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닻 올려 임기 절반 지난 21대 국회, 정쟁에 함몰돼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논란으로 맹탕 국감 비판 쏟아져
고특회계법 여야 진통 끝 통과, 국교위 출범 등 성과 ‘눈길’

국회 전경.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국회 전경.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21대 국회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코로나19에 모든 이슈가 함몰된 전반기와 달리 이번에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논란으로 얼룩졌다. 2명의 교육부 장관이 낙마하고 최장기 수장 공석 사태를 겪으면서 사상 초유의 장관 없는 국정감사를 치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성과는 있었다. 학령인구 급감과 14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로 고사 위기에 내몰린 대학가의 숨통을 틔워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이하 고특회계)가 최장 지각 예산안 처리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한민국 중장기 교육 정책의 방향을 세우는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도 출범했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교육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교육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 따라 만들어진 기구다. 중장기 교육제도와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국가교육과정 마련, 교육 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 등을 담당한다. 지나간 한 해를 정리하며 국회에서 다룬 사건들을 정리해봤다.

■ 대학 심폐소생술 될까…진통 끝 통과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 2022년 고등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단연 고특회계법이었다. 고특회계 법안은 유·초·중등 교육 재원인 교육교부금의 세원인 교육세에서 유특회계를 제외한 금액 중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1조5200억 원에 일반회계 2000억 원을 합해 고등교육에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지난해 7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에서 교육세를 떼어내 고등교육 부문에 투자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후 국회 교육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교육 부문 간 재정 여건 불균형을 해소하고 안정적으로 고등‧평생교육을 지원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과 ‘지방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관련 3법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상임위 심사 중이었던 고특회계법은 지난해 11월 30일 오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서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국회 교육위는 교육위원장, 여야 교육위 간사와 교육부, 기재부 차관이 참여하는 ‘여야정협의체’를 만들어 이날 오전까지 심층 협의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이날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이 고특회계법을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으로 지정하자 국회 교육위 소속 야당·무소속 위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 법안 자체를 “아우 돈 뺏어 형 준다”고 반발했던 야당과 교육계는 예산부수법안 지정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으나 본회의가 한 차례 연기돼 수정안 마련에 시간을 번 상태였다. 여야 간 기싸움으로 예산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고특회계법의 운명도 안갯속에 휩싸였으나 여야 원내대표 협의체 테이블로 넘어간 끝에 총 1조 7000억 원 규모로 합의를 이뤄냈다. 결국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고등평생교육 재정 확충 방안 브리핑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지난해 11월 서울 정부청사에서 열린 고등평생교육 재정 확충 방안 브리핑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고등교육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은 지난해 12월 25일 입장문을 내고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 확보 및 지원을 위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제정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홍원화 대교협 회장은 “우리 대학들의 재정적 어려움과 절대적인 재정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안정적인 고등교육재정 확충을 위한 특별회계법 제정에 노력해 준 국회와 정부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이러한 결정은 교육계 모두가 상생하는 전환의 기회이자 고등교육이 한단계 성장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국민대의 김 여사 논문 조사 결과가 나온 후 국민대 민주동문회와 국민대 동문 비대위가 학교를 비판하며 행진하는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해 8월 국민대의 김 여사 논문 조사 결과가 나온 후 국민대 민주동문회와 국민대 동문 비대위가 학교를 비판하며 행진하는 모습.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한국 사회 집어삼킨 블랙홀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논란’ = 그야말로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블랙홀’이었다. 지난해 7월 처음 제기된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논란은 2022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발단은 국민대의 김건희 여사 논문 조사 결과 발표였다. 국민대는 지난해 8월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지 게재 논문 2편 등 총 3편에 대해 “‘표절’에 해당하거나,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논문 1편은 “연구부정행위를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해 검증이 적절치 않다”고 봤다.

