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 무마 논란으로 촉발된 ‘학교폭력’ 근절…입시에도 영향 미쳐
지지부진했던 교권 보호 법률 개정…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은 여전
마지막 국감 실시…윤 정부 교육정책 돌아보고 교육부에 ‘책임감 있는 역할’ 주문

[한국대학신문 임지연 기자]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계묘년(癸卯年)이 마무리됐다. 교육계 이슈가 특히 많았던 올해는 21대 국회에서도 교육계 이슈 관련 다양한 논의와 법안 개정이 이뤄졌다. 올해 교육계 대표 키워드로는 학교폭력, 교권 회복,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및 공교육 강화 방향, 유보통합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학 관련해서는 AI·반도체산업 분야 인재 양성,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글로컬 대학, 평생교육체제, 직업교육 혁신지구, 의과대학 집중,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등이 대두됐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4월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4월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 무마 논란에 ‘학교폭력’ 화두 떠올라 = 올해 국회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던 이슈 키워드를 꼽자면 ‘학교폭력’을 꼽을 수 있다.

학교폭력 이슈는 올해 2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가 당시 현직 검사였던 지위를 악용해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면서 촉발됐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민족사관고 재학 당시 동급생에게 8개월간 언어폭력을 일삼아 2018년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다. 특히 정 변호사 측이 전학 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한 사실과 정 변호사 아들이 2020년 서울대에 정시(수능 100% 전형)로 입학한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며 여론이 악화됐다.

여기에 올해 가장 주목받았던 드라마 중 하나인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흥행으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학폭 근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교육부는 4월 ‘학교폭력(학폭)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해 학폭 처벌 사항을 2026학년도부터 대입 모든 전형에 의무 반영하고, 학생부 학폭 기록을 현행 졸업 후 2년에서 4년까지로 연장해 유지하도록 했다. 또한 기록을 삭제하려면 피해자 동의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고, 학교의 학폭 대응 역량 및 여건을 강화하는 등 일방·지속적인 학교폭력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도 교육위에 계류 중이던 36건의 학교폭력 관련 법안을 심사, 하나의 대안으로 조정·통합한 이른바 ‘정순신 방지법’인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학교폭력’의 범주에 ‘사이버폭력’을 포함하고, 피해학생 보호 및 지원강화를 위해 학교폭력 예방 대책 및 법률지원을 포함한 통합지원 전담부서 및 전담기구 설치·운영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또한 학교폭력 예방센터를 지정·운영하고, 법률·상담·보호 등을 위한 서비스 및 지원기관 연계 피해학생 지원조력인 제도도 신설하기로 했다. 피해학생 요청 시에는 학교장의 긴급조치로 ‘출석정지’ 또는 ‘학급교체’도 시행하며, 사이버폭력 피해학생 촬영물 삭제 지원 등에 관한 사항도 규정했다.

10월 11일 진행된 2023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변호사는 강득구 의원의 “아들 학폭과 관련해 국민들이 공분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국민 눈높이를 못 맞춘 것에 이유가 있지 않나 짐작하고 있다. 피해 학생과 학생 가족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 피해 학생과 가족에게 사과하고 물의를 일으킨 점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전국 교사들이 국회 앞에서 교권 회복과 보호를 위한 집회를 갖고 현장 요구를 즉각 반영해주길 요청하고 있다. (사진=임지연 기자)
전국 교사들이 국회 앞에서 교권 회복과 보호를 위한 집회를 갖고 현장 요구를 즉각 반영해주길 요청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 학부모 갑질로 인한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교권 보호 법률 개정으로 이어져 = ‘학교폭력’ 만큼 교육계를 들썩였던 이슈가 있다면 단연 ‘교권 침해 논란’과 ‘교권 회복 방안’이다.

해당 이슈는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의 한 20대 교사가 학교에서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교권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며 화두에 올랐다. 당시 해당 교사는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힘들어하다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이 사건을 계기로 2년 전에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지속된 교권 추락에 대한 소식이 연일 쏟아지자 분노한 교사들은 ‘공교육 멈춤’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그동안 외면하기 바빴던 교권보호를 위한 법 개정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치며 매주 주말 도심을 검은 물결로 뒤덮었다. 교권을 넘어 교사의 인권이나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철민 국회 교육위원장 등은 교권보호 입법화 지원을 위한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협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장하고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더라도 부당하게 직위 해제할 수 없도록 하는 ‘교권회복 4대 법안’을 마련, 의결했다.

의결된 법률 개정안은 교원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과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 4개다. 특히 교원지위법의 경우 재석 286명 중 286명이 찬성표를 던져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하기도 했다. 해당 안은 아동학대 수사 시 교육감 의견 제출 의무화, 아동학대 신고 교원 직위해제 처분 제한, 교원 학생생활지도, 정서적 학대 행위 제외, 보호자 교육활동 협조 및 존중 명시 등이 담겼다.

한편, 교권 회복 관련 논의가 진행되면서 교권 추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교육활동 침해 및 방해가 만연해졌고, 이에 따라 교권이 추락하면서 학생의 학습권과 나아가 공교육 붕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이유다.

이에 학생인권조례는 최근 폐지의 기로에 놓였으나 안건을 상정하려고 했던 서울시의회 인권·권익향상 특별위원회가 돌연 취소하면서 기사회생한 상황이다.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국민의힘 측은 2024년에도 폐지안 처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이에 폐지를 반대하는 전국 9개 시도 교육청 교육감들은 1인 시위를 이어가고, 대법원 제소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 하고 있어 교권과 학생 인권의 충돌 여부에 대한 논란은 2024년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11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교육위원회의 첫 국정감사 현장. (사진=한국대학신문DB) 
지난 10월 11일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교육위원회의 첫 국정감사 현장. (사진=한국대학신문DB) 

■ 21대 마지막 국정감사…교육부의 미온적 태도 집중 추궁 = 올해는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도 실시됐다. 10월부터 한달여 간 진행된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는 학교폭력, 교권 회복 문제를 비롯한 의대 정원 확대, 2028 대입개편안 등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을 되돌아보며 교육부의 책임감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유기홍 의원은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현 시행령상 의대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게 돼 있다. 국립대 병원의 보건복지부 이관도 교육부 소관”이라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돌아보면 교육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만 보이고 교육부는 마치 소외된 부처처럼 비춰진다”고 질타했다.

이태규 의원(국민의힘 간사)도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귀중한 정책 과제”라며 “이번 정원 확대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다. 교육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의사들을 설득해 신속하고 빠르게 조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2028 대입 개편안, 킬러문항 배제 등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좌우되는 교육부의 정책 기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남국 의원은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통령 입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의 발언이 교육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수능을 앞두고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킬러문항 배제를 얘기하니 수능 난이도를 비롯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혼란을 불러왔다. 이외에도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들이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과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 정책을 다루는 데 있어 부처 간 협의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강민정 의원도 당시 발표됐던 2028 대입 개편안을 예시로 들어 충분한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발표돼 그동안 준비하고 있던 교육청, 교사, 학교의 혼란을 야기했다며,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되는 고등교육 정책에 대한 우려스러운 심경을 드러내며 교육부의 책임감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