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명성 높이고 있는 한국형 에꼴42 ‘42서울’
혁신적 3無(학비‧교사‧교재) 교육으로 IT 인재 ‘산실’
프랑스와 동일한 입학시험 ‘라 피신’ 통해 최종 선발
“한국에 특화된 혁신 SW 인재 양성 플랫폼 ‘코디세이’ 선보일 것”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42서울’ 출신 학생을 한 번 채용한 기업은 이후에도 계속 채용 요청이 들어온다. ‘42서울’ 학생을 한 번도 채용하지 않은 기업은 있지만 한 번만 채용하는 기업은 없다.”
전영표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은 ‘42서울’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는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가 2019년 설립한 혁신교육기관이다. ‘42서울’은 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운영하는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지난 23일 기자가 방문한 ‘42서울’은 서울 강남구 개포디지털혁신파크에 자리잡고 있었다. 1980년부터 일본인학교로 쓰였던 곳을 폐교 후 리모델링을 거쳐 IT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혁신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 2019년 이곳에 문을 연 42서울은 프랑스 ‘에꼴42’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정식으로 라이센스를 받은 아시아 최초의 캠퍼스다(한 달 후 도쿄에 아시아 두 번째 캠퍼스가 생겼다).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혁신적 IT 교육기관 ‘에꼴42’ = 42서울에 대해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프랑스 ‘에꼴42(Ecole42)’를 알아야 한다. 지난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에꼴42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혁신적 IT 교육기관이다. 2023년 12월 기준 에꼴42는 31개국에 54개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는 에꼴42의 심화과정을 수료한 학생은 석사학위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 등 교육의 우수성도 증명하고 있다.
에꼴42의 가장 큰 특징은 학비는 전액 무료이며, 교사도, 교재도 없다는 점이다. 학비가 없는 이유는 학생의 배경과 상관 없이 성인이면 누구나 코딩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교사와 교재가 없는 이유는 창의성‧독창성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사와 교재는 오히려 거추장스럽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학생들이 필요한 정보는 이미 인터넷에 널려 있고,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교재가 아닌 문제 제시를 통해 학생 스스로 혹은 동료와의 협업으로 답을 찾는 과정이 실무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입학시험인 ‘라 피신(La Piscine)’을 통과해야 한다. 프랑스어로 수영장을 의미하는 라 피신은 학생들을 수영장에 던져 헤엄쳐 나오라는 의미다. 키보드와 마우스만 사용할 수 있는 성인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이 시험은 4주간의 서바이벌 테스트로 구성돼 있다.
기본 선별 과정인 1단계는 간단한 비디오 게임으로 논리와 추론 능력을 테스트해 라 피신에 참여할 자격을 얻고 누적 온라인 테스트 대기자는 1만6000여 명에 달한다. 라 피신이라 불리는 2단계는 4주간 집중 몰입 학습이 진행된다. 지원자들은 동료들과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동료 간 평가를 거쳐 300명 내외의 교육을 최종 선발한다. 최종 합격자는 기본 2년, 희망 시 추가 3년의 학습 기간을 보장받는다. 이 과정 중에는 주중, 주말도 없으며, 입학시험 참여자들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 진도에 따라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코딩을 모르던 학생도 코딩을 잘할 수 있도록 된다.
■ 국제적으로 우수성 입증한 ‘42서울’ = 에꼴42와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는 42서울은 2020년 1월 1기 253명 선발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 10기까지 선발을 완료했다. 누적 입학 인원은 2553명에 달한다.
2023년 12월 기준 입학 평균 연령은 26.4세이며, 최연소자는 만 15세(검정고시 합격생)이며, 최고령자는 만 65세다. 전공자 비율은 절반은 컴퓨터 또는 소프트웨어, IT 관련 전공자이며, 나머지 절반은 비전공자다.
