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의 방’ 통해 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환자안전교육 진행
비수도권의 열악한 의료 상황이 환자안전사고 위험 가능성 높여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연습으로 상황대처 역량 강화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를 표방하면서 지역주도형 지방균형발전 정책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두뇌한국21(BK21)’은 이같은 정책적 흐름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많은 대학들이 대학원을 통해 지역과의 연구·프로젝트 협업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연세대학교는 ‘어깨동무사업’을 통해 한발 더 앞서나간다. 어깨동무사업은 연세대 대학원혁신사업의 대표적 추진 과제로 연세 BK21 교육연구단(팀)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지역 대학 전문가의 전문성이 결합된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지역의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기 위한 공동연구사업에 참여하는 교수들을 만나 연구성과와 의의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이주희 간호대학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인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한국에서 노인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다년간 파킨슨병 질환자와 돌봄자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어깨동무사업으로는 ‘지역 병원 간호사의 환자안전역량 강화를 위한 ‘오류의 방’ 가상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부·울·경 권역을 중심으로)’을 주제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맞춤형 환자안전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이 교수는 “실제 간호 업무를 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오류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런 환경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사전에 연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간호는 실제 사람의 생명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것과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서 대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어깨동무사업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
“간호대학은 4단계 BK21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을 기반으로 연세대와 지역대학 연구자가 함께 연구하는 ‘어깨동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깨동무사업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며 사회적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사업이다. 우리 S-L.E.A.P 미래간호인재 교육연구단은 부울경 권역에 위치한 종합병원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환자안전역량 교육 시 사용할 수 있는 ‘오류의 방’ 가상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오류의 방’이 정확히 무엇인가.
“‘오류의 방’은 임상환경에서 발견될 수 있는 환자 안전 위험상황이 설정된 방이다. 오류의 방 시뮬레이션 학습에서 학습자는 오류 탐색활동을 통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오류의 방이 중요한 이유는 간호 교육을 받을 때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연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 환자를 간호할 때 다양한 변수들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환자를 옮기는 상황에서 정리되지 않은 전선에 걸려 넘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이 환자가 복합 만성질환 환자이고 골다공증 등으로 체내 칼슘이 부족한 대상자라면 고관절이 골절되어 통증과 큰 불편 등을 경험해야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미리 체크할 수 있는 능력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현장에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학습을 통해 시행하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이론적 교육은 이미 교육과정 중에 제공되고 있기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보면 모두 성적이 우수하다. 개념적으로는 다들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교과서로 배우지 않은 상황들이 벌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통한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를 미리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 환자안전역량 교육이 왜 중요한가.
“보건의료 시스템이 점차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면서 하나 이상의 만성질환을 복합적으로 가지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같이 변화하는 의료환경에서 질 높은 안전한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환자안전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있지만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보건의료인이 갖춰야 할 역량 및 교육자료에 대한 개발이 미흡한 실정이다. 간호사는 의료인력의 핵심 구성원으로, 환자에게 안전한 간호를 직접 수행하기 때문에 의료의 질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료 오류를 예방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핵심 의료인력을 위한 통합적인 환자안전역량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환자안전역량 핵심주제는 의료진 간의 팀워크, 효과적인 의사소통, 인간과 환경적 요소의 이해, 위해사건과 근접 오류의 발견과 대응, 안전문화, 안전위험 관리 등이다. 안전한 실무 수행을 위해서는 의료인의 부족한 환자안전역량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러한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을 연구지역으로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는 2010년 투약 오류로 사망한 정종현 군의 사건을 계기로 2016년 환자안전법을 제정했고, 이 법에 따라 환자안전사고 발생을 의료기관 스스로 보고하게 하는 환자안전보고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몰려있는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고 2020년 기준으로 가장 높은 환자안전사고 비율을 보고한 지역이 바로 부산과 경남 지역이었다. 또한 실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비교적 작은 규모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일수록 환자안전 관리 중요성에 대한 자각의 정도가 낮을 수 있음과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간호사당 환자수가 많아 환자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연구팀은 처음부터 비수도권 지역의 간호사 교육에 초점을 맞췄고, 부산과 경남 지역이 속한 부울경 권역을 연구지역으로 선택하게 됐다.”
- 연구 진행 중 어려웠던 점은.
“연구 특성상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래도 부족한 부분 중 연구로 드러나 있지 않은 것들이 많고, 현재 상급 종합병원이 아닌 규모가 작은 종합병원의 경우 의료 활동에 대한 기록들이 오픈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병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물리적 제한점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어깨동무사업의 의의를 꼽는다면.
“간호영역에서는 잘 연구되지 않았던 지역사회 병원과 그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현황을 조사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교육방법을 고안하고자 시도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BK21 어깨동무사업이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명문대 중 하나인 연세대에서 지역사회 발전을 주도하고, 이러한 비전을 연구자들에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성장해 나갈 미래인재들에게 더 없는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현 사업에서 지역사회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나 여러 현실적 이유로 제약이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 향후 계획을 들려달라.
“2023년 어깨동무사업 연구단들이 사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하고자 한다. 지역대학의 연구자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기반으로 협력함으로써 연세대의 연구 가치를 사회에 환원하고 지역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싶다. 향후 포럼 등을 개최해 연구의 성과와 노하우를 알려 연구자 개인뿐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