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춘 당시 교육부 차관이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김재춘 당시 교육부 차관이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가결과에서 ‘선정대학’으로 지정된 대학과 탈락한 대학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들에 입학정원 감축 등 정부의 체질 개선 압박 강도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어느덧 ‘3주기’를 맞이했다.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정책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목적은 사라지고 수단만 남겨진 채 대학들이 표류하고 있다.

본지는 특별기획 ‘대학 구조개혁의 변천’에서 정부 주도의 3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돌아보려 한다. <편집자주>

“학령인구 감소 등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 대비해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 수도권 대학뿐 아니라 지방대와 전문대가 지역사회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겠다.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 분야 정책을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겠다.”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

서남수 장관은 2014년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대학 구조개혁 평가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국내 대학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풀기 위해 ‘경영개선’과 ‘교육수준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서 나온 결론이 ‘대학 구조개혁’이다.

대학의 양적 규모는 줄이되 교육의 전반적인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게 이 방안의 핵심이다. 대학의 양적 규모를 줄이기 위해 평가를 하고 여기에서 나온 결과에 맞춰 정원을 감축한다. 전반적인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대학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것도 병행해야 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2년차인 2014년 1월 ‘대학 구조개혁 평가 추진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3주기에 걸쳐 대학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차등적으로 대학 정원을 줄여 모두 16만 명의 정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1주기(2014~2016년)에는 4만 명, 2주기(2017~2019년)에 5만 명, 3주기(2020~2022년)에 7만 명을 줄인다. 평가 결과를 5등급으로 나누고 최우수 등급 대학을 뺀 나머지 대학들에게는 등급별로 정원 감축, 재정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안이 발표되자 대학가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들은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며 “기필코 정부가 구조개혁 정책을 해야 하겠다면 대학 협의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교협은 전국 대학 총장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대학 협의체다.

대학들의 거센 반발에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정책이었겠지만 막상 대학 현장에선 이를 ‘육성 정책’이 아닌 ‘구조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다. 대학 의견이 하나로 모여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바랐지만 그렇기엔 대학가의 반발이 극심했다.

급기야 대통령이 대학 총장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까지 마련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대학 총장들과 만나는 것이었기에 화기애애한 자리가 됐어야 했지만 사실상 대통령이 총장들에게 대학 구조개혁 협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이 쓰였다.

총장들은 “4명의 총장이 짧게 의견 개진한 게 전부였다”며 “대학 구조개혁 문제 등 현안이 언급은 됐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침에 이렇듯 대학가 반응이 긍정적이지 못했지만 구조개혁은 그대로 추진됐다. 교육의 질을 향상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구조개혁 정책이 과연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지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정원감축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부 계획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와 비슷한 시점에 교육부의 수장이 서 장관에서 황우여 장관으로 교체되면서 대학 구조개혁 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미 다수의 대학들이 어느 정도 구조개혁 정부 정책에 대비해 정원 감축, 학과통폐합 등을 단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시 뒤집으면 후폭풍이 더 클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여론은 현장 충격이 크지 않게 현 정책을 마무리한 뒤 다음 정책에서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따라 황 장관도 “대학 구조개혁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학 간 갈등이 크다는 것을 알지만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에서 ‘정책 유지’를 택한 것이다.

이듬해인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공청회를 통한 대학 현장의 반응을 살피며 세부계획을 확정함과 동시에 평가를 진행할 위원들도 공모를 통해 선발했다. 평가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이뤄졌다. 특히 정성평가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결과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같은 해 8월 마지막 날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발표됐다. 평가 결과 1위 서울대를 포함한 최우수 등급 대학 34곳이 가려졌다. 수도권 대학이 20개교, 지방대 14곳이다. 평가 결과 최우수 등급 대학만 놓고 보면 “지방대가 불리할 것”이라는 기존 전문가들의 전망이 빗겨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원 감축과 함께 재정적으로도 불이익을 받게 되는 ‘하위 그룹’에 속한 대학들로 시선을 돌려보면 전문가들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계속될 경우 지방대의 고립을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이 맞아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하위 그룹에 속한 대학의 65.6%(21개교)가 지방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에 위치한 대학은 5개교에 불과했다. 지방대에 불리하지 않은 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고 했던 교육부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지방대의 일방적 감축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단순 서열을 넘어 등급화로 평가하는 방식은 대학의 양극화를 더욱 빠르게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당수 많은 지방대들이 정원감축 등의 피해를 보게 되고 이에 따라 지역적 기반을 흔드는 결과까지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등교육 생태계 측면에서도 지역에 근거한 교육은 무너지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위주의 교육으로 양분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이어졌다.

물론 1주기 대학 구조개혁 평가가 대학가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쳤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부가 정원 조정에서 일정 부분 조정자의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

대학 자율에 정원 조정을 맡겼던 과거에는 지방대와 전문대에 정원 감소가 집중됐지만 1주기 평가에서 이러한 현상이 줄어들면서 고등교육 균형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또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게 한 점과 재정사업과 연계한 자율감축 기조의 영향으로 당초 1주기 감축 목표(4만 명)를 초과해 4만 4000명 감축을 달성했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성과로 꼽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적극적인 개입을 유지했기 때문에 지방대와 전문대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기를 수 있었고 고등교육 역시 균형점을 되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대학의 미충원 현상이 언제고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대학 입학자원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는 2주기 대학 평가를 계속 추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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