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동덕여대 재학생, 등굣길에 교내 쓰레기 수거 차에 치여 숨져
대학 내 안전사고 끊이질 않아…대학 연구실 사고 6년간 1387건 달해
“대책과 관련 규정 마련도 중요하지만 ‘안전사고 불감증’부터 고쳐야”

동덕여대 제56대 총학생회 ‘파동’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5일 사고에 대한 대학 측의 대처와 태도를 규탄하고 책임 주체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사진=파동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캡처)
동덕여대 제56대 총학생회 ‘파동’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5일 사고에 대한 대학 측의 대처와 태도를 규탄하고 책임 주체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사진=파동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가장 안전해야 할 대학 캠퍼스에서 등교하던 학생이 쓰레기 수거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고는 학교가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여줬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습니다. 우리 학교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중략) 불안한 마음 없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날까지 학교에 맞서 학생들의 안전과 권리를 찾아내겠습니다.”

지난 5일 동덕여대 한 학생이 등굣길에 교내 쓰레기 수거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동덕여대 제1대 자연정보과학대 학생회 ‘유스’가 낸 입장문이다.

해당 사건 이후 동덕여대는 총장 담화문을 게시하고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쓰레기 적재함 철거, 경사지 계단 경계석 및 안전 펜스 설치 등 교내 안전 강화 계획도 추가로 발표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다른 장소도 아닌 대학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참담하다”며 “장례절차가 진행되는 기간을 애도 기간으로 선정, 본관 앞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 “예견된 사고였다”…학생들 본관 점거 후 학교 측 책임 물어 = 학교 측의 대처에도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번 사고가 평소에 학생들 사이에서 사고 위험 지역으로 손꼽혔던 구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동덕여대 제56대 총학생회 ‘파동’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행동에 나섰다. 총학생회 측은 해당 지역은 2017년부터 학생들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학교 측에 문의했지만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별다른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학생 안전에 관심 없는 대학의 행태를 비판했다.

9일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이번 사건에 대한 공청회를 요구했으나, 학교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13일부터 대학 본관을 점거해 농성에 들어갔다.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일어난다는 사실에 학생들은 분노했다.

15일 학생들은 동덕여대를 규탄하는 학생 요구안을 발표하고 김명애 총장의 사퇴와 사고를 낸 트럭 운전기사의 나이가 80대인 점을 들어 고용 규정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논의 과정에 학생 의견을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15일 동덕여대 제56대 총학생회 ‘파동’이 대학 측에 요구한 학생 요구안 내용. (사진=파동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캡처)
15일 동덕여대 제56대 총학생회 ‘파동’이 대학 측에 요구한 학생 요구안 내용. (사진=파동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캡처)

■ 안전하지 않은 캠퍼스…대학 연구실 사상자 최근 6년간 1467명 = 이번 동덕여대 사례와 같이 캠퍼스 내 안전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대학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학 내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캠퍼스 내 안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9년 대학원생 4명이 다쳤던 경북대 실험실 폭발 사고 이후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이 2020년 개정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종합관리 체계가 갖춰졌지만 여전히 대학 연구실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연구실 안전사고 627건 중 대학에서 발생한 경우가 397건으로 전체의 63.3%를 차지했을 정도로 대학 연구실 사고는 상대적으로 자주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일 강원대 자연과학대학의 한 실험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대학원생 1명이 얼굴과 팔에 2도 화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는 최근 6년간 대학교 연구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가 총 1387건, 사상자는 1467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명피해와 실험기기 파손에 따른 피해액도 15억 8200만 원에 달했다.

경북대의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관리 규정’의 일부. 주차 장소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진=경북대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관리 규정 발췌)
경북대의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관리 규정’의 일부. 주차 장소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진=경북대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관리 규정 발췌)

■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도 빈번해 =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사고도 캠퍼스 안전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미 교육부는 2020년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사고로부터 안전한 대학 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학 내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관리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내용에는 대학 내 장치 이용자의 인명보호 장구 착용을 의무화하고 개인형 이동장치의 최고속도를 25㎞/h 이하 등으로 제한할 것을 규정했다. 또한 무분별한 주차를 막기 위해 전용 거치 구역을 설정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장치 입점 업체와 현황이 다르다 보니 대학은 자체적으로 주차 구역을 마련하거나 안전모 지급, 특별 단속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일례로 고려대는 ‘교내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관리 규정’처럼 별도의 규정을 둬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모를 쓰지 않고 이용하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무분별하게 방치된 이동장치에 일반 학생들이 통행에 불편함을 겪는 등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개인형 이동장치 중 하나인 전동킥보드의 안전모를 6명 중 5명이 착용하지 않는다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이에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이 증가하면서 사고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규정 참여와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대학돼야”, “구성원들의 안전 불감증부터 해소 필요” = 앞서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대학 내 안전사고를 관련 규정이나 체계 구축보다 대학 구성원들의 안전 의식 확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동덕여대 한 재학생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동덕여대 사건을 비롯해 학생 안전에 소홀히 하다가 발생한 안전사고가 많다”며 “대학이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학생도 비슷한 사고들이 대학 내에서 자주 벌어진다면 안전한 캠퍼스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은 호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동 킥보드 사례를 예시로 들며 대학 내 안전에 대해 재검토하고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안전 불감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사각지대나 도로 문제로 교내에서 전동 킥보드를 타다가 다친 학생들을 많이 봤다. 동덕여대의 경우처럼 사망 사고는 나오지 않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면 다른 대학에서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문제”라며 “이거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안전에 대해 소홀해지기 쉽다. 학생부터 교직원, 학교에 출입하는 사람들까지 무심코 갖고 있는 ‘안전 불감증’을 내려놓고 안전한 캠퍼스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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