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교협 “유사학과 중복성 줄이고 협력체계 강화”
전문대·폴리텍대, 교육과정·시설 및 상호이수학점 공유
교육부·고용부로 이원화된 고등직업교육 체제 하나로
“지방 전문대 한계대학 속출 위기…신속히 도입해야”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입학정원 감축, 학과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지만 국고가 투입되는 한국폴리텍대는 오히려 캠퍼스 신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학령인구 대응 정책 기조와도 배치되고 전문대와의 기능 중복 등 국가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폴리텍대는 나주·밀양·서천·파주 캠퍼스 등 총 4곳의 캠퍼스 신설을 올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 개교한 경북 영천시 로봇캠퍼스까지 합치면 폴리텍대는 최근 2년새 총 5곳의 캠퍼스 확대를 추진하는 셈이다.

폴리텍대는 고용노동부 산하의 국책 특수대학이다. 지난 2006년 기능대학과 직업전문학교를 통합해 국립중앙직업훈련원으로 출발했고, 현재에는 전국 8개 대학 34개 권역별 캠퍼스 체제를 갖췄다. 고용부 산하라는 점에서 일반대인 한국기술교육대(코리아텍)와 비슷하지만, 코리아텍보다 직업훈련기관의 성격이 더 강해 사실상 국내 전문대와 기능이 유사하다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된다.

■ 대학 정원 12% 줄일 동안 폴리텍대 5% 감축 그쳐 =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일반대·전문대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고 있지만, 폴리텍대는 고용부 산하라는 이유로 정원 조정에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전문대에서 개설·운영하는 분야와 중복되는 캠퍼스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학 입학정원은 약 9만 명 감소했다. 지난 2010년 57만1842명이었던 입학정원은 현재 48만1312명으로 12%가량 급감했다. 10년간 일반대는 입학정원을 8.6% 줄였고 전문대는 무려 26.9%나 감축했다. 반면 10년간 폴리텍대가 감축한 정원은 5% 수준에 그쳤다. 심지어 폴리텍대 임직원 수는 지난 2015년 1779명에서 2020년 2722명으로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대학 구조조정 추세에 반하는 폴리텍대의 캠퍼스 신설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폴리텍대가 전문대 개설학과와 유사한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국가 재정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폴리텍대의 설립 취지와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해 전문대와 유사한 기능의 학위과정은 축소하고 신산업·신기술 분야의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종오 대경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폴리텍대가 면밀한 검토 없이 캠퍼스 신설을 계속 추진한다면 직업교육 인력이 과잉 공급돼 잠재적 실업자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교육부·고용부로 이원화돼 추진되고 있는 고등직업교육의 협력체제를 구축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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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사 분야 합치고 강점은 특화…협력체제 재정적 유도해야 =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대와 폴리텍대가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대·폴리텍대가 소재 지역을 중심으로 사실상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교육기관의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문상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인덕대 교수)은 “폴리텍대 학위과정은 전문대가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에 대해 엄격한 절차를 거쳐 인가해 중복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교육부·고용부로 나눠진 직업교육 체제를 극복하고 공존·협력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협의체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대교협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과제 ‘고등직업교육기관 협력체제 구축 전략’을 지난 4일 제시했다. ‘2022 상반기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이슈 브리프’에 담긴 이 정책과제는 전문대·폴리텍대의 유사한 학위과정을 축소하는 대신 상호연계하는 방안을 담았다. 최종오 대경대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았다.

최 교수는 “각 대학의 시설·장비를 공유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각 학교의 수업과목을 연계하고 상호이수학점을 인정해 공동학위가 이뤄지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력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행·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문대·폴리텍대의 재구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의 불만·반발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강 소장은 “협력에 참여하는 대학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가 마련된다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각 대학의 교직원·학생에 대한 인사상 보상이나 장학혜택 등도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지방 소재 전문대를 중심으로 한계대학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지방대 폐교로 인한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대·폴리텍대 협력방안이 신속하게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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