42서울은 전세계 에꼴42 캠퍼스 중 교육 인프라 규모가 42파리에 이어 2위이며,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또한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입학생에게 매달 주어지는 100만 원의 지원금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42서울만의 특징으로, 에꼴42는 정부의 지원 없이 민간 재단의 지원금으로 운영되지만 42서울은 전세계 에꼴42 캠퍼스 중 유일하게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매달 지원되는 교육지원금 덕분에 42서울에 입학한 학생들은 생활비 걱정 없이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단, 교육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매월 160시간의 학습시간을 채워야 한다.
정부 지원을 통한 지속적인 환경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초과정을 마친 학습자들이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등 심화된 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인 42랩(Lab)을 마련했으며, 지난 3월에는 신규 교육시설 증축 착공식도 열렸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건립될 신규 교육시설에는 코딩룸은 물론 채용설명회‧네트워킹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다목적 강당 등 혁신적 소프트웨어 학습을 위한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42서울 학생들의 뛰어난 역량은 점수로도 증명된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검정시험인 TOPCIT(소프트웨어 역량 검정, Test Of Practical Competency in IT)에서 42서울 학생의 평균 점수는 421.60으로 전체 응시자 평균 257.25보다 약 1.64배 높았으며, 상위 10%의 고득점자 비율 또한 42서울 학생은 18%로 전체 응시자의 10%보다 약 2배 높았다(2023년도 TOPCIT 응시결과).
■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곳, 42서울” = 에꼴42가 세계에서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자기주도학습과 동료학습 때문이다. 42서울 또한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기주도학습과 동료학습이 매우 중요하다.
라 피신을 통과해 본 과정에 들어온 학생들은 인트라넷에 있는 홀리그래프을 보고, 관심있는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한다. 스스로 시간을 정해 해결해야 하며, 도움이 필요할 경우 동료들과의 토론과 협업도 가능하다.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대부분의 과제들은 주변의 학생들과 협업을 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다. 학습진도율은 레벨로 표현하는데 1~9레벨은 공통핵심과정, 10~21레벨은 분야별 프로젝트‧협업 중심 심화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본 과정과 라 피신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각 과제를 먼저 진행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라 피신에서는 모두가 처음 접해보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보가 제한적이지만 본 과정에서는 이를 먼저 입학한 선배들의 노하우와 질문, 답변을 슬랙이라 불리는 내부 소통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은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여러 명의 동료 학생에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 포인트 제도가 있어서 평가를 요청할 때마다 1포인트가 소진되지만 다른 학생의 평가를 해주면 1포인트를 벌 수 있다. 평가는 해당 과제를 하지 않은 사람이 평가하거나 해당 과제를 해결한 사람이 평가하는 것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경우에는 피평가자가 누구에게나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함양해야 평가가 통과된다. 이를 통해 평가자는 새로운 지식을 접하거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며, 피평가자는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 두 번째의 경우 사전에 그 과제를 해결한 방식에 대한 조언과 더 좋은 코드를 만들 수 없는지에 대한 토론 등을 통해 새로운 방식과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동료평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동료평가 과정 속에서 서로의 출발선이 다른 것을 메꿀 수 있다”며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온‧오프라인 토론은 물론 그림, 코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서로의 이해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규 학생은 “42서울은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라며 “협업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낯섦 속에서도 도전하는 과정이 되기도 하고 몰입을 계속하게 되는 좋은 과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혁신적인 교육방식을 통해 IT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42서울의 학생들의 진로는 어떠할까. 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6기까지 졸업한 학생을 조사한 결과 취‧창업률은 85.7%로 이들 중 92%가 소프트웨어 분야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12월 기준 취업한 316명은 대기업 34.2%(108명), 중견기업 10.1%(32명), 중소기업 47.8%(151명), 기타 7.9%(25명)로 중소‧중견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들 중 94.2%는 정규직으로 고용돼 양질의 취업으로 연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울러, 42서울 출신들의 초임 급여는 300만 원 이상이 43.4%, 400만 원 이상이 32.6%로 일반 취업자 대비 급여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 전영표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 “에꼴42 장점은 극대화하고 약점 보완한 코디세이 개발…디지털 대전환 시대 인력 양성 준비할 것”
- 42서울은 지난 2019년 문을 연 이래 우리나라를 이끌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해 왔다. 5년이 흐른 현재 몇 기까지 졸업했으며,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
“현재 10기까지의 교육생이 입과했으며, 누적 교육생 2553명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42서울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많은 소프트웨어 비전공자가 입과했다. 그러면서 기자에서 개발자로, 휴대폰 매장 운영자에서 개발자로, 경영사무직에서 개발자로 다양하게 커리어 전환을 이룬 교육생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모델 특성상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역량을 갖춰, 생성형 인공지능이 활개를 치고 있는 시점에서 새롭게 배워 빠르게 적용할 줄 아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에서 42서울 출신의 교육생을 만족해하고 있다.”
