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공공인재 양성으로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솔루션 제시
지역 대학, 연구자 등과 연구네트워크 구축…현장에서 직접 문제에 대해 접근
지역에 기반한 정책적 대안 제시…필드워크 통해 역량 있는 연구자 양성 목표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전환기를 맞이한 한국 사회에서 공공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양재진 교수 제공)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를 표방하면서 지역주도형 지방균형발전 정책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두뇌한국21(BK21)’은 이같은 정책적 흐름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많은 대학들이 대학원을 통해 지역과의 연구·프로젝트 협업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연세대학교는 ‘어깨동무사업’을 통해 한발 더 앞서나간다. 어깨동무사업은 연세대 대학원혁신사업의 대표적 추진 과제로 연세 BK21 교육연구단(팀)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지역 대학 전문가의 전문성이 결합된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지역의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기 위한 공동연구사업에 참여하는 교수들을 만나 연구성과와 의의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양재진 행정학과 교수는 ‘대전환기 지역사회 난제와 정책적 대응’이라는 주제로 대전환기를 맞은 한국 사회의 정부 역량 강화를 위한 공공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각 지역에 위치한 대학과 지역전문가, 연구자, 대학원생의 연구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사회의 문제와 해결전략을 마련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즉 △지역 난제 솔루션 제시 △지역 연구자 네트워크 강화 △공공인재 양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연구자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양재진 교수는 “오늘날 전 세계는 대전환기의 구조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정책 또한 이런 변화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하는 시기”라며 “특히 이런 변화는 지역사회를 통해 인구 고령화, 지역소멸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낳기 때문에 지역 문제에 정통한 공공인재 양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공공인재라 하면 조금 막연한 느낌이다. 어떤 인재가 공공인재인가.
“공공인재라고 하면 공무원을 생각하겠지만 정확히 말하면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인재를 말한다. 특히 연세대대학원의 경우 대학원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마치면 제일 많이 취업하는 곳이 연구원이다. 가장 많은 곳은 지방 연구원으로, 경기연구원, 서울연구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각 지방으로 보면 226개 지방자치단체들이 다 연구 섹터를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각 대학 교수, 정부 부처에 전문가로도 많이 진출하는데 이들 모두가 공공인재다. 즉, 정부의 정책을 만들고 진행되는 일을 돕는 업무를 한다.”

- 공공인재를 양성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인구 구조상으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그 결과 생산 인구가 줄어들고 지방도 소멸하는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4차 산업혁명, 챗GPT 등 기술 발전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즉 앞으로 만들어질 정책은 이런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안에 존재하는 갈등의 형태가 더욱 다양하고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하나의 정책으로는 사회 곳곳에 있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하려면 현장과 함께 소통하는 문제에 해박한 인재가 양성돼야 한다.”

- 현장과 소통하는 인재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 연구 주제로 지역사회를 선택한 이유는.
“어깨동무사업으로 하고 있는 지역사회 전문가 양성은 어찌보면 우리 사업단의 공공인재 양성 사업의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역과 함께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유·무형적 네트워크, 지역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를 보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정 등은 결국 공공인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가령, 지방의 경우 산업이 발전하면서 제조업 기반 도시들은 소멸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런 내용은 서울에서도 뉴스나 자료들을 통해 알 수 있지만 현장에서 확인하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도 많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면서 솔루션을 찾는 필드워크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BK21 사업의 경우 대학원이 잘 운영되고 있는 수도권 또는 연구중심대학 위주로 선정됐다. 이런 부분에서는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공공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하게 되면 지역 대학원 연구 역량도 강화되고, 우리 대학원생들은 사회 곳곳을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 고리 원자력연구소를 방문해 현장 답사를 진행한 양재진 교수 연구팀(왼쪽). 지난 1월 순천대에서 진행한 세미나 모습(오른쪽). (사진=양재진 교수 제공)
지난해 10월 부산 고리 원자력연구소를 방문해 현장 답사를 진행한 양재진 교수 연구팀(왼쪽). 지난 1월 순천대에서 진행한 세미나 모습(오른쪽). (사진=양재진 교수 제공)

- 그간의 성과를 꼽는다면.
“현재 어깨동무사업에는 추가 공고를 통해 참여했고 실제로 진행한 기간은 한 학기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지역 세미나를 진행했고, 지역사회 문제와 관련된 솔루션 페이퍼도 작성했다. 하나는 부산 지역에서 고리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드워크를 진행했다.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부산 환경운동연합 분들의 발표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발전을 담당하는 사장님, 본부장님과도 토론,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이후에는 지역 문제의 페이퍼 작성이나 방법론 측면에서 부산대 교수 특강도 듣고 같이 연구를 하는 등 이 사업에 참여하는 학생들 모두가 필드워크의 전 과정을 경험했다. 또 하나는 친환경 지역 개발의 사례로 순천만이 위치한 순천시를 방문했다. 순천만 국가정원 사업과 관련해 같이 얘기를 나누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추후 어깨동무사업을 통해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자 하는지.
“이 사업을 통해 전국적인 네트워크 형성을 계획하고 있다. 연구 계획을 보면 강원도를 비롯해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등 모든 지역에 두 곳씩 지역 참여 협력 전문가를 섭외했다. 앞으로 2년의 시간이 더 남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군산은 GM 공장 폐쇄 이후에 지역 산업 문제 해결을 위한 세미나를 구상 중이다. 대전·세종 연구원에서는 전국적으로 세종시가 출산율이 높기 때문에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자 한다. 강원도에서는 지역 소멸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지역 순회 세미나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예산이다. 사실 어느 지역을 가게 되면 그 지역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그 문제에 고민을 하는 다른 지역의 연구자들도 함께 하는 게 이상적이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이런 부분이 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네트워크가 너무 일방향으로 되는 부분이 있다. 또 다른 부분으로는 필드워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의 이해관계자들을 다양하게 만나고 총체적으로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충실히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만 앉아서 연구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제약 내에서 최대한 노력해보려고 한다.”

- 향후 개선해야 할 측면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BK21 사업은 연구자를 만드는 사업이다. 문제는 인문사회계열 연구는 단기적 투자로 성과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계열은 필드워크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아쉽다. 그래도 현재 여건에서 여러 계획을 구상 중이다. 예를 들어 신입생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학부생 중에 연구 능력이 있고 공부에 뜻이 있는 학생들을 좀 더 대학원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대학원은 연구자 트랙도 있지만 실무자 트랙도 있기 때문에 진학하는 학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연구 트랙과 실무 트랙을 구분해 교육을 한다든지, 교육과정 속에서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제도도 개혁하고 있다. 현재는 각 교수 연구실 차원에서 조교나 도제식으로 진행되는 교육을 좀 더 개방해서 랩 소속의 대학원생을 받아들여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운영해 리서치 랩 중심으로 연구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국제화를 위한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국제적으로 논문도 쓰고 소통하는 게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소양이 됐다. 그래서 학생의 영어 논문 작성이나 발표 등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고, 해외 대학과의 공동 학위제 등도 운영 중이다. 이 모든 노력이 국내에 한정된 인재가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기 위함이다. 이런 노력이 계속되면 국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공인재도 양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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