학계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 14개 교수연구자단체로 구성된 범학계 국민 검증단(이하 검증단)은 지난해 9월 김 여사의 모든 논문이 지식거래 사이트와 블로그 등의 자료를 인용 없이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은 표절의 집합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상식을 벗어난 논문 수준을 근거로 논문 대필 의혹도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도 정쟁으로 진화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장에서 김건희 여사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한 핵심 증인들로 임홍재 국민대 총장과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이 출석했다. 임 총장과 장 총장은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대부분 모르쇠 또는 밝힐 수 없다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정감사 처음부터 끝까지 여야는 김 여사 논문 표절 의혹을 놓고 맞붙었다. 이 과정에서 검증단 소속 교수의 논문 표절 동명이인 착오 문제로 의원들 간 막말이 이어지다 국감이 파행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반쪽짜리 국감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 사상 초유 장관 없는 국정감사 =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와 박순애 전 장관의 사퇴로 빚어진 교육부 수장 공백 최장기 상황에서 치르게 된 교육부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우려가 앞섰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지난해 10월 4일 교육부와 소속 6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 모두발언에서 “최초 김인철 후보자의 낙마 그리고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문제로 인한 혼란과 박순애 장관의 사퇴 이후에 58일이 흘렀다”며 “결국 장관 없는 국정감사를 치르게 됐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의 임명 강행 그리고 국감 직전에 이주호 장관 지명 이것 역시 우리 교육위로서는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감 직전에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됨에 따라 인사청문회 요청안이 국감 기간 중 송부되면 국감과 인사청문회가 겹쳐 국감 방해행위가 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7일 열린 교육부와 소속 13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인사청문회 요청안 송부 시기를 놓고 여야 간 대립이 이어졌다.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이주호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요청서가 7일 오후 도착할 것으로 전달받았다”며 “이 같은 일정으로 진행한다면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가 뒤섞여서 두 건 모두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위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16대 국회부터 국감 기간에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일은 자주 있었다”며 “이번에는 국감과 청문회가 겹치지 않도록 여당 측에서 노력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설명했다. 

여야 원내대표 간 협의를 통해 국정감사와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겹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7일 오후 감사가 시작되면서 유기홍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요청서 송부일자가 변경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유 위원장은 “이태규, 김영호 간사가 각각 원내대표 간 협의를 통해 대통령실에 의견을 전달했고, 김진표 국회의장실을 통해 인사청문회 요청서가 11일로 나흘 연기돼 송부될 예정으로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닻을 올린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식.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해 9월 닻을 올린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식.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국가교육위원회 지각 출범…예산 확대 ‘과제’ = 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해 9월 우려 속에 닻을 올렸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및 교육제도 개선 등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통령 소속의 합의제 행정위원회다. 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사회각계를 대표하고 전문성을 가진 총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규정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7월 21일 시행됐지만 국가교육위원회는 위원회 구성 절차가 늦어져 출범이 지연됐다. 21명 위원 중 대통령 임명 5명(위원장 포함)과 국회 추천 9명, 교원 관련 단체 추천 2명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국교위는 △교육발전총괄과 △교육과정정책과 △참여지원과로 구성됐다. 교육발전총괄과는 국교위 회의를 운영하고,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며, 그에 따른 관계 부처 등의 추진 실적을 점검한다. 교육과정정책과는 국민의견을 수렴해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을 수립‧변경하고, 국가교육과정을 조사‧분석하고 점검한다. 참여지원과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과 조정을 지원하고, 조직‧인사‧예산 등 사무처 운영을 담당한다.

다만 국교위는 출범 초기부터 위원 구성 과정에서 보수‧진보 성향이 뚜렷한 위원들이 포진해 합의보다는 정쟁의 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과 배정받은 내년도 예산이 88억9100만 원에 불과해 예산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국정감사장에서도 국교위의 인력과 예산 확대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기홍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17일 국교위의 첫 국정감사 모두발언에서 “(국교위) 전체 정원이 31명에 불과해서 도대체 국가교육위원회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자조적인 비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같이 최근에 구성된 장관급 합의제 행정기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정원과 예산, 이 문제는 우리가 함께 극복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5년 동안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의 조직 규모를 봤더니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규제개혁위원회, 군사망사고진상위원회, 인권위 규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교위가 간판만 거창하게 달아놔 일을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고 우려했다.

■ 본회의 통과한 15개 교육 법안…앞으로 달라지는 것은? = 지난해 9월 27일과 11월 24일, 그리고 지난달 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15개의 교육부 소관 법안이 통과됐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으로 장애대학(원)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학 및 국가의 지원체계가 강화됐다. 한국방송통신대학과 사이버대학을 비롯한 원격대학에 일반·전문대학원 설치가 허용되고 사이버대학의 전공심화과정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교육공무원의 가사휴직 사유가 확대되고 공무상 질병휴직 기간 연장 근거도 확보됐다. 교육공무원에 대한 대통령의 임용권 일부를 국교위에 위임할 수도 있게 됐다.

사립대학 교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제재도 보다 강화된다. 사립대학 교원이 형법상 사기죄 또는 상습사기의 죄를 범해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된 경우 당연퇴직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소속기관 포함), 시도교육감 소속 교육전문직원 간 인사교류의 근거도 마련된다. 고충심사위원회의 심의 대상에 국가교육위원회 소속 교육공무원을 포함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소소한 변화도 있었다.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서는 국민이 법률을 이해하기 쉽도록 ‘준수하다’를 ‘지키다’로 변경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법안들이 통과돼 향후 변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통과된 교육부 소관 법안은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안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일부개정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안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 일부개정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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