- 42서울은 프랑스의 ‘에꼴42’를 벤치마킹한 교육기관으로 유명하다. 에꼴 42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우선, 42서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재단법인 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에꼴42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요소가 공통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차이점이라 한다면 교육생과 운영진의 국적, 교육문화, 교육환경이 모두 한국이라는 점이다. 한국 교육생들은 입시문화를 겪었기 때문에 다른 캠퍼스보다 진도율과 학습량, 어려운 과제 해결 능력이 무척 뛰어나다. 실제로, 전 세계 54개 캠퍼스 중 10년을 운영한 파리 캠퍼스 다음으로 두 번째로 교육생이 많은 캠퍼스이며, 에꼴42 전체 캠퍼스 중 학업 성취도 점수가 최상위다.”
- 에꼴42는 프랑스에서 IT업계의 ‘그랑제꼴’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국가 내에서 인정을 받는 기관이 됐다. 국내에서는 42서울을 졸업한 학생에 대한 대우가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 많은 개발자를 보유한 기업들은 42서울을 알고 있다. 실제로 채용을 한 기업들은 교육생의 수준이 높아 채용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다른 대학 출신 교육생보다도 업무 수행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초기에는 이러한 인식이 없었지만, 5년이 지난 2024년 현재는 42서울 출신의 교육생들이 “알아서 잘하더라”는 입소문이 퍼져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 직접 찾아와 기업 설명회 및 채용 설명회를 수차례 열고 있다. 어느 기업은 매년 찾아와 10명 이상의 인턴을 채용하기도 한다.”
- 42서울의 교육과정의 장점을 꼽는다면.
“다른 대학이나 입시 제도와 달리 등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학급에서 내 친구는 경쟁자였다. 하지만 42서울에서는 교육생들이 경쟁자가 아닌 절대적인 동료다. 그래서 내가 아는 정보를 더 공유하고 자세히 알려주고 싶어하며, 함께 성장하는 학습 메이트로서의 역할을 한다. 42서울은 교수, 교재, 학비가 없는 3무(無) 교육기관이다. 교육과정 안에서는 알려주는 선생님이 없다. 그래서 내 옆에 있는 동료가 나의 선생이자 제자가 된다.”
- 42서울만의 독특한 공간이 있다면.
“당연히 클러스터(교육장)다. 우리 교육장은 강사가 없기 때문에 칠판도, 큰 화면도 없다. 그리고 모두가 단방향을 바라보지 않으며, 서로 지그재그로 앉아 협업이 일어날 수 있는 배치로 되어 있다. 교육장은 24시간 열려 있으며, 추운 날씨에는 따뜻하고 더운 날씨에는 시원하며, 매일 동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우울할 틈이 없는 공간이다.”
- 앞으로 42서울 및 재단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
“에꼴42, 42서울 교육 플랫폼은 너무나도 혁신적인 교육 플랫폼이다. 저희 재단은 54개 캠퍼스 중 파리 다음으로 가장 우수한 캠퍼스답게 매년 교육생을 안정적으로 선발하고 역량을 강화해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생태계에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에꼴42가 가진 교육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해 한국형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코디세이를 개발했다. 이에 따라 산업 현장의 수요를 적극 반영하고 지역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속 가능한 혁신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고, 현장형 고급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플랫폼인 코디세이를 작년부터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이와 함께 개방형 플랫폼으로 대학, 지역 등 외부 교육기관에 제공해 사회 전반적으로 미래의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인력 양성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