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점점 다문화사회로 탈바꿈하고 있다. 청소년 인구의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반면, 다문화학생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다문화학생은 18만 1178명으로, 전체 학생 521만 8000명의 3.5%가량을 차지했다. 다문화학생은 2013년 5만 5780명에서 10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를 포기하고 학교를 이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학업뿐만 아니라 집단 따돌림, 학교생활 부적응, 정체성 혼란 등 충분한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전환해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문화학생을 위한 교육과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졸업 후 지역에 취업하고 정주까지 지원하는 외국인 유학생 정책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다문화학생을 포용하고 이들과 공존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중지가 모여야 한다. 이와 같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다문화학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본지는 우리가 처한 다문화사회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한편, 다문화학생과의 공존을 꾀하는 방법, 다문화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다문화교육의 정책적 방향 등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연재 순서
 ① 장인실 한국다문화교육학회 회장(경인교대 교수)
 ② 함승환 한양대 교수
 ③ 한경은 경기도교육청 융합교육정책과 장학관
 ④ 박선운 청주교대 교수
 ⑤ 신미경 교육부 교육국제화담당관
 ⑥ 좌담회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내로의 유입과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으로 촉발된 국제결혼이 활발해지면서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전체 인구는 저출산 현상의 여파로 감소 추세에 있으며, 합계출산율 0.79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가 유지된다면 2040년에는 총인구가 5000만 명으로 감소하고, 2070년에는 38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OECD의 2024 한국경제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노동력 부족, 노년부양비 증가 등 재정부담을 야기해 경제 발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반면 2024년 현재 체류 외국인은 259만 명으로, 2014년부터 증가 추세에 있다가 코로나 시기인 2020년, 2021년 잠깐 감소한 이후 2022년부터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적별 체류 외국인은 중국이 95만 명 정도로 36.7%, 베트남이 11%, 태국이 7.7%, 미국이 6.8%, 우즈베키스탄이 3.5%를 차지하고 있다. 체류 외국인들은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 있기보다는 수도권에 56%, 영남권에 19.7%, 충청권에 12.2%, 호남권에 8.5%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50%가 넘는 체류 외국인들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극심한 저출산 현상…결혼이민·외국인노동자 등 유입으로 다문화가정 양산
이러한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 사회 유입은 자연스럽게 학교에서의 다문화 학생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이 2014년에는 6만 8000명으로 전체 대비 1.1%에서 2023년에는 18만 1000명으로 3.5%를 차지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의 구성은 국내 출생 학생이 71.7%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인 가정 자녀가 22.3%, 중도입국자녀가 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 학생의 최근 증가 추세를 살펴보면, 외국인 가정 자녀가 8.6배, 중도입국자녀도 1.9배로 증가하는 반면 국내 출생 다문화 자녀는 2.3배로 외국인 가정 자녀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 다문화 가정은 일자리를 중심으로 밀집돼 생활하면서 다문화 밀집학교도 2019년 38개교에서 2022년에는 71개교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다문화 학생의 증가와 양상은 새로운 교육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첫째, 다문화 밀집 학교의 출현으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 운영이 어려운 학교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밀집학교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30% 이상인 학교로 이러한 학교들은 학생 다수가 다문화 학생이 되면서 국가교육과정을 제대로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밀집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교육과정의 변화가 필요한데 국가교육과정은 20%의 자율화만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밀집학교에서는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둘째, 외국인가정 자녀와 중도입국 자녀의 급증은 학교에서 한국어를 못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71.7%나 차지하고 있는 국내 출생 다문화 학생은 기초학력에서는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한국어 사용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한국어가 어려운 학생들의 증가는 단순히 한국어교육만을 강화하는 현재의 문제 해결 방법으로 다문화교육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학습에 필요한 학습한국어를 습득하는 데는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밀집 학교는 그들의 학습한국어가 완벽해지기까지는 그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모국어를 활용해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다문화 학생의 증가는 학생들 간의, 교사와의 서로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교육을 통해 이뤄지므로 한국 학생들과 교사들이 다문화교육을 받아 다문화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다문화교육은 무엇일까? 다문화교육에 대한 개념은 학자마다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학교와 다른 교육기관을 개혁해 인종, 민족, 사회적 계층 등의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교육적 평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다문화교육에서 말하는 교육적 평등은 모든 학생이 똑같은 교육 기회와 결과를 획득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학교를 개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교육은 학교가 한 가지 목표만이 아니라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의 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학교가 한 가지 목표만이 아니라 학생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 개혁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의 다문화교육은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그들의 강점을 키우는 방향보다는 한국어교육과 한국문화이해교육에 중점을 둔 동화주의적 접근에 머물러 있다. 

다문화교육 중요성 급부상…정책방향 전환 및 인식 개선 등 시급
그렇다면 한국에서 나타나는 다문화교육의 쟁점은 무엇일까? 첫째, 다문화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오해에 대한 문제다. 다문화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초기 한국의 다문화교육 정책이 다문화 가정에 집중됨으로 인해 다문화교육이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발생했다. 다문화교육은 교육이 우선하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한국의 다문화교육 정책 방향이 ‘교육’이라는 측면보다는 다문화가정과 학생을 위한 ‘복지’ 측면에서 이뤄졌고, 이러한 인식은 기존 한국인들과의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둘째, 다문화교육 정책에 대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다문화교육 정책 방향이 동화주의에 입각해 수립돼 왔다면 다문화주의적 관점에서 정책이 수립되는 것이 필요하다. 다문화교육 개념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다문화교육은 다문화 학생을 한국 사회에 적응시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모두를 위한 평등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다문화 학생을 한국어를 못하는 학생으로만 보지 말고, 이들이 잘할 수 있는 강점을 활용해 교육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이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평등교육에 중요한 영역이다. 예를 들어, 다문화 학생이 밀집한 학교에서는 이중언어 병행수업을 실시해 수학 시간에 한국 학생과 중국 다문화 학생이 함께 한국어와 중국어로 수학을 배움으로써 한국 학생은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중국 학생은 강점인 중국어를 활용해 수학을 익힘과 동시에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다문화 학생과 한국 학생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문화교육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다문화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관점인 결핍이론에 근거해 바라보기보다는 나와 다르다는 차이이론에 근거해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차이이론에 근거한 교육 방향은 다문화 학생의 약점인 한국어교육과 한국문화이해교육 등 그들의 결핍을 채워주는 측면으로의 교육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들의 강점을 증진해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과 교육과정이 변화해야 하고 진로교육과도 연계돼야 한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다문화 학생이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국어만 할 수 있다고 해서 이들이 한국 사회에, 나아가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부합하는 정책과 교육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특히 예비교사 교육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의 교육과정에 다문화교육이 필수교과로 지정해 모든 예비교사가 다문화적 인식을 함양하고 변화하는 학교 현장에 배치돼야 한다. 2023년 특수교육대상자는 전체 학생에 1.7%인 반면 다문화 학생은 3.5%를 차지하고 있다. 특수교육은 모든 예비교사들이 필수과목으로 교사가 되기 전에 교육을 받는 반면, 다문화 학생은 배가 넘는 숫자임에도 대부분의 교사들이 다문화교육을 받지 못하고 교사가 된다. 모든 교육의 시작은 교사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하고, 이에 따른 교육 실행 기술을 갖춰야 한다. 교사들이 예비교사 교육과정을 통해 다문화교육을 받고 인식, 태도, 기술에서의 변화가 있어야 일선 학교가 달라지고 궁극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사회가 바뀔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화되고 있다면 이에 맞춰 대학도, 대학의 교육과정도 변화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