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간 협력 통한 기술혁신과 지역혁신 생태계 변화 과정 연구
쇠락한 지방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 맞춘 개방형 혁신 방안 논의
협업에 대한 이해가 우선…“혁신 로드맵 통해 지역혁신 이끌고 파”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를 표방하면서 지역주도형 지방균형발전 정책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두뇌한국21(BK21)’은 이같은 정책적 흐름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많은 대학들이 대학원을 통해 지역과의 연구·프로젝트 협업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연세대학교는 ‘어깨동무사업’을 통해 한발 더 앞서나간다. 어깨동무사업은 연세대 대학원혁신사업의 대표적 추진 과제로 연세 BK21 교육연구단(팀)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지역 대학 전문가의 전문성이 결합된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지역의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기 위한 공동연구사업에 참여하는 교수들을 만나 연구성과와 의의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이무원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학 중에서도 조직 이론과 전략 경영의 전문가다. 그중에서도 조직 혁신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미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화 혁신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혁신의 핵심은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혁신 철학과 혁신의 원천 메카니즘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 교수는 어깨동무사업에서도 조직 간 협력을 통해 기술혁신이 진행되는 과정과 지역혁신 생태계가 변화되는 과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는 ‘지역혁신 생태계 내 산학협력과 기술혁신 과정에 대한 실증 연구’를 주제로 울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대학, 연구기관, 중소·신생기업, 대기업 간의 협력관계에 초점을 맞춰 지역산업 생태계의 혁신과 변화 가능성 탐색에 나서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8, 90년대만 해도 각 지역이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산업·경제적인 측면에서 발전하다가 모두 쇠락했다”며 “각 지역이 시대에 맞는 개방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직 간의 관계나 투자 방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어떻게 어깨동무사업에 참여하게 됐나.
“이전까지 각 지역마다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발전해오던 도시들이 쇠락의 길로 빠지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개방 혁신 시대에 맞지 않는 산업체계를 갖고 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조직 간의 관계나 투자 방향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분야에 조예가 깊은 김영춘 울산과학기술대 교수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분은 기술 경영을 전공했고, 울산에 계시기 때문에 그 지역 산업 지형을 잘 알고 계셔서 서로 협업을 하게 되면 좋은 성과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 사실 부·울·경 지역의 경우 제조업 중심으로 흥한 지역이지만 세계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쇠락한 지역이다. 어떻게 보면 산업의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다른 대안이 있는지.
“말씀하신 것처럼 노동집약적 산업이 흥했을 때 가장 크게 성장한 지역이 맞다. 구미나 울산, 부산 등이 대표적인 산업단지였다. 그런데 이 지역이 지금은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협업과 개방형 혁신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흐름을 쫓아가고 나아가 주도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혁신 기술 개발은 한 기업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혁신 기술 개발은 협업을 통해 이뤄져야 하고, 이것이 소위 말하는 개방형 혁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역 내에서 개방 혁신을 위해서는 협업을 해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이 문제다.”
- 그렇다면 이러한 지역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보통 우리가 경제 주체라고 하면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기업과, 대학과 같은 연구기관 등 크게 두 개를 가리킨다. 개방 혁신은 이런 경제 주체들이 독립적으로 혁신을 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경제 주체들과 협업을 통해 혁신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어떻게 협업을 해야 하는가인데 이들 각각은 협업에 대해 한 번도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다. 그간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는 혼자서 잘하면 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협업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의 경우 예전에는 자동차만 만들면 됐지만 현 시대의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 외의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 모빌리티 산업으로 변화했다. 즉, 현 시대의 흐름을 쫒기 위해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텔레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산업들과 융합이 필수적이다. 각각의 다른 산업군에 있는 기업들이 서로 협력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양한 산업군 사이의 협력를 위해서는 혁신 기술이 각 산업을 어떻게 연결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경제 주체가 협력할 다른 주체를 파악하는 데에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연구팀은 계속 진화하고 융합하는 기술의 로드맵을 그려보면서 그 기술의 로드맵에 맞게 관계망 형성을 돕는 게 목표다.”
- 기존의 산학협력과 비슷해 보이는데 차이점이 있는지.
“기존의 산학협력은 기업에서 필요한 기술이 있으면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연구를 의뢰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 누구와 협력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드맵을 명확히 구축하면 기업이 어떠한 기술이 필요할 때 어느 공대의 어떤 교수와 같이 해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런 로드맵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연구의 요체다.”
- 기존의 산학협력 플랫폼의 역할과는 어떻게 다른가.
“현재 우리나라 전국 18개 시도에서 각각의 특색 있는 ICC(기업협업센터), RCC(지역사회협업센터) 등이 있지만 프로야구 구단처럼 각 지역을 대기업이 하나씩 맡아서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센터들이 현재 계륵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사업이 탑-다운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수요가 먼저 있고, 그것을 채워주는 방식이어야 하는데 정부가 주가 되어 공급을 먼저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능력과 여력이 있느냐다. 정부가 효과적으로 협력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대기업에 맡겼으나, 대기업은 당장 성과를 내기 위해 결국 자기들이 만든 혁신을 하청업체나 협력업체처럼 지역 기업에 맡기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일종의 아웃소싱이 발생한 것이다. 지역 기업들이 이런 단편적인 역할만 하다 보면 자생력이 부족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혁신을 이뤄내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 연구팀이 연구하고 있는 것과 같은 로드맵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 현 정부는 ‘지방시대’를 표방하고 있다. 지역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많은 정부가 지방시대를 이야기했지만 사실상 제일 중요한 것은 ‘자율성’이다. 자율성을 보장하고 초창기에는 힘들더라도 이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나, 여러 법률적 측면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지자체들의 능력도 키워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들이 능동적으로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산업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속적 논의가 필요하다.”
- 개방형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결국은 관계다. 사람들이 보통 실리콘 밸리를 스타트업의 성지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관계망의 성지라고 한다. 구글, 애플과 같은 기업은 이미 실리콘 밸리의 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곳이 잘 되는지 살펴보면 기업 간의 관계가 탑-다운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스타트업들은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 번 시도해보고 실패하면 그게 끝이다. 그래서 개방형 혁신에서 관계망이 가장 중요하고 제대로 된 관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실험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50년, 100년을 내다본다면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현재 울산과학기술대 김영춘 교수와 기술의 여러 도메인을 분류해 그동안의 진화를 맵핑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기준으로 맵핑을 하고 있는데 어떤 기술이 서로 융합하면서 어떻게 진화하는지, 어떤 기술이 임팩트가 큰지 이런 부분까지 조사해서 하나의 지도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기술 진화 지도가 완성되면 어떤 부분이 추가되면 혁신이 나올 것이란 예상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지도를 지자체에 준다면 지자체에서 맵핑에 따라 적극 지원해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즉, 일종의 매뉴얼을 만들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