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호주 TAFE 로비나 캠퍼스 탐방…캠퍼스 전체가 ‘ESG 경영지’
캠퍼스 내 미용실, 레스토랑, 피부관리샵 등 운영, 지역주민 이용도 가능해
고등학생부터 백발노인까지 한 교실에…양봉, Auto CAD 등 단기코스도 다양
서밋 3차 컨퍼런스 개최…조훈 국제협력실장 ‘유학생 유치 전략’ 주제로 발표
7박 9일간 일정 마무리…“이번 연수서 전문대학 미래 방향 설정 힌트 얻었다”

호주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풀 픽슬리 TAFE 로비나 캠퍼스 교육운영 매니저가 캠퍼스 벽면에 부착된 7R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7R은 재활용, 재사용, 다시 생각하기 등 지속가능성 가치를 담고 있는 개념이다. (사진=주지영 기자)
호주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풀 픽슬리 TAFE 로비나 캠퍼스 교육운영 매니저가 캠퍼스 벽면에 부착된 7R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7R은 재활용, 재사용, 다시 생각하기 등 지속가능성 가치를 담고 있는 개념이다. (사진=주지영 기자)

[호주 브리즈번=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좋은 아이디어네요. 우리 대학에도 도입하면 좋을 것 같아요.” 호주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TAFE 로비나 캠퍼스(TAFE Queensland Robina campus)에 방문한 ‘2024 전문대학 프레지던트 서밋’ 연수단의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이 있다. 바로 학생 휴게 공간에 있던 ‘물건 나눔 공간’이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휴게 공간 한쪽에 마련된 나눔 공간에는 학생들이 기부한 후드티, 신발, 바지 등이 있었다.

연수단 중 일부 총장들은 “한시적으로 우리 대학에서도 나눔 플리마켓 등을 했는데 이렇게 캠퍼스 내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 두고 학생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감탄했다.

풀 픽슬리 TAFE 로비나 캠퍼스 교육운영 매니저(Paul Picksley educational delivery manager)는 “학생들이 쓰지 않는 물건을 자유롭게 놓고 간다. 이 물건들이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TAFE 로비나 캠퍼스 학생 휴게 공간에 있던 ‘물건 나눔 공간’ 모습. 신발과 각종 의류, 가방 등이 행거에 걸려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TAFE 로비나 캠퍼스 학생 휴게 공간에 있던 ‘물건 나눔 공간’ 모습. 신발과 각종 의류, 가방 등이 행거에 걸려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 캠퍼스 바닥부터 천장까지 ESG 실천 = TAFE는 호주 직업교육기관으로 호주 주정부가 주관한다. ESG 경영, 지속가능성 교육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특히 로비나 캠퍼스는 친환경 기능을 갖춘 건물로 꾸며져 연수단의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는 빗물 자동 관개 시스템, 태양열 에너지, 센서 작동 조명 등이 있다. 나무 바닥과 그 위에 깔린 카펫도 모두 재활용품이다.

건물 천장에는 200개의 태양 패널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캠퍼스 에너지의 30%가량을 태양 패널로부터 얻는다. 1층 로비에 있는 모니터에는 로비나 캠퍼스 교육과정에 대한 정보와 함께 태양 에너지 발생량을 표시해준다. 학생들이 캠퍼스 내에서 ‘지속가능성’을 계속 인지하도록 돕기 위함이다.

TAFE 로비나 캠퍼스 1층 로비 모니터에 분리수거 방법이 안내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TAFE 로비나 캠퍼스 1층 로비 모니터에 분리수거 방법이 안내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캠퍼스 내 카페에서 쓰는 모든 물건은 대학에서 만들고 있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사용하는 커피콩은 인근 지역 농장에서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키우고 있다. 폴 매니저는 “친환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역 농가를 도울 수 있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조리 실습실에서 발생하는 음식 찌꺼기는 친환경 폐기물 처리시설을 이용해 1년에 1톤 가량의 비료로 만든다. 이 비료는 캠퍼스 인근 지역 농장에 제공된다. 폴 매니저는 “조리 교육과정을 듣는 학생들은 지역 농장에서 키운 작물과 각종 재료로 실습한다”며 “남는 재료는 다시 비료로 만들어 지역 농장에 돌려주는 형태다”라고 전했다.

풀 픽슬리 매니저가 유아교육과 교실에서 자연 교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풀 픽슬리 매니저가 유아교육과 교실에서 자연 교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유아교육과 교실에도 ESG 경영에 힘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날 연수단이 방문한 유아교육과 교실 한쪽에는 실제 유치원 모습을 구현한 실습실이 마련돼 있었다. 교구들은 실제 자연에서 가져온 솔방울, 조개껍질, 나무, 풀들로 만들어졌다. 이곳에도 원주민이 있는 만큼 원주민 교육문화를 보존하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이 교실은 수업뿐만 아니라 지역민에게 실제로 유치원으로 개방되기도 한다. 폴 매니저는 “실제 유치원과 비슷하게 만들어 놨다. 인근 유치원과 협력해 한달에 한 번씩 지역에 있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방문한다”며 “최근에 인근 농장 체험학습을 진행했는데 100명 정도의 아이들을 초대해 함께 시간을 보냈다. 페이스페인팅, 원주민 전통빵 만들기를 체험했다”고 설명했다.

