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타슈켄트한국교육원 부원장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면서 대학의 위기를 타개할 방안 중 하나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다. 교육부는 이 같은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 ‘Study Korea 300K Project’를 발표했다. 지방소멸 위험과 지역 대학의 위기를 유학생 유치로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유학생 숫자를 단순히 양적으로 늘려 부족한 입학생 수를 채우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국내 대학 교육의 질적 수준 하락과 부실대학 양산의 부정적 결과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 증대는 이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도 인정되고 고등교육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져야 한다. 이에 본지는 ‘Study Korea 300K Project’ 정책의 도입 배경과 목표 및 향후 예상되는 변화를 전망해보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지자체의 역할, 유학생 비자제도 개선사항, 유학생 유치센터의 역할 및 성과, 유학생들이 필요한 국내 부족 인력군 현황, 향후 과제와 전략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 연재 순서
① 유학생 현황 분석 및 진단, 방향
② 유학생 유치를 위한 지자체의 역할과 지역사회 참여
③ 유학생 비자제도 관련 주요 개선 사항
④ 한국교육원 내 유학생 유치센터의 역할과 성과
⑤ 유학생 유치 필요 인력군 - 하이레벨(HIGH LEVEL) 반도체, 첨단산업 등
⑥ 유학생 유치 필요 인력군 - 로우레벨(LOW LEVEL) 간병인, 뿌리산업 등
⑦ 마무리

이은규 타슈켄트한국교육원 부원장
이은규 타슈켄트한국교육원 부원장

건축가 유현준의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왕이 성당 공사 현장에서 석공들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한 석공은 “돌을 깎고 있다”고 답했고, 다른 석공은 “성당을 짓고 있다”고 답했다. 이 짧은 일화는 K-유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한국교육원은 단순히 외국인 유학생 수를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첫 번째 석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K-유학의 본질을 고민하고, 그 목적을 실현하는 두 번째 석공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단순한 수치와 목표 달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K-유학의 가치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K-유학의 진정한 목표는 국경을 넘어 한국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 이러한 인재들이 성장해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다양한 국가 간의 우호 관계를 구축하는 든든한 다리로 성장하는 데 K-유학이 나아갈 길이 있다.

2023년 7월 교육부 법무부 자료. (사진=이은규 부원장 제공)
2023년 7월 교육부 법무부 자료. (사진=이은규 부원장 제공)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현황과 도전 과제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베트남 7만 1038명, 중국 5만 9905명에 이어 우즈베키스탄이 1만 1555명으로 세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22년 이후에는 1만 명을 넘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유학에 대한 현지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며, 한국 교육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어두운 문제가 존재한다. 유학 자격으로 입국한 후 불법체류를 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불법체류 유학생 수는 베트남 2만 9746명, 우즈베키스탄 2460명, 중국 1002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부터 우즈베키스탄 학생 가운데 2000명 이상의 불법체류자가 발생했다. 이후 그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의 한국 유학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다. 둘째, 불법체류 증가 문제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양국 간 유학 비자 관리와 관련된 정책이 더욱 세밀해져야 함을 시사한다. 이는 한국 정부가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에게 더욱 엄격한 비자 발급 절차를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3년 7월 교육부 법무부 자료. (사진=이은규 부원장 제공)
2023년 7월 교육부 법무부 자료. (사진=이은규 부원장 제공)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불법체류 증가, 그 원인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의 불법체류 문제는 복합적 요인에서 기인한다. 이를 유학생 유치 관점에서 살펴보면, 두 가지 주요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한국 유학에 대한 정보 부족이다.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은 한국 유학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대학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대학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입학에 필요한 서류 준비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불법 사설 유학원의 제한된 정보 제공과 과도한 수수료도 유학생들을 학업 이외의 문제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학생들에게 양질의 한국 대학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여전히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학습 능력, 언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한국 입국 후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중도 포기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한국 대학들이 유학생 수를 늘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우수한 인재를 장기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둔 유학생 유치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국 유학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현지에서 한국어 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 사회와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과 관리가 절실하다.

K-유학 허브, 유학지원센터 타슈켄트에서 문을 열다
2023년 9월, 타슈켄트한국교육원은 현지 학생들에게 한국 대학 입학을 위한 양질의 정보와 진로 지도를 제공하고, 한국 대학들에게 유학 홍보와 학생 유치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K-유학 허브로서의 유학지원센터(이하 ‘센터’)를 신설했다. 이 센터는 기존의 기초적인 유학 정보 제공을 넘어, 유학 상담, 유학생 선발·추천, 입시 홍보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연결하는 튼튼한 징검다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센터는 상시 개방해 현지 학생들이 언제든 방문해 필요한 대학 입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또한 유학 절차, 비자 발급, 대학 생활, 한국 문화 등과 관련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학생들이 한국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정확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대학들에게 우즈베키스탄 내 한국어 채택학교(2024년 기준 136개교)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공하고, 현지에서의 방문 활동을 지원한다. 대학별 현지 방문과 활동을 요청하면 학교 선택, 방문 일정 조율, 통역 지원 등을 바탕으로 현지에서의 유학 홍보를 돕고 있다.

유학지원센터 운영 모형. (사진=이은규 부원장 제공)
유학지원센터 운영 모형. (사진=이은규 부원장 제공)

K-유학 지원의 선순환, 유학지원센터 활약과 현지 학생 참여
센터 신설 이후 현지 우수 학생들로 구성된 유학동아리에서 센터 운영을 맡도록 해 학생들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타슈켄트한국교육원 직원은 예산 수립과 집행, 기관 간 조정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 운영은 현지 학생들이 주도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센터에서 진로를 탐색하고 정보를 수집, 게시하는 활동을 펼치며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간으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유학을 목표로 삼은 유학동아리 학생들은 실제로 한국 유학과의 연결을 이끌어 내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최초 15명으로 시작한 1기 동아리 학생들 중 일부는 한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현재는 20명의 2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센터를 중심으로 정보 접근이 어려운 지방지역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별 거점 유학 홍보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거점 유학 홍보학교는 한국어를 배우는 지방 학교와 그 학교의 한국어 선생님들을 활용해 운영하고 있다. 2024년에는 14개 학교가 거점 홍보학교로 지정됐다. 이를 바탕으로 지방 학생들도 한국 대학에 대한 정보를 얻고 대학들은 더 넓은 지역에 입학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센터의 성공적인 운영은 K-유학 지원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한국 대학들은 현지에서의 유학 홍보를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현지 학생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센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K-유학, 양국 협력의 지속 가능한 토대
인구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학생 유치 노력이 한국 중심의 시각에만 머문다면, 단기적 해결책에 불과하다.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K-유학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K-유학은 단순히 유학생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한 유학생 유치만이 K-유학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타슈켄트한국교육원은 K-유학의 선도적 모델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양국 간 교류를 확장하는 데 힘쓸 것이다. 현지 학생들에게 맞춤형 진로 지도를 제공하는 전문 기관으로, 한국에서는 현지 유학생 유치를 위한 든든한 가교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타슈켄트한국교육원 노력만으로는 이러한 밝은 미래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단기간 숫자에 집착하는 유학생 유치가 아니라, 현지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유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대학의 관심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K-유학은 양국의 관계를 더욱 발전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이끄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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