 교수들이 해외로 직접 나가서 실기고사와 면접을 진행하는 해외전형을 진행했고 그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기정 전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위원회 위원장 (사진 = 박종민 기자)
이기정 전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위원회 위원장 (사진 = 박종민 기자)

■국제화 활성화의 힘, 직원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 이 전 위원장은 앞으로의 대학 국제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들의 전문성 또한 핵심으로 들었다. 현재 대학들은 재정난으로 다양한 비용절감에 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교수의 영역과 행정직원의 영역이 흐려지고 교수가 행정직원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전 위원장은 “대학 지출 비용 중에는 인건비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에 대규모로 채용한 교수 인원이 향후 5년 사이에 30% 가까이 퇴직할 텐데 이때 이 인원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그는 또 “대학의 국제화 수준 향상을 위해서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교수를 선발해야 하고 대학 리더십도 국제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국제화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국제화 부분 담당 교직원의 전문화도 필수로 꼽았다. 국제화 담당 직원은 세계 대학평가를 준비하는 역할부터 대학 진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어학원 담당까지 그 역할이 다양하고 이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눈여겨보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국제처는 일반적인 순환 근무식의 배치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기정 전 위원장은 “특히 국제화 담당 업무를 맡은 보직자는 해외와 네트워킹을 꾸준히 이어나갈 사람이다. 다른 보직처럼 짧은 기간을 부여하기보다 진득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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