연수단이 유아교육과 교실에서 풀 픽슬리 매니저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연수단이 유아교육과 교실에서 풀 픽슬리 매니저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 풍성한 실습 인프라…견습생 훈련·지역민에 개방 = 이 밖에도 이날 연수단은 로비나 캠퍼스 내에 있는 각종 실습 시설을 둘러봤다. 미용실, 이발소, 피부관리샵, 헬스장,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실습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이 시설들은 모두 실제 지역민이 예약해 이용할 수 있으며 학생들이 직접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연수단은 로비나 캠퍼스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실제 학생들로부터 서비스를 받았다. 제공되는 음식도 모두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결과물이다. 홀 서빙 학생들은 레스토랑 직원처럼 능숙하게 일했으며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연수단이 조리 실습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연수단이 조리 실습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조리실에는 여러 명의 학생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옆에 마련된 ‘트레이닝 키친’에서는 작업 과정을 녹화해 학생들이 복습할 수 있도록 조리실 내 고화질 카메라가 천장에 설치돼 있다. 조리실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오븐, 에어프라이어, 웍, 인덕션, 아이스크림 기계 등이 있다. 폴 매니저는 “학생들이 대중을 상대로 실무 경험을 쌓도록 다양한 실습 시설을 구축했다. 직업훈련에서 이론뿐만 아니라 실습교육도 풍성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민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 수석부회장(연성대 총장)은 “직무중심, 실무교육 실현을 위해 로비나 캠퍼스에서는 레스토랑, 체육관 미용실 등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직무능력을 높이고 대학을 지역사회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해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TAFE 로비나 캠퍼스의 친환경 시설을 함께 둘러보고 한국 ESG 캠퍼스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TAFE 로비나 캠퍼스 소개를 듣고 있는 연수단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TAFE 로비나 캠퍼스 소개를 듣고 있는 연수단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 연수단 3차 컨퍼런스서 7박 9일 소감 전해 = 이날 TAFE 로비나 캠퍼스 투어를 마친 뒤 연수단은 7박 9일 동안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3차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이 ‘유학생 유치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훈 실장은 호주의 국제교육 모델을 벤치마킹해 발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실장은 “호주는 비자 제도를 매우 자세하게 나누고 있다. 호주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역사가 80년 가까이 됐기 때문에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제도를 만들어온 것”이라며 “프리즘, 유학생 유치 자격증 제도 등을 ‘팔로우 전략’으로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할 수 있으니까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국제협력 업무를 교무·입학에서도 함께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조 실장은 “국제화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학에 국제화 부서가 직원 1명, 교수 1명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며 “이들만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을 짜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무·입학처가 들어오면 실효성 있는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밖에도 서밋 연수단은 마지막 컨퍼런스에서 이번 연수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아울러 귀국 후 각 대학에 돌아가 호주·뉴질랜드 교육기관에서 보고 느낀 점, 함께 의견을 나눈 내용을 바탕으로 운영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왼쪽부터)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 이남식 재능대 총장, 김현중 유한대 총장, 박주희 삼육보건대 총장, 김성찬 인하공전 총장, 권민희 전문대교협 수석부회장(연성대 총장). (사진=주지영 기자)
(왼쪽부터)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 이남식 재능대 총장, 김현중 유한대 총장, 박주희 삼육보건대 총장, 김성찬 인하공전 총장, 권민희 전문대교협 수석부회장(연성대 총장). (사진=주지영 기자)

이남식 재능대 총장은 “이번 연수를 바탕으로 전문대학이 앞으로의 어려움에 대비하길 바란다. 호주는 글로벌 모빌리티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을 국익에 도움되는 사회적 일원으로 성장키고 있다. 학생들의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하고 사회적 문제를 풀기 위해 대학이 중간에서 역할을 잘 하고 있다”며 “국내 전문대학도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각 대학들의 특성을 고려하고 지역 현안을 파악해 외국인 유학생을 교육시켜야 한다. 이번 연수에서 배운 것을 벤치마킹해 국내 직업교육에 적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현중 유한대 총장은 “이번 연수에서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고등직업교육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각자 대학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보고 배운 것을 돌아가서 대학 정책에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주희 삼육보건대 총장은 “호주와 뉴질랜드에 와서 제가 그리고 있는 대학의 미래 방향성이 옳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오늘 방문한 TAFE 로비나 캠퍼스는 ESG를 실제로 적용하고 있었다. 건물이 하나만 잘 지어도 대학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김성찬 인하공전 총장은 “총장에 취임한 뒤 구성원에게 ‘젊은이들이 오고 싶은 대학, 중년에게는 필요한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이번 연수에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권민희 전문대교협 수석부회장(연성대 총장)은 “전문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야가 생겼고 해법도 공유할 수 있었다”며 “우리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움직이면 되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많은 총장님으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돼서 좋았다”고 답했다.

최용섭 프레지던트 서밋 원장(본지 주필 겸 편집인)은 컨퍼런스를 마무리하며 “총장님들이 부지런히 다니면서 느끼고 배운 점을 기억하고 우리 대학을 어떻게 경영해야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화하고 구성원과 일심단결해서 추진해나갈 때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지난 19일 서밋 연수단이 TAFE 로비나 캠퍼스 레스토랑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지난 19일 서밋 연수단이 TAFE 로비나 캠퍼스 레스토